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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홈플러스 ‘1000억 긴급 수혈’로 기사회생?…3월 초 ‘운명의 달’

곡산 2026. 1. 30. 07:09
벼랑 끝 홈플러스 ‘1000억 긴급 수혈’로 기사회생?…3월 초 ‘운명의 달’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6.01.29 07:56

삼양식품 등 신규 납품 중단 강경한 입장
LG생건 등 물량 조정하면서 상황 관망
유통기한 짧은 유제품 업체 선입금 요구
중소기업 결제 원활하지 않아 진퇴양난
 

유통업계의 한 축을 담당하던 홈플러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대금 지급 지연으로 인한 납품사들의 이탈과 경영진을 향한 검찰 수사라는 ‘내우외환’ 속에서, 주주사인 MBK 파트너스가 보증을 통해 1000억 원 규모의 긴급 자금 투입을 결정하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홈플러스 매장 곳곳에서는 라면, 커피, 생수 등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주요 생필품 매대가 비어 있거나 특정 브랜드 제품만 드문드문 진열되는 등 상품 공급망 차질이 현실화되고 있다. 2025년 하반기부터 일부 대형 제조사들이 미수금 채권 확보를 위해 신제품 공급을 중단하거나 주문 물량을 줄이는 등 보수적인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납품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신제품 공급을 제한하고 기존 재고 소진에 주력하면서 대형마트로서 홈플러스가 가진 상품 경쟁력은 약화되는 추세다.

 

대형 제조사들은 업체별 상황에 따라 공급 중단과 물량 조절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며 압박 수위에 차이를 두고 있다. 삼양식품과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말부터 주요 제품의 신규 납품을 전면 중단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생활건강과 동서식품 등은 전면 중단 대신 물량 조절과 거래 점포 축소에 집중하며 상황을 관망 중이다. 특히 유통기한이 짧아 리스크에 민감한 유제품사들은 대금 지급 불확실성이 커지자 즉각적인 공급 중단이나 선입금을 요구하는 등 보수적인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 회생 절차를 밟으며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건 홈플러스가 고강도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홈플러스는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선제적으로 폐점하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 주요 자산을 매각해 채무 변제와 운영 정상화를 위한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진은 작년 말 폐점한 홈플러스 가양점.
 

반면 홈플러스 매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 식품업체들은 대기업보다 가혹한 처지에 놓여 있다. 납품을 중단하면 당장의 매출원이 사라지고, 공급을 지속하자니 대금을 떼일 수 있다는 공포 속에 진퇴양난의 고통을 겪고 있다. 자체 체력이 부족한 중소 납품사들은 현재 국책은행 등이 시행 중인 대출 만기 연장과 경영안정자금 지원 등에 기대어 하루하루를 버티는 실정이다.

 

납품사 관계자는 “대금 결제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물량을 늘리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현재는 추가 손실 방지를 위해 상황을 관망하며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주주사인 MBK 파트너스는 지난 1월 16일 홈플러스의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3000억 원 규모의 DIP(회생기업 운영자금) 대출 중 1000억 원을 우선 분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자금은 보증을 통해 마련돼 임직원 급여 지급과 협력업체 대금 정산에 최우선 투입될 예정이다. 홈플러스 측은 “이번 지원이 협력업체와의 신뢰를 회복하고 상품 공급을 정상화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홈플러스가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의 골자는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통한 수익성 확보에 방점이 찍혀 있다. 우선 유동성 확보를 위해 알짜 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SSM)’의 분할 매각을 공식화했다. 시장 가치가 높은 익스프레스 사업부를 정리해 자금을 수혈하고, 이를 토대로 채무 변제와 운영 정상화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부실 점포를 정리하는 효율화 작업도 병행된다. 수익성이 낮은 점포의 선제적 폐점을 시작으로, 향후 6년간 총 41개 부실 거점을 단계적으로 정리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인력 효율화와 관련해 매년 발생하는 1500여 명의 자연 퇴직 인력을 활용해 인위적인 감원 없이 유휴 인력을 전환 배치함으로써 고용 안정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와 금융권의 뒷받침도 회생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주요 채권은행단은 홈플러스의 위기가 중소 협력사의 연쇄 도산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등 금융 지원을 검토 중이다. 유동성 애로를 겪는 중소 납품사를 대상으로 경영안정자금 등 정책적 지원을 통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망 구축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성공적인 구조혁신 이후 홈플러스는 85개의 대형마트와 온라인·몰 사업을 주축으로 연 매출 약 5.5조 원 규모의 건강한 유통 기업으로 재탄생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여기에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도 한 축을 담당한다. 주요 채권단은 중소 협력사의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해 금융 지원을 검토 중이며, 국책기관인 산업은행 등이 긴급운영자금 지원에 참여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검찰이 단기채(전단채·ABSTB) 발행 문제와 관련해 경영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등 사법 리스크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측은 회계 처리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하며, 정상화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의 눈은 이제 2026년 3월 3일로 예정된 법원의 회생계획안 승인 여부에 쏠리고 있다. 승인 시 3000억 원의 자금 수혈로 정상화 궤도에 진입하겠지만, 미승인 시에는 추가적인 구조조정이나 매각 실패로 인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홈플러스가 이번 위기를 딛고 다시 국민 마트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유통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직원 대의기구인 한마음협의회는 “가족을 포함해 10만 명의 생계가 달린 만큼 정부와 관계기관의 실질적인 협조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