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신년 기획] 식품 수출, 격변의 파도를 넘는 생존 전략① : GLP-1 골드러시, ‘약’을 지우고 ‘상황’을 팔아라

곡산 2026. 1. 7. 08:15
[신년 기획] 식품 수출, 격변의 파도를 넘는 생존 전략① : GLP-1 골드러시, ‘약’을 지우고 ‘상황’을 팔아라
  •  이주형 전문위원
  •  승인 2026.01.07 07:55

‘행정의 문’ 통과 미국선 최소한의 안전 장치…시장 내 방어전 준비해야
‘약 언급·위고비 효과’ 문구 제품, FDA·제약사 사냥감
모호한 ‘GLP-1 분비 촉진’ 표시 땐 FTC가 입증 요구
체중 감소 관련 단백질·미네랄 보충 등 내세우면 안전
아마존 광고 모방 위험…‘적합한 영양 설계’ 정도가 무난
세포배양 식품 인허가·규격 없어…자신의 논리로 선점을
이주형 전문위원(법무법인 비트 글로벌식품산업 지원실장)

2026년 식품 수출 환경을 단순히 “규제가 더 까다로워진다”라는 말로 설명하는 것은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세포배양식품과 GLP-1(비만치료제)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공급·수요 기술이 동시에 부상하면서, 식품 시장의 문법 자체가 바뀌고 있다. 두 영역 모두 아직 주인이 없는 무주공산(無主空山)이며, 먼저 들어가 기준을 설계하는 기업이 곧 2026년의 ‘룰메이커(Rule Maker)’가 된다.

하지만 두 시장이 요구하는 ‘대응 방식’은 분명히 다르다. 세포배양은 법령과 고시가 비어 있는 흰 도화지 위에 안전성 규격을 그려 넣으며 정부의 인허가를 받아내는, 즉 ‘행정의 문’을 여는 싸움이다.

반면, 오늘 우리가 집중적으로 다룰 GLP-1 연관 식품 시장은 다르다. 이는 이미 열려 있는 거대한 미국 유통 채널 안에서 의약품 규제, 소비자 집단소송, FTC 광고 규제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철저한 ‘시장 안쪽에서의 방어전(Defense in the Market)’이다.


한국식 ‘허가’ 마인드 vs 미국식 ‘방어’ 마인드


한국 기업들이 미국 진출 시 겪는 치명적인 인지 부조화가 발생한다. 바로 규제를 바라보는 문화의 차이다. 한국 기업의 경험과 역량은 대체로 “정부 인허가와 기능성 심사를 통과했느냐”에 맞춰져 있다. 행정적 허가를 받으면 규제 리스크가 상당 부분 정리됐다고 보는 관성이 강하다.

그러나 미국의 문법은 정반대다. 미국에서 FDA의 역할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안전 진입 장치(Entry Gate)”에 불과하다. FDA가 문을 열어줬다고 해서 당신의 제품을 보호해 주지는 않는다. 일단 시장에 들어오고 나면, 그때부터는 FTC(연방거래위원회), 주(State) 정부법, 소비자 집단소송, 그리고 ‘바운티 헌터(소송 사냥꾼)’들이 실질적인 룰메이커로 등장한다.

미국 시장에서 행정의 문을 통과했다는 사실은 소송의 방패가 되지 못한다. 세포배양원료가 곧 이 진입 단계의 차이를 마주하게 될 미래라면, GLP-1 시장은 이미 방어 단계에서 그 차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전장이다.

그렇다면 이 격변의 신규 시장, 특히 수요가 폭발하는 GLP-1 시장에서 한국 기업은 어떻게 '미국식 방어 논리'를 갖추고 생존할 것인가?


GLP-1, 아직 주인이 없는 거대한 신시장


전 세계는 지금 GLP-1 골드러시 한복판에 서 있다. 체중 감소와 대사 개선 효과가 입증되면서, 원래 당뇨병 치료제였던 약이 ‘비만 치료제’라는 이름으로 시장 지형을 바꾸고 있다.

