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서영 기자
- 승인 2026.01.07 14:40
참치액부터 친환경 지갑까지, '업사이클링' 기술로 ESG와 수익성 ‘두 토끼’ 사냥

식품산업이 기후 위기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 속에서 ‘지속가능성’을 실현해야 하는 중대한 변곡점에 섰다. 과거 환경오염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포장재가 고도화된 기술을 통해 탄소 중립의 핵심 동력인 ‘순환 자원’으로 재조명받으며, 자원순환은 이제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돼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한국식품산업협회(이하 협회)가 발간한 ‘2025 식품산업 자원순환 우수사례집’은 격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업계가 치열하게 고민해 온 혁신의 기록을 담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2025년은 자원순환 정책에 있어 상징적인 해다. EU가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을 제정하고, 국내에서는 신규 플라스틱 생산 저감을 위한 ‘재생원료 사용의무 제도’가 신설되는 등 굵직한 제도적 변화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번 사례집에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춘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이 상세히 담겼다. 식품업계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파트너로서 △무라벨·무색 페트병 전환 △페트병 경량화를 통한 폐플라스틱 감량 등을 주도해 왔다. 특히 지난 1년간 진행된 ‘재생원료 사용 PET병 민관 합동 품질 모니터링’에 적극 참여해 국내 최초로 재생원료 제품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제도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협회는 이번 사례집을 △지속가능한 자원 △지속가능한 전환 △지속가능한 개선 △지속가능한 실천 △지속가능한 확산 등 총 5개 파트로 구성해 체계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동원F&B, 농심, 롯데칠성음료, 매일유업 등 주요 20개 기업은 원료 수급부터 폐기물 재활용, 정부 협력 사업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별 구체적인 성공 사례를 공개했다.
탄소중립과 순환경제 달성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기업들은 규제 대응을 넘어 친환경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대한민국 식품산업이 기후 위기 속에서 어떻게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 그 치열한 현장의 노력을 알아보고자 해당 사례집의 핵심 내용을 △자원 △전환 △개선 △실천 △확산 등 5개 파트로 나누어 정리해 싣는다.
[Part 01. 지속가능한 자원] 버려지던 부산물, ‘보물’이 되다… 푸드 업사이클링의 현주소
식품 제조 공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부산물은 오랫동안 처리 비용이 드는 ‘골칫덩이 폐기물’로 취급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탄소 중립과 ESG 경영이 기업의 핵심 생존 전략으로 떠오르면서, 이 부산물을 새로운 부가가치 원료로 재해석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협회가 발간한 우수사례집의 첫 번째 파트인 ‘지속가능한 자원’ 편에서는 바로 이 ‘버려지는 자원의 가치 재발견’에 주목했다.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첨단 기술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더해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푸드 업사이클링(Food Upcycling)’이 그 핵심이다.
이번 파트에서는 동원F&B, 롯데웰푸드, 아워홈, CJ제일제당, KGC인삼공사 등 5개 기업이 참여해, 참치 자숙액부터 카카오 껍질, 식빵 테두리, 깨진 쌀알, 영농 폐기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원의 순환 사례를 공개했다. 버려지던 것들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자원순환의 잠재력과 미래 가능성을 입증한 이들의 구체적인 노력을 소개한다.
◇ 동원F&B, 참치 자숙액의 재발견…‘버려지던 물’이 ‘국민 소스’로
동원F&B는 참치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처리에 대한 고민에서 자원순환 사업을 시작했다. 참치 원물 중 횟감이나 통조림에 사용되는 부위는 30~40%에 불과하고, 나머지 60~70%는 부산물로 버려지는 현실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특히 참치를 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숙액(삶은 물)’에는 단백질과 맛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음에도, 과거에는 대부분 폐수로 처리돼 환경 부담과 비용을 유발하는 요인이었다.
이에 동원F&B는 자숙액 내 유용 성분을 분석하고 이를 고부가가치 소재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자숙액을 가열·농축하는 공정을 도입해 1997년부터 ‘참치 농축액’으로 상품화했으며, 최근에는 푸드테크 기술을 접목해 ‘동원참치액’과 같은 조미 소스로 개발해 선봬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식품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금속·미생물 전수검사를 실시하고 공정별 위생 점검표를 확립하는 등 철저한 품질 관리를 병행했다.
