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관련법령

[김미연 변호사의 식품 판례 프리즘①] 식품의 기능성 광고 허용범위에 대한 해석의 괴리 및 시사점

곡산 2026. 3. 10. 07:54
[김미연 변호사의 식품 판례 프리즘①] 식품의 기능성 광고 허용범위에 대한 해석의 괴리 및 시사점
  •  김미연 변호사
  •  승인 2026.03.03 07:44

고시형 원료 함유 안 한 일반식품, 기능성 표현 행정 처분
법원 “제품 아닌 원료에 대한 설명”으로 간주 취소 판결
건기식 오인 정도 아니면서 영양 목적일 땐 표현 허용
법관 특정 분야 숙지 못하는 한계…법률로 재정비 필요
 

변호사로서 식품 분야에서 일하면서, 제도의 체계 미비, 법규에 대한 행정부와 사법부의 해석의 괴리 등으로 인한 안타까움을 자주 느낀다. 식품 산·학계는 식품 전문가의 입장에서만 이야기하고 법조계는 법률 전문가의 시각에서만 바라보니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로 인하여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데도 현실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이에 앞으로 여러 판례를 소개함으로써 서로의 시각 차이를 좁히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데 보탬이 되고자 한다.

 

김미연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식품의 기능성 및 이에 대한 표시·광고는 건강기능식품법, 식품표시광고법에서 규율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법이 2003년 시행되면서 ‘건강기능식품’을 정의하고 기능성 원료의 인정 요건 및 절차를 법제화하였으며, 2019년 시행된 식품표시광고법은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를 금지 유형으로 정했다.

 

식품표시광고법 시행령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식품에 기능성이 있는 것으로 표현하는 표시·광고’를 원칙적으로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하였고, 2020년 시행된 「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로 보지 아니하는 식품등의 기능성 표시 또는 광고에 관한 규정」에 따른 ‘기능성 표시 식품’ 등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기능성 표현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것이 법규의 문언이고, 소관 부처인 식약처의 해석이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2025. 11. 위와 같은 법규의 문언 및 해석을 정면으로 뒤집는 판결을 선고하였다(2025구단53526). 이 사건에서 영업자는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일반식품에 대하여 소화 촉진, 이뇨 작용, 혈당 감소 등의 기능성을 표현하여,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하였다는 사유로, 행정청(구청장)으로부터 영업정지 7일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법원은, 광고에서 ‘원료’라는 단어를 반복하여 사용함으로써 제품이 아닌 원료에 대한 설명임을 강조하였고, 일반식품임을 명시하여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할 가능성을 차단하였으며, 원료의 기능성을 안내하고 광고한 것일 뿐 제품 자체의 기능성을 광고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처분을 취소하였다.

 

이 사건에서 행정청은 위 광고가 「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로 보지 아니하는 식품등의 기능성 표시 또는 광고에 관한 규정」에서 허용한 기능성 표시·광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① 행정청이 해당 제품의 영양성분 함량이 고시에서 정한 기준 미달인 점, 광고에 포함된 기능성이 고시에서 정한 기능성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고, ② 해당 제품의 영양성분 함량은 지방 0.6g, 당류 3g, 나트륨 120mg으로서 고시 [별표 1]에서 정한 영양성분 함량 기준을 충족하며, ③ 소화 촉진, 이뇨 작용, 혈당 감소 등은 고시 [별표 2] 제1호에서 규정한 기능성 중 식후 혈당 상승 억제, 배변 활동 도움 등에 포함된다고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하면서, 행정청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법원의 판단은 위 고시의 규정 취지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위 고시 제4조 제1항은 일반식품에 표현할 수 있는 기능성 범위를 제1 내지 4호로 한정하고 있고, 그중 제1호는 건강기능식품의 고시형 기능성 원료 중 [별표 2]에 나열된 29개 기능성 원료에 대하여 해당 기능성 원료별로 표현할 수 있는 기능성 내용을 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문제된 제품은 29개 기능성 원료 중 어떤 것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법원은 단지 광고의 기능성 표현이 [별표 2]에서 규정한 기능성 내용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하면서, 기능성 표현의 전제인 기능성 원료 사용 여부는 아예 고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위 판결은 구청장이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다.

 

위 판결은 하급심 판결이므로 위와 같은 논리가 일반적으로 확립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비슷한 판결이 계속 나온다면 현행 건강기능식품 제도, 기능성 표시 식품 제도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판결이 나오는 이유와 시사점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일반식품에 대하여 기능성을 표현하더라도 의약품,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할 정도가 아니고 영양 섭취가 주된 목적·기능인 ‘식품’으로서의 본질을 유지하는 한도 내에서는 허용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비빔밥에 대하여 아무리 약리적 효능을 표현하더라도 소비자들은 비빔밥을 식사를 위하여 섭취하는 식품으로 볼 뿐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가공식품에 대하여 기능성 표현을 금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일반식품과 의약품, 건강기능식품이 본질적으로 어떻게 다르고 어떤 기준에 따라 분류해야 하는지,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현을 위하여 갖추어야 할 과학적 근거는 어느 정도이고 표현 범위는 식품으로서의 본질이 오인되지 않도록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 그 경계를 설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방향이 변화해야 한다.

 

둘째, 현재와 같은 고시 중심의 규율 체계로는 제도가 유지되기 어렵다.

 

법 이론상 법규 자체의 존재·내용은 소송에서 당사자가 증명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법원에서 직권으로 확정·해석·적용해야 하는 영역이나, 현실적으로 법원은 다양한 분야와 유형의 사건을 처리하느라 특정 분야 법규의 전체적인 체계와 내용을 파악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쏟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식품 법규는 특정 사안에 대한 적용 법조가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등에 흩어져있고 고시의 내용도 복잡하여 결코 친절하지 않다.

 

그래서 이를 적용해야 할 지자체 위생과 공무원도 잘 모르고, 식품 사건을 가끔 다루는 법원도 잘 모르고, AI도 잘 모른다. 때로는 소관 부처인 식약처 공무원도 고시 내용을 찾기 어렵다고 하는데, 이를 국민에게 지키도록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무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중요한 사항은 법률에 근거를 두도록 하고, 수범자의 입장에서 적용 법조를 파악하기 쉽도록 규범 체계의 재정비가 시급하다.

 

 필자 약력

 -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 변호사
 - 前 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
 - 現 한국식품산업협회 표시광고자율심의위원회 위원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광고심의분과 위원
       서울특별시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식품안전정보원 비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