이 시장의 핵심 변화는 소비자 행동에서 드러난다. GLP-1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적게 먹게 되었지만, 그만큼 무엇을 먹을지 더 신중하게 고르는” 사람들이다. 식사량이 줄어든 만큼 단백질·비타민·섬유질을 더 집중적으로 채워야 하고, 약물이 해결해 주지 못하는 메스꺼움·변비·근손실 같은 부작용을 관리해야 한다. 즉, 이들은 과거 다이어트 시장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 집단’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식품 기업에게는 두 가지 질문이 동시에 던져진다.

첫째, “이 새로운 소비자를 위한 제품을 누가 먼저 정의할 것인가.” 둘째, “그 제품을 어떤 언어와 증거 구조로 팔 것인가.” 앞의 질문이 시장의 문제라면, 뒤의 질문은 규제와 분쟁의 문제다. 그리고 이 두 질문을 동시에 설계해야만 2026년 이후의 미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미 GLP-1을 건드린 기업들의 세 가지 결말

현장에서 기업들의 질문은 놀라울 만큼 비슷하다. “다른 회사들은 GLP-1 프렌들리라고 쓰는데요?”, “제품명에 GLP-1을 넣어서 팔고 있던데요?”, “아마존에 보니 다들 하고 있던데요. 왜 우리만 안 된다고 합니까?” 결국 요약하면 하나다. “이미 남들은 다 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안 되느냐”라는 것이다.

실제 시장을 들여다보면, GLP-1을 건드린 업체들의 결말은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 약을 정면으로 언급하고 비교한 ‘직접 충돌형’이다. “천연 오젬픽(Nature’s Ozempic)”, “위고비와 같은 효과”, “주사 대신 이 알약” 같은 문구를 사용한 일부 보충제들은 이미 FDA와 제약사의 공동 타깃이 됐다.

이런 표현은 곧바로 “승인받지 않은 신약(Unapproved New Drug)” 판매로 분류되고, 상표권 침해와 허위광고 소송까지 한꺼번에 맞는다. 이 유형의 업체들은 대부분 경고서한과 소송을 견디지 못하고 시장에서 퇴장했다.

둘째, “GLP-1 Friendly”, “GLP-1 Booster” 같은 표현으로 교묘히 비껴가려 했던 ‘모호한 약 언급형’이다. 약 이름을 직접 쓰지는 않지만 “GLP-1 분비 촉진” 등 기전을 언급한 경우, FTC는 곧바로 “그 효과를 입증할 사람(Who says so?)”을 요구한다.

실제 시장에서는 동물실험 몇 편, 성분 일반 논문 몇 건만 들고 있다가 입증 부족 지적을 받고 문구 수정·판매 중단 권고를 받거나, 집단소송 전문 로펌의 타깃이 될 위험에 놓인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규정은 “표현을 얼마나 돌려 말했느냐”보다 “소비자가 받는 전체 인상(Net Impression)”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셋째, 지금까지 비교적 안전하게 시장을 넓혀온 것은 ‘상황’을 파는 기업들이다. 일부 글로벌 식품·보충제 기업은 GLP-1이라는 약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GLP-1 사용자가 실제로 겪는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근손실을 막기 위한 고단백 식단, 위장 불편과 변비를 완화하기 위한 섬유질·프로바이오틱스, 식사량 감소로 부족해질 수 있는 특정 영양소 보충 등이다. 제품 자체는 오래전부터 존재하던 범주의 연장선이지만, 포지셔닝과 커뮤니케이션이 “GLP-1 사용자를 위한 하나의 시나리오”로 재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다르다.


전략 1: ‘약 이름’을 지우고 ‘상황’을 설계하라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문법으로 GLP-1 시장을 공략해야 할까.

