“농협은 누구의 것인가”…국회 공청회서 ‘직선제·감사 독립’ 놓고 격돌
농해수위 법안소위 공청회 개최…야당 불참 속 '반쪽 논의' 우려
개혁 측 “중앙회 권력 독점 깨야” vs 반대 측 “정체성 훼손·비용 과다”
감사위원회 독립 두고도 공방…자율성 존중과 내부통제 정상화 충돌
- 등록2026.05.12 14:54:14

[푸드투데이 = 황인선.노태기자] 국회에서 농협 개혁을 둘러싼 찬반 논리가 정면 충돌했다. 개혁 추진 측은 “농협의 주인은 조합원”이라며 중앙회와 조합장 중심 권력 구조를 깨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반대 측은 “협동조합 정체성을 훼손한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입법공청회에서는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둘러싸고 농협중앙회장 직선제와 감사위원회 독립 문제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이날 공청회는 야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반쪽'으로 진행됐지만, 개혁 필요성과 조직 자율성을 둘러싼 공방은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가장 큰 쟁점은 200만 조합원이 직접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조합원 직선제' 도입 여부였다.
장경호 농업제도정책연구원 원장은 “농협의 주인은 중앙회도, 조합장도 아닌 농업인 조합원”이라며 “현재 구조는 조합원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중앙회와 일부 이해관계자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1100여 명의 조합장이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구조는 금권·조직 선거의 유인이 크다”며 “직선제는 비용 문제가 아니라 대표성과 민주적 정당성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장 원장은 특히 “장기적으로 조합장 선거와 중앙회장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며 “별도 선거를 통합하면 비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개혁 비용만 볼 것이 아니라 개혁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손실 비용도 함께 봐야 한다”며 “감사 결과 반복적으로 드러난 금권선거, 부적절한 자금 집행, 내부 통제 실패의 피해는 결국 조합원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반면 이선신 한국법치진흥원 이사장은 직선제가 협동조합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이사장은 “중앙회는 회원조합의 연합체이며, 조합장이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것이 단체법 원리에 부합한다”며 “전체 조합원이 중앙회장을 직접 선출하는 방식은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사례가 될 것”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국 단위 직선제가 도입되면 선거 비용만 400억 원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며 “음성적 선거자금 확대와 정치화, 지역 갈등, 파벌 조성 등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앙회장이 ‘농민 대통령’처럼 인식되면서 제왕적 권한 남용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윤준병 법안소위 위원장은 “현행법상 중앙회장 피선거권은 조합원에게 있는데, 선거권만 조합원에게 주는 것이 위헌이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윤 위원장은 또 “조합장 선거와 동시 실시할 경우 비용은 상당 부분 절감될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약 200억 원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설명했다.
감사위원회 독립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장경호 원장은 “국정감사와 감사 과정에서 취약한 내부통제, 인사 불투명, 금권선거, 부적절한 자금 집행 문제가 반복적으로 드러났다”며 “감사 기능 독립은 자율성 침해가 아니라 무너진 내부 통제를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존 감사 조직을 효율적으로 통합.정비하면 독립 감사기구 설치 비용도 과도하지 않을 것"이라며 "개혁을 미루는 비용이 개혁 비용보다 훨씬 크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선신 한국법치진흥원 이사장 “농식품부 장관은 이미 현행법상 포괄적 감독권을 갖고 있다”며 “별도 독립 감독기관 없이도 정부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감독 강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독립 감독기구 설치에는 약 1500억 원 규모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며 “그 비용을 농협이 부담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진산 농협중앙회 미래전략연구소 국장 역시 감사위원회 독립안이 조직 운영 효율성과 농민 지원 재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국장은 “중앙회가 스스로 내부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조직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존중하는 취지”라며 “개정안은 농협감사위원회 설립 및 운영 비용을 중앙회에 전가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사용돼야 할 재원을 잠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정안은 조합 감사 비용 역시 중앙회가 부담하도록 하면서도, 현행법상 중앙회의 고유 목적사업 범위에 포함된 ‘회원 감사’ 조항은 삭제했다”며 “이 경우 감사 비용이 세무상 손금으로 인정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중앙회의 조세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 기능 분리에 따른 조직 대응력 약화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 국장은 “지도와 감사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사전 예방과 사후 적발이 동시에 가능하다”며 “종합감사 기능을 별도 법인으로 독립할 경우 정보 공유 지연과 조직 간 시차 발생으로 감사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를 즉각 지도·개선에 반영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감사와 지도 기능이 물리적·조직적으로 단절되면 현장 대응 속도가 떨어지고 내부 관리 효율성도 저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농협중앙회 측이 제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놓고 의원들의 질타도 이어졌다.
농협 측은 “임원·대의원 2만7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 이상이 개혁안에 반대했다”고 밝혔지만, 임미애 의원은 “일반 조합원이 아닌 기득권층 중심 조사 결과를 전체 농민 여론처럼 제시하는 것은 왜곡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문대림 의원은 이날 공청회에서 농협 개혁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제도 개편이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될 경우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문 의원은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부 교수에게 “농업과 농협만의 특수성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며 “지배구조 개혁이나 중앙회장 권한 통제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보다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현재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포괄적인 지도·감독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며 “지금 농협 개혁 논의가 제도의 부재 때문인지, 운영상의 문제인지, 사람의 문제인지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별도 감사위원회 설치와 전 조합원 직선제를 동시에 밀어붙이는 방식은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며 “헌법상 결사의 자유 침해, 자조조직 자율성 침해 여부 등 법체계 전반과의 충돌 가능성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원 교수는 “개혁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법적 충돌 가능성과 제도적 문제를 자체적으로 충분히 검토했다”고 밝혔다.

원 교수는 “이 사안은 20~30년 동안 반복적으로 논의돼 온 문제”라며 “현재 농협 구조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면밀히 검토한 뒤 개혁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30여 년간 평행선을 달려온 농협법 개정안을 두고 찬반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야당의 불참으로 인한 정치적 합의와 법체계 충돌 가능성 검토 등이 향후 입법 과정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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