이러한 노력은 경제적 가치와 환경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버려지던 자숙액을 제품화해 폐기물 처리 비용을 절감했을 뿐만 아니라, 연간 100톤 이상의 폐수 처리량을 감축해 환경오염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또한 농축액과 참치액 등 신규 제품 출시를 통해 새로운 매출원을 확보하고,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며 지역 사회와의 상생에도 기여했다.
동원F&B는 앞으로도 ‘버려지는 자원의 가치 재발견’을 목표로 부산물 자원화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경남 규제자유특구 실증 사업을 통해 자숙액뿐만 아니라 참치 머리, 껍질, 눈 등 수산 부산물 전반을 재활용하기 위한 과학적 근거와 법제화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향후 이를 바이오헬스 소재나 펫푸드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개발해 산업 전체의 친환경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 롯데웰푸드, 카카오 껍질로 만든 지갑…부산물의 화려한 변신
롯데웰푸드는 국내 유일의 ‘빈투바(Bean to Bar)’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어 카카오 원두 가공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카카오 껍질(카카오쉘)’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B2B 식용유지 사업자로서 폐식용유 처리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원순환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이는 단순 폐기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업사이클링을 통해 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함이었다.
회사는 사내 벤처 프로젝트를 통해 카카오 껍질을 친환경 가죽 소재로 재탄생시켰다. 이를 활용해 지갑, 필통 등 다양한 굿즈를 제작했으며, 비식품 분야인 가죽 공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 업체와 협력했다. 또한 거래처에서 발생한 폐식용유를 수거·정제해 바이오디젤 원료로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친환경 인증(ISCC EU)을 취득하는 등 사업 구조를 고도화했다.
이러한 활동은 글로벌 나눔 활동과 탄소 저감 성과로 이어졌다. 롯데웰푸드는 가나 현지 아동들에게 업사이클링 필통 4000개를 기부하는 ‘해피 사이클 위드 가나(Happy Cycle with Ghana)’ 캠페인을 통해 자원순환의 가치를 사회공헌으로 확장했다. 폐식용유 사업 역시 전용 수거 차량을 운영하며 계열사 간 협업을 이끌어냈고, 폐기물 재활용을 통한 실질적인 탄소 배출 감축 효과를 거두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향후 카카오 껍질 외에도 제조 공정에서 나오는 다양한 부산물의 잠재적 가치를 발굴할 예정이다. 지속가능한 순환 경제 모델 구축을 최종 목표로, 폐식용유를 활용한 친환경 에너지 개발 사업에 최적화된 프로세스를 구축해 제품 생산 시 발생하는 탄소를 저감하고, 폐식용유 재활용을 통해 더 강력한 탄소중립 활동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 아워홈, 식빵 테두리와 콩비지의 반란…‘푸드 업사이클링’ 선도
아워홈은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푸드 업사이클링’ 트렌드에 발맞춰 식품 제조 시 발생하는 부산물을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주목했다. 특히 샌드위치 공정에서 남는 식빵 테두리와 두부 생산 후 버려지는 콩비지는 폐기물 처리 비용과 환경 부담이 큰 품목이었다. 아워홈은 이를 단순 사료화하는 것을 넘어 고부가가치 식품 소재로 전환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식량 안보에 기여하고자 했다. 연구 끝에 아워홈은 식빵 테두리를 활용한 독자적인 발효종인 ‘OH뉴본발효종’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기존 상업용 효모보다 빵의 풍미와 식감을 살리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또한 두부 생산 부산물인 콩비지의 재활용 체계도 고도화했다. 아워홈 계룡공장은 월평균 발생하는 170톤의 콩비지 중 제품화에 쓰이는 약 19.5톤을 제외한 나머지 150여 톤을 가축 사료 원료로 전량 자원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환경부로부터 ‘순환자원 인정서’를 획득했으며, 2022년 10월에는 식품업계 최초로 ‘폐기물 매립 제로’ 플래티넘 등급(국제 검증 최우수 등급)을 달성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단순 사료화를 넘어 콩비지를 분말화해 쿠키의 원료로 사용하는 등 고부가가치 업사이클링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원순환 성과는 품질 향상과 조직문화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업사이클링 소재가 적용된 제품은 맛과 수분 유지력이 개선돼 품질 경쟁력을 확보했고, 식품업계 최초로 ‘폐기물 매립 제로’ 플래티넘 등급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무엇보다 사내에서 부산물을 ‘폐기 대상’이 아닌 ‘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인식하게 됐으며, R&D와 생산 등 전 부서가 협력하는 조직문화가 형성됐다.
