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내 몸을 바꾸는 영양소 ①] “단백질 많이 먹을수록 좋다?”…고단백 열풍의 진실

곡산 2026. 5. 11. 07:07

[내 몸을 바꾸는 영양소 ①] “단백질 많이 먹을수록 좋다?”…고단백 열풍의 진실

하경호 교수 “한국인 단백질 권장량 135% 섭취 중…이미 충분한 수준”
2025 영양소 지침 개정 참여…“단백질 보충제보다 일반 식품 섭취 권장”
무분별한 고단백 식단은 신장 부담·만성질환 위험, ‘영양 균형’이 핵심

  • 등록2026.05.08 11:09:09

[푸드투데이 = 노태영기자] 여름철을 앞두고 체중 관리와 헬스 열풍이 확산되면서 ‘저칼로리·고단백’ 식단이 주목받고 있다. 이제 다이어트는 단순 체중 감량을 넘어 근육 유지, 노화 예방, 면역력 강화 등 ‘생애주기별 건강관리’의 핵심 키워드로 진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근감소증 예방이 중요한 중장년층 사이에서 단백질을 얼마나, 어떻게 섭취법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식품업계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보충제, RTD 음료, 단백질바, 닭가슴살 간편식 등 고단백 제품군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특정 영양소만 과도하게 강조한 식습관은 오히려 영양 불균형과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지표는 다소 의외의 결과를 보여준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의 '2024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단백질 섭취량은 73.2g으로 권장섭취량(RNI)의 135.7% 수준에 달한다. 칼슘과 비타민A·C 부족 비율이 70%를 웃도는 것과 달리, 단백질 부족 섭취자 비율은 18.3%에 그쳤다. 국민 대다수가 단백질을 비교적 충분히 섭취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많이 먹는 것’이 곧 ‘잘 먹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고단백 열풍 속에서 과연 한국인은 단백질을 올바르게 섭취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푸드투데이는 제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하경호 교수와 함께 고단백 트렌드의 실상과 한국인을 위한 적정 단백질 섭취 기준, 건강한 식생활 방향성을 짚어봤다. 하 교수는 보건영양학과 영양역학을 전공했으며 최근 ‘2025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단백질 기준 개정 작업에도 참여했다. <편집자주>

 

▲ 하경호 제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하 교수는 최근 확산되는 고단백 식단 열풍에 대해 “전반적으로 한국인의 단백질 섭취 수준은 양호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에서 최근 개정된 '2025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 따르면 단백질 에너지적정비율(AMDR)은 기존보다 확대된 10~20% 수준으로 상향 조정됐다. 단백질 섭취 비율이 지나치게 낮을 경우 탄수화물 과잉 섭취에 따른 영양 불균형 우려가 커지고, 적정 수준의 단백질 섭취는 사망 위험 감소와도 연관된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들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다만 연령별 격차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지목된다. 하 교수는 “70대 이상 노년층의 경우 세 명 중 한 명은 평균필요량(EAR)보다 적게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다”며 “고령층의 단백질 부족은 근감소증과 면역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성인의 단백질 권장량은 체중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체중 1kg당 하루 0.91g 섭취가 권장된다. 예를 들어 체중 70kg 성인이라면 하루 약 64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는 의미다. 연령별 기준을 보면 남성은 19~49세 하루 65g, 50세 이상은 60g, 여성은 19~29세 55g, 30세 이상은 50g 수준이 권장 된다. 특히 75세 이상 고령층은 체중 감소 가능성이 크지만 근감소 예방 필요성을 고려해 65~74세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설정됐다.

 

하 교수는 단백질 부족뿐 아니라 과잉 섭취 위험성도 함께 경고했다. 그는 “단백질은 성장과 조직 회복, 효소·호르몬 생성, 면역 기능에 필수적이지만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대사증후군과 제2형 당뇨병, 일부 암 등 만성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 2025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요약표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제공)

 

실제 '2024 국민건강통계'에서도 한국인의 단백질 섭취는 전반적으로 권장 수준을 충족하고 있지만, 칼슘과 비타민A·비타민C 등 주요 미량영양소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소·과일 섭취 감소와 외식·가공식품 중심 식생활 확산으로 영양 밀도는 낮아지고, 나트륨과 당류 섭취는 증가하는 경향도 뚜렷했다.

 

특히 최근 단백질 보충제와 단백질바 등 초고단백 식습관이 유행하면서 신장 건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 교수는 “단백질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질소 노폐물은 신장을 통해 배출되는데, 장기간 과잉 섭취할 경우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신장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고단백 식단이나 보충제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질환 진행 속도를 높일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급적 단백질은 일반 식품을 통해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단백질 식품으로는 닭가슴살이 꼽히지만, 특정 식품에 편중된 식단은 지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허 교수는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 같은 육류와 생선, 달걀, 유제품은 필수아미노산을 고루 함유한 양질의 단백질원”이라면서도 “포화지방이 많은 부위나 나트륨 함량이 높은 가공육은 제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콩류와 견과류 같은 식물성 단백질은 포화지방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부 필수아미노산이 부족할 수 있다”며 “곡류와 함께 섭취하면 부족한 아미노산을 보완할 수 있어 영양적으로 더 우수한 식사가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식인 곡류는 백미 등 정제곡보다 통곡물 형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 시중 판매 중인 닭가슴살, 프로틴 바

 

식품별 단백질 함량도 소개했다. 닭가슴살은 1회 분량당 약 14g의 단백질을 함유해 하루 권장량의 약 20~30%를 충족할 수 있으며, 돼지고기 안심·등심과 고등어·연어·삼치·오징어·새우 등 어패류 역시 11g 이상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어 하루 한 끼 단백질 식품으로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달걀과 우유는 단백질 함량 자체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지만 체내 흡수률을 의미하는 생물가(BV)가 높은 우수 식품으로 평가했다.

 

하 교수는 “건강한 식사는 단순히 단백질만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곡류·채소류·과일류·유제품·고기·생선·달걀·콩류를 균형 있게 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탄수화물·지방·단백질은 서로 보완 관계에 있기 때문에 특정 영양소 수치에 집착하기보다 전체적인 식사의 질과 에너지 균형을 고려한 식습관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건강관리의 핵심은 특정 영양소를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연령과 생활습관에 맞춘 균형 잡힌 식사를 지속하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 시중 판매 중인 단백질 음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