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단독] 스포츠 뉴트리션, “영양에서 설계로” 판도 변화...기술 경쟁 본격화

곡산 2026. 4. 16. 07:38
[단독] 스포츠 뉴트리션, “영양에서 설계로” 판도 변화...기술 경쟁 본격화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6.04.14 18:06

에너지젤·흡수기술·천연소재까지 전면 재편
김원석 서도비엔아이 대표 “고분자 물성과 제형 설계가 퍼포먼스 좌우"
김원석 서도비엔아이 대표가 최근 열린 고분자학회에서 ‘스포츠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스포츠 뉴트리션 소재의 다각화 및 제형 설계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스포츠 뉴트리션이 단순한 영양 보충을 넘어 ‘소재 공학’과 ‘제형 설계’ 중심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

운동 인구 확대와 퍼포먼스 중심 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에너지 전달 효율과 흡수 메커니즘까지 정밀하게 설계하는 '기술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제 스포츠 뉴트리션은 단순히 무엇을 넣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전달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고분자 물성 제어와 제형 설계가 퍼포먼스를 결정하는 시대입니다.”

서도비엔아이 김원석 대표는 최근 열린 고분자학회에서 ‘스포츠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스포츠 뉴트리션 소재의 다각화 및 제형 설계 전략’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강조하며, 스포츠 뉴트리션 산업의 본질적 변화를 ‘전달 기술 중심의 산업’으로 규정했다.

 

■ 선수에서 일상으로…스포츠 뉴트리션의 시장 확장

김 대표는 스포츠 산업의 변화가 곧 뉴트리션 시장의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건강 중심 라이프스타일 확산과 △러닝 등 지구력 스포츠의 대중화, △퍼포먼스 제품 수요 증가, △기능성 식품 시장 확대가 맞물리면서 스포츠 뉴트리션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실제 글로벌 스포츠 뉴트리션 시장은 연평균 12% 이상 성장하며 2032년까지 지속적인 확대가 예상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소비층의 변화다. 과거 선수 중심이던 시장이 일반 소비자로 확장되면서, 단백질 보충제나 스포츠 음료를 넘어 면역, 수면, 피부, 장 건강 등 ‘데일리 케어’ 영역까지 카테고리가 넓어지고 있다. 이는 스포츠 뉴트리션이 특정 목적식에서 일상 건강관리 솔루션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 “에너지 공급에서 ‘전달 설계’로”…기술 경쟁의 중심 이동

김 대표는 스포츠 뉴트리션의 진화를 세 단계로 설명했다. 과거 고당류 중심의 단순 에너지 보충에서, 현재는 흡수 효율과 전해질 균형을 고려한 퍼포먼스 최적화 단계로, 앞으로는 개인 맞춤형 정밀 영양 설계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전달 경로’다. 위에서의 배출 속도, 소장에서의 흡수 메커니즘(SGLT1, GLUT5), 혈류를 통한 이동, 근육에서의 산화율까지 전 과정이 설계 대상이 되고 있다. 결국 같은 영양소라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퍼포먼스가 달라지는 구조다.

대표적인 사례가 탄수화물 설계다. 단순당 중심의 제품은 빠른 에너지 공급에는 유리하지만 위장 부담과 혈당 변동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고분자 탄수화물, 특히 클러스터 덱스트린(HBCD)과 같은 소재가 주목받고 있다.

김 대표는 “고분자 탄수화물은 분자량이 크기 때문에 삼투압이 낮아 위 배출이 빠르고, 운동 중 위장 불편을 줄이면서도 지속적인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에너지젤 진화…점도·삼투압·조성까지 설계

이러한 기술 변화는 에너지젤 제품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김 대표는 고성능 에너지젤의 핵심 조건으로 ▲높은 에너지 밀도 ▲적정 점도 ▲빠른 위 배출을 제시했다.

특히 점도 설계는 섭취 편의성과 흡수 속도를 동시에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점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고, 반대로 너무 낮으면 섭취 과정에서 불편함이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단박화(shear-thinning)’ 특성이 적용된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파우치 상태에서는 점도를 유지하지만, 섭취 시에는 부드럽게 흐르는 물성으로 설계된 것으로, 실제 스포츠 현장에서의 사용성을 크게 개선한 사례로 꼽힌다.

또한 포도당과 과당을 함께 사용하는 복합 탄수화물 전략도 중요한 기술로 제시됐다. 서로 다른 수송체를 활용함으로써 시간당 흡수 한계를 60g에서 90g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 클린라벨·천연소재…“기능성과 소비자 신뢰 동시에”

소재 측면에서는 클린라벨과 천연 원료 기반 설계가 주요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과일 농축액, 벌꿀, 아가베 시럽 등 자연 유래 당을 활용한 제품은 빠른 에너지 공급과 함께 소비자 신뢰 확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커큐민, 생강 추출물, 폴리페놀 등 항염·항산화 기능을 갖춘 천연 소재가 결합되면서 스포츠 뉴트리션은 단순한 에너지 보충을 넘어 회복과 컨디션 관리까지 아우르는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천연 소재는 생체이용률이 낮고 풍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미세캡슐화 기술과 같은 고분자 기반 전달 기술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김 대표는 “고분자 매트릭스와 캡슐화 기술을 적용하면 기능성 소재의 안정성과 흡수율을 크게 높일 수 있으며, 기존 대비 최대 2.5배 수준의 효율 개선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운동 후까지 설계…회복 중심 뉴트리션으로 확장

운동 후 회복 시장 역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단백질 음료는 이제 근육 회복과 재생을 촉진하는 핵심 솔루션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운동 후 30분 이내 20~25g 수준의 단백질 섭취가 효과적인 것으로 제시되며, 저점도·무유당(Lactose-free) 설계를 통해 소화 부담을 줄이고 흡수 속도를 높이는 제품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 “소재+제형+데이터”…차세대 스포츠 뉴트리션 경쟁 시작

김 대표는 향후 스포츠 뉴트리션 시장의 경쟁력을 좌우할 요소로 ▲개인 맞춤형 영양 설계 ▲스마트 전달 시스템 ▲미세·나노 캡슐화 ▲디지털 기반 흡수율 최적화 기술을 제시했다.

그는 “앞으로는 단순한 배합 기술을 넘어, 소재 공학과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정밀 영양 전달 시스템이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며 “스포츠 뉴트리션은 ‘먹는 제품’에서 ‘퍼포먼스를 설계하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포츠 산업의 변화가 만든 새로운 시장에서, 결국 관련 식품의 승부를 가르는 것은 원료가 아니라 ‘설계’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