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서영 기자
- 승인 2026.04.13 07:54
프랑스 사례, 건강 효과 불확실…물가 상승·산업 악영향
설탕세 GDP 대비 미미한 수준 불구 저소득층엔 부담
농경연-조세재정연구원 정책 토론회
식품업계가 가당 음료에 대한 설탕 부담금(설탕세) 도입 논의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당류 저감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새로운 규제보다는 업계의 자율적인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공동 주최로 열린 ‘가당음료 설탕부담금 정책토론회’에서 이상욱 식품산업협회 식품안전본부장은 “업계도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정책에는 동의하지만, 지금 설탕세를 부과해 정책을 펴나가는 것이 이 시점에서 맞는지 의문”이라며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이 본부장은 설탕 부담금이 명칭과 무관하게 실질적인 세금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설탕이 들어간 만큼 소비자가격에 반영돼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소비자가 비용을 부담하게 돼 국민은 이를 세금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도 이를 세금으로 인식해 반대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현재 식품업계가 처한 대내외적 경제 상황도 우려의 이유로 꼽았다. 식품업계는 수입 원료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중동 정세 불안으로 원유 가격이 오르고 포장재 원료 수급에도 한계가 나타나는 등 원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이 본부장은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로 원가 부담을 소비자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식품업계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 전반과 고용 등 민생에 우려스러운 일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정책 논의가 식품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설탕세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성공 사례로 꼽히는 영국조차 초등학생의 건강 체중 유지 비율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오히려 감소하고 과체중과 비만 비율은 증가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설탕세가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 수단이 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연구에서도 정책 효과에 대한 일관된 결과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도 덧붙였다.
제도 도입에 따른 각종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대안으로는 식품업계의 자율적인 당류 저감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본부장은 “업계는 식약처의 정책 방향에 발맞춰 자율적으로 당과 나트륨 저감 노력을 지속해 왔다”며 “저당 제품과 제로 제품을 지속해서 개발해 2020년 대비 지난해 저당 제품 시장이 3배 이상 성장하는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는 소비자 선택 중심의 소비 구조 변화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으며, 규제 없이도 산업과 시장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설탕세와 같이 국민 생활과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경제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정부는 성공적인 당류 저감 정책과 식생활 개선 정책을 고도화하고, 업계는 자율적인 개선 노력을 이어가는 것이 당 섭취량을 줄이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발제자 및 토론자로 나선 전문가들의 분석에서도 규제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과 부작용 우려가 잇따라 제기됐다.
박연서 국회예산정책처 세제분석관은 과거 담뱃세 인상 사례를 들며 가격 정책의 한계를 꼬집었다. 박 분석관은 “2015년 담배 가격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랐을 때 단기적으로는 소비량이 줄었지만, 결국 소비자들이 가격에 적응하면서 판매량 자체는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전체 가격의 70% 이상이 세금과 부담금인 상황에서도 사실상 소비 행태를 변화시키는 건 상당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에서도 설탕세로 걷히는 세수 수준은 GDP 대비 0.1% 수준밖에 안 돼 실질적인 재원 조달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설탕 부담금에 대한 접근은 정교하게 설계해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가격 기제뿐만 아니라 비가격 정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성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식품원예경제연구실장 역시 건강 개선 효과의 불확실성과 물가 상승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비만은 지방이나 총 열량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것인데, 특정 식품 규제만으로 당류 섭취를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며 “실제 제도를 도입한 프랑스와 헝가리에서도 체질량지수(BMI) 등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고돼 건강 개선 효과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또한 박 실장은 “소비자 조사 결과 응답자의 86%가 설탕 부담금이 소비자가격으로 전가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며 “설탕은 대부분의 식품에 포함돼 있어 부담금이 부과될 경우 광범위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규제를 피해 다른 당류 식품 소비가 늘어나는 ‘풍선 효과’에 대해서도 소비자의 69%가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도가 산업 위축과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 역시 구체적인 수치로 뒷받침됐다. 박 실장은 “우리나라 식품 산업은 약 74조 원, 음료 산업은 약 12조 원 규모”라며 “여기에 부담금이 부과될 경우 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 고용이나 투자 위축 등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최성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전망센터장은 설탕세의 조세 역진성 문제를 언급하며 “가당 음료에 세금을 부과할 경우 저소득층에게 세금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하는 소득 계층별 분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규제 확대에 대한 업계의 불안을 방증하는 해외 사례도 소개됐다. 최 센터장은 “덴마크의 경우 포화지방에 비만세를 도입했다가 거센 조세 저항에 부딪혀 제도를 완전히 폐지했고, 헝가리는 소금, 초콜릿, 사탕 등에까지 과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 함량 기준 이하 면제 혜택…재원 건강 증진 사용을
고당 제품 ‘저당’ 전환을 목표로 차등 세율 설계해야
외식 뺀 음료에 한정하고 1년 반 이상 유예기간 줘야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제도가 도입될 경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각계 전문가들의 구체적인 정책 설계 제언도 이어졌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단순한 가격 인상이 아닌 소비자와 기업의 행동 변화를 동시에 이끌어낼 수 있는 세밀한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며 “당 함량 기준을 명확히 설정해 기준치 이하로 낮추면 부담금을 면제해 주고, 가격 전가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이 수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거둬들인 재원은 국민 건강 증진과 청소년 비만 예방 등에 사용 목적을 명확히 하고, 풍선 효과를 막기 위해 인공 감미료까지 정책 범위에 포함하며 식환경 개선 등 비가격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주 해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미래 주역인 청소년 보호에 초점을 맞춰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며 “기업이 스스로 당류를 줄이는 제조법으로 전환하도록 당 함량 기준의 종량세와 단순한 차등 세율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세수는 건강 음료 보조금 지급 등 학교 내 환경을 개선해 학생들이 건강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미성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식량경제연구본부장은 “단순히 음료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고당 제품을 저당 제품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부과 대상은 제조사 및 수입사로 한정하되 음료류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일정 구간 아래는 면세하는 구조를 도입해 산업계의 자율적인 배합 비율 변경을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면세 구간과 함량 기준은 식약처 등 공신력 있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교하게 설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은철 연세대학교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교수는 “설탕 부담금 도입의 가장 핵심적인 목표는 세수 확보가 아니라 소아·청소년의 비만과 당뇨를 예방하는 것”이라며 “제도의 진정한 성공은 세금이 많이 걷히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체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당 함량을 낮춰 궁극적으로 걷히는 세금이 ‘0원’이 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를 위해 당 함량 기준에 따라 세금을 차등 부과하는 ‘영국식 모델’을 지지하며, 기업이 제조법을 바꿀 수 있도록 1년 반 이상의 충분한 유예기간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과세 대상은 징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외식업체 대신 가공 음료 제조사에 한정하고, 제로 음료 과세는 아직 위해성 근거가 부족하므로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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