아워홈은 2026년까지 식빵 테두리 활용률을 50% 이상으로 높이고, 적용 제품군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특허 심사 중인 ‘OH뉴본발효종’ 기술을 바탕으로 냉동생지와 인스토어 베이커리 제품까지 라인업을 늘리는 한편, 파(破)두부를 활용한 신제품 개발 등 지속적인 소재 연구를 통해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을 선도한다는 목표다.

◇ CJ제일제당, 깨진 쌀알이 ‘고단백 스낵’으로…K-푸드 지속가능성 전파
CJ제일제당은 ‘지속가능성’과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사내 벤처 프로그램 ‘이노백(INNO 100)’을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했다. 이 과정에서 햇반 제조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깨진 쌀(부산물)’에 주목했다.
회사는 내부 생산 공정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부산물의 종류와 특성을 파악하고, 기술적·경제적 가치를 평가해 업사이클링 아이디어를 도출했다. 특히 자원의 영양 성분과 물리적 특성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했으며, 기능성과 안전성 검토는 물론 외부 연구기관과 협력해 맛·품질·보존성 등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지난 2022년 4월 ‘익사이클 바삭칩’을 시장에 내놨다.
또 지속가능한 푸드테크 생태계 구축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성과도 눈에 띈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푸드 업사이클링 스타트업 ‘리하베스트’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해 제분 부산물인 밀 속껍질을 활용한 대체 밀가루 ‘리너지 가루’를 공동 개발했다. 이는 현재 리하베스트의 건강빵 브랜드 ‘리베이크’ 제품에 적용돼 가치 소비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푸드 업사이클링’과 ‘건강 스낵’이라는 차별화된 콘셉트는 시장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익사이클 바삭칩’은 2022년 4월 출시 이후 자사몰과 올리브영, 컬리 등 한정된 판매처에도 불구하고, 출시 10개월 만인 2023년 2월 누적 판매량 20만 봉에 육박하는 실적을 거뒀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영토 확장도 가속화하고 있다. 2023년 12월 미국, 말레이시아, 홍콩 유통채널 진출에 이어, 지난 2024년 8월에는 호주 코스트코 입점에 성공하며 K-푸드의 지속가능성을 세계에 알렸다. 현지 언론으로부터 업사이클링 푸드의 대표 사례로 조명받는 등 브랜드 가치도 크게 높아졌다.
CJ제일제당은 ‘2050년 탄소중립 및 제로 웨이스트’ 달성을 목표로 자원순환 체계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 판매 중인 국가 외에도 수출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매출 성장을 도모하는 한편, 친환경 포장재 개발과 저탄소 생산 공정 도입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 식품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 KGC인삼공사, 농가 골칫거리 ‘폐차광막’ 수거해 상생 생태계 조성
KGC인삼공사는 인삼 농가에서 발생하는 영농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인삼 재배에 필수적인 차광막 등은 부피가 크고 처리 비용이 부담스러워 농가에서 이를 불법 소각하거나 산야에 방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사는 이러한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경작인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농가 상생형 자원순환 모델을 기획했다.
공사는 인삼농업협동조합 및 재활용 업체와 협력해 체계적인 수거 시스템을 구축했다. 농민들이 지정된 장소에 폐기물을 배출하면, 전문 업체가 이를 일괄 수거해 인삼 지주목 등으로 업사이클링하는 방식이다. 초기에는 겨울철 기상 악화나 이물질 혼입 등으로 수거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조합과의 소통을 통해 처리 기간을 연장하고 배출 방식을 개선하며 문제를 해결했다.
사업 시행 결과 2024년 기준 793톤의 영농폐기물을 수거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농가는 폐기물 처리 비용을 절감해 실질적인 소득 증대 효과를 얻었고, 수입 목재 대신 업사이클링 된 친환경 지주목을 사용하게 돼 자원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다. 농가의 자발적인 참여가 늘어나며 환경 보전 의식이 개선된 점도 큰 수확이다.
KGC인삼공사는 앞으로도 영농폐기물 수거 지역과 물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농촌의 환경 오염을 방지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사용하는 순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농업 환경을 조성하고 탄소 배출 저감이라는 국가적 목표 달성에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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