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상도 교수
- 승인 2026.03.09 07:42
가공식품·정제 탄수화물·첨가당 섭취 자제 재확인
단백질 상향·유제품에 관대, 산업 이해 반영 비판도
만성질환 대응 잠재력 동의…장기적 효과 검증 필요
미국 연방정부는 지난 1월 7일, 향후 5년간 적용될 2025~2030 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DGA)를 공식 발표했다. 이 식이지침은 미국 영양 정책의 근간일 뿐 아니라, 전국의 학교급식 프로그램, SNAP·WIC 등 연방 영양 복지 제도, 노인·장애인 급식까지 수천만 명의 식단 설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개정은 단순한 영양 권고의 수정이 아니라, 국가 식품·보건 정책의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

이번 개정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의 ‘전통적 권고’에서 상당 부분 벗어난, 아니 경우에 따라서는 정반대에 가까운 변화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만큼 공중보건과 식품 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식생활 권고 체계의 재구조화다. 탄수화물을 식단의 기초로 두던 기존 피라미드형 사고에서 벗어나, 단백질·유제품·건강한 지방의 역할을 상대적으로 강조하는 방향으로 메시지가 이동했다. 동시에 가공식품, 정제 탄수화물, 첨가당 섭취를 줄이라는 권고는 더욱 분명해졌다. 이는 1980년대 이후 미국 식이지침을 지배해 온 ‘저지방·고탄수화물’ 중심 패러다임에서, 보다 ‘실제 음식(Real food)’과 식품의 질을 중시하는 접근으로의 전환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과거 지침은 탄수화물을 식단의 기반으로 설정하고 지방, 특히 포화지방을 심혈관질환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반면 이번 지침은 기존 MyPlate 개념을 유지하면서도, 첨가당과 주류 제한을 보다 강하게 강조하고, 정량적 권고의 일부를 조정했다.
특히 한 끼당 첨가당 10g 이하라는 새로운 기준은, 종전의 ‘총열량의 10% 이하’라는 비율 중심 권고보다 훨씬 엄격한 메시지다. 이는 ‘영양 과잉 시대’에 접어든 미국 사회의 식생활 현실을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한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여전히 과도한 첨가당과 초가공식품 섭취, 그로 인한 만성질환 부담을 고려할 때, 이러한 방향성 자체는 공중보건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번 가이드라인은 동시에 제작 과정과 과학적 근거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독립 자문위원회(DGAC)가 제시한 일부 과학적 권고가 최종 지침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대신 별도의 ‘Scientific Foundation’ 보고서를 토대로 정책이 설계됐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특히 단백질 권고량의 상향, 전체 지방과 포화지방에 대해 상대적으로 완화된 시각, 풀팻(full-fat) 유제품에 대한 보다 관대한 접근은 기존의 심혈관질환 예방 중심 영양 모델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이에 대해 일부 영양학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과학적 합의의 결과라기보다는, 농축산업과 식품산업의 이해관계, 정치적 고려가 반영된 결과라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식이지침은 결코 단순한 ‘영양 정보집’이 아니다. 미국의 학교급식 기준, 연방 영양 복지 정책, 의료보험과 연계된 건강관리 모델, 식품 규제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시스템의 출발점이다. 따라서 지침의 방향이 바뀌면, 연방 영양프로그램의 목표 설정과 자원 배분, 급식 기준 전반의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이번 개정은 건강 메시지의 업데이트를 넘어, 과학적 엄격성·정책 투명성·현실적 실행 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요구하는 정책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침이 미국의 만성질환 부담에 대응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장기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식이지침은 “무엇을 먹으라”고 말하는 문서가 아니라, “왜 그렇게 권고하는가”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침은 과학이 아닌 정책의 산물로만 인식될 위험이 있다.
이번 개정이 던지는 메시지는 어쩌면 단순하다. 어떤 음식도 절대적으로 ‘선(善)’이거나 ‘악(惡)’일 수는 없으며, 식생활은 언제나 사회·경제적 환경과 함께 변화해 왔다. 건강은 특정 식품군의 배제나 맹신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음식의 질(質)뿐 아니라 섭취량이라는 양(量)적 요소, 그리고 이를 균형 있게 소화해 내는 신체 활동과 생활 습관이 함께 고려될 때 비로소 건강은 유지된다.
미국의 식이지침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기준이 바뀌면, 세계 식품산업과 영양 정책의 흐름 역시 영향을 받는다. 향후 정책 운영과정에서 근거의 투명성, 과학적 엄정성, 건강 불평등 해소라는 세 가지 기준이 균형 있게 구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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