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신상 성공률 1%”…식품업계, 장수 브랜드 리뉴얼에 심혈

곡산 2026. 5. 13. 07:28

“신상 성공률 1%”…식품업계, 장수 브랜드 리뉴얼에 심혈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6.05.12 07:54

작년 신제품 중 히트작 CJ 습김치·동원참치뱃살·삼립 크보빵 등 희귀
아는 맛에 젊은 느낌 가미, 일정한 수요 확보
과자 매출 1~3위 새우깡·포카칩·꼬깔콘 여전
신라면·진라면 등 장수 브랜드 마케팅 강화

한해 식품업계가 출시하는 신제품 수는 약 2000여 종. 신제품이 매출과 영업이익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만 이중 성공률은 1% 미만에 불과하다. 나머지 99%는 기존 ‘아는 맛’을 찾는다. 식품업계가 ‘장수 브랜드’에 더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실제 작년 식품업계가 내놓은 신제품 중 히트작이라고 꼽을 수 있는 제품은 CJ제일제당의 ‘습김치’, 동원F&B의 ‘동원참치뱃살 깊은 간장맛’, 삼립 ‘크보빵’ 정도다. 나머지 수많은 제품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사라졌다. 심지어 삼립 ‘크보빵’은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제과, 라면 등은 전멸이다. 그리고 이 시장은 장수 브랜드가 지배하고 있다.

신제품 성공률이 1% 미만인 불확실한 시장 상황 속에서 식품업계가 새우깡, 신라면, 꼬깔콘 등 검증된 장수 브랜드의 패키지 리뉴얼과 체험형 마케팅에 집중하며 안정적인 수익 확보와 미래 고객 유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생성형 AI Gemini)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작년 소매점 기준 과자류 매출 1~3위는 농심 ‘새우깡’, 오리온 ‘포카칩’, 롯데웰푸드 ‘꼬깔콘’이 차지했다. 또 라면은 농심 ‘신라면’, 오뚜기 ‘진라면’, 농심 ‘짜파게티’가 각각 최상위권을 석권했다. ‘아는 맛이 무섭다’는 식품업계 정설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업계에선 이를 ‘장수 브랜드의 힘’이라고 설명한다. 4050세대에게는 추억의 맛으로, 2030세대에겐 새로운 복고 콘텐츠로 소비된다는 것이다.

 

사실 업계에선 코로나19 이후 기존 스테디셀러 제품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패키지·맛·재료·용기 등의 리뉴얼만으로도 안정적 매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불확실한 미래가 지속되며 개발 비용과 마케팅 부담을 줄이면서 소비자 반응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식품업계 ‘제품 개발 공식’처럼 통용되고 있다.

 

실제 농심 ‘새우깡’은 작년 578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오리온 ‘포카칩’은 544억 원, 롯데웰푸드 ‘꼬깔콘’은 412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특별한 마케팅 없이 팝업스토어, 체험부스 등으로 소비자와의 브랜드 접점을 늘리며 기성세대의 지속적인 구매를 자극하면서 젊은 세대를 미래 고객으로 유입한 결과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함 속 신제품 리스크를 줄이면서 확실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점차 신제품에 공을 들이는 것보다는 ‘아는 맛’에 젊은 느낌을 주는 마케팅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농심은 가정의 달을 맞아 5월 한달간 ‘새우깡 어린이 그림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어린이들이 새우깡을 통해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치고, 브랜드를 더욱 친숙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작년 대회에는 총 6313점의 작품이 출품돼 큰 관심을 얻었다.

 

롯데웰푸드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손잡고 고깔콘의 ‘2026 KBO 과자 올스타전’을 진행하고 있다. KBO 리그 10개 구단의 심볼을 제품 패키지에 전면 적용해 팬들의 소장 가치를 높였다.

 

또 ‘꼬깔콘’의 패키지 디자인을 2021년 이후 5년만에 리뉴얼했다. 1020세대 겨냥한 것으로, 그동안 꼬깔콘이 쌓아온 브랜드 자산을 유지하면서 보다 재미있는 요소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 소비자 공략을 고려해 영문 브랜드명도 함께 표기했다.

 

새로운 패키지 디자인은 젊은 세대가 재미있게 느낄만한 요소를 적용했다. 꼬깔콘 특유의 삼각뿔 모양 BI(Brand Identity, 브랜드 정체성)을 사선으로 살짝 기울이고, 배경 색상도 젊은 타깃이 선호하는 감각적인 컬러를 적용해 역동성을 부여했다.

 

꼬깔콘 과자 표면의 울퉁불퉁한 모양도 삼각뿔 BI에 녹여내어 특징을 잘 드러내도록 했다. 특히 ‘매콤달콤한맛’은 강렬하게 대비되는 색상을 사용하고, 바삭한 식감이 느껴지는 패턴 그래픽을 추가했다.

 

라면업계도 장수 브랜드 마케팅이 한창이다. 농심은 전주국제영화제와 협업해 ‘신라면’을 소재로 한 단편영화를 선보였다. 신라면 출시 40주년을 맞아 브랜드 스토리를 문화 콘텐츠로 확장하는 시도다.

 

오뚜기는 최근 컴백한 방탄소년단(BTS) 진을 모델로 내세운 ‘진라면 글로벌 캠페인’을 전개하며 해외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에서 할랄인증을 획득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으며, 베트남 공장은 할랄 라면 생산을 시작했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생산 거점 구축도 추진 중이다.

 

농심 ‘짜파게티’는 서울 3대 고깃집으로 유명한 ‘몽탄’과 협업해 특별 메뉴 ‘몽탄 짜파게티’를 내놓았다. ‘2026 농심면가’의 일환으로, 농심 짜파게티의 매력을 외식 메뉴로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몽탄은 짚불 우대 갈비와 항정살로 유명한 고깃집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 시대는 단순한 제품 경쟁을 넘어 브랜드 경험과 가치, 소비자 참여 요소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스토리가 있는 장수 브랜드가 더욱 각광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업계는 브랜드의 역사적 가치, 건강 트렌드, 체험형 마케팅, 디지털 채널 활용, 친환경 전략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며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최근 업계의 장수 브랜드 마케팅 전략은 ‘재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패키지, 체험 요소를 현대적으로 바꿔 프리미엄 이미지를 입히는 것이다. 소비자는 낯선 제품보다 익숙하지만 조금 새롭게 바뀐 상품에 더 쉽게 반응한다. 특히 불황에는 검증된 맛과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큰 만큼 업계의 장수 브랜드 마케팅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