첫 번째 전략은 “약 이름을 지우고, 상황을 정밀하게 설계하는 것”이다. GLP-1 사용자가 실제로 겪는 상황을 떠올려 보자. 식사량은 줄었지만 단백질 섭취 부족과 근손실을 걱정하고, 위장 불편·변비 같은 부작용에 시달린다. ‘체중 감소’ 자체는 이미 약이 담당하고 있고, 식품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그 빈틈을 메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험한 표현과 안전한 표현의 경계는 어디에 있을까. 예를 들어 “GLP-1이 못 잡는 잔여 체중을 더 빼준다”라는 문장은 명백히 금지 영역이다. 반대로 “식사량 감소로 부족해질 수 있는 단백질·비타민·미네랄 보충에 도움을 준다”라는 표현은 기존 영양 균형 제품의 연장선에서 해석될 수 있다. “주사를 끊고 이걸로 관리하세요”라는 문장은 의약품 중단을 유도하는 위험한 메시지지만, “치료 중 식습관 관리에 도움을 주는 고단백 한 끼 설계”는 훨씬 방어 가능성이 높다.

핵심은 소비자가 광고를 보고 떠올릴 “첫 번째 장면”이다. 내 문구를 본 소비자가 “이걸 먹으면 약만큼 빠지겠네”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면 이미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다. 반대로 “이걸 먹으면 약 때문에 줄어든 식사량을 보완하겠네”라는 생각에 머물게 한다면, 그때부터는 규제바인더와 증거 구조의 싸움으로 넘어간다.


전략 2: “아마존에 다 있던데요”를 가장 위험한 말로 취급하라


컨설팅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아마존 보니까 다들 이렇게 쓰고 있던데요”이다. 실제로 아마존에는 지금도 “천연 오젬픽”, “GLP-1 Booster”, “바르기만 해도 -5kg” 같은 자극적인 문구가 넘쳐난다. 이것을 본 국내 기업들은 “미국은 광고 규제가 생각보다 느슨한가 보다”라고 오해한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들 판매자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첫째, 제약사·규제기관의 정면 타깃이 되어 이미 시장에서 사라졌거나 소송·합의금에 시달리는 업체들, 둘째, 계정을 바꾸며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유령 셀러’, 셋째, 치열한 법률 검토 끝에 제한된 범위 안에서 “GLP-1 사용자에게도 적합한 영양 설계” 정도로만 소구하는 대형 기업들이다.

문제는 한국의 정상적인 수출기업이 따라 해서는 안 될 롤모델이 1번과 2번이라는 점이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2년 정도 큰 문제 없이 판매가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만 보고 “저 정도면 괜찮은가 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회사 전체가 유령 셀러와 동일한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아마존 화면은 “법적으로 허용된 표현의 모범답안”이 아니라, 규제기관과 전문가들이 앞으로 정리해 나갈 ‘과도기적 데이터 풀’에 가깝다. 살아남을 표현만 조용히 남고, 나머지는 하나둘씩 사라진다. 그 과정을 버티지 못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2026년 미국 시장을 준비하는 기업에게 가장 위험한 문장은 “다른 회사도 다 하던데요”라는 말이다. 우리가 참고해야 할 것은 경쟁사의 무모한 시도가 아니라, 그 시도가 2~3년 뒤 실제로 어떻게 평가될지를 미리 내다보는 냉정한 시각이다.


전략 3: FDA 서류만 믿다가는 낭패 본다 – FTC가 요구하는 ‘진짜’ 입증의 기술


그렇다면 마케팅 문구를 정하고 아마존의 유혹을 뿌리쳤다면 준비는 끝난 것일까? 여기서 많은 CEO가 묻는다. “저희는 FDA NDI(신규원료) 신고도 마쳤고, 자체 실험 데이터도 있으니 문제없는 것 아닙니까?” 필자가 컨설팅 현장에서 가장 많이 마주하는, 그리고 가장 위험한 오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FDA용 데이터와 FTC용 방어 데이터는 번지수 자체가 다르다.

① 안전 vs 효능의 혼동이다

FDA 제출 자료의 핵심은 독성 시험, 원료 기원, 제조 공정(GMP) 등 ‘안전성(Safety)’이다. 반면 ‘체지방 감소에 도움’ 같은 광고를 검증하는 FTC와 법원은 ‘효능(Efficacy)의 진실성’만 본다. FDA용 독성 리포트를 들고 FTC에 가서 “근거가 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엉뚱한 창구에 서류를 내미는 것과 다르지 않다.

② ‘설문조사’와 ‘파일럿 연구’는 과학적 근거가 아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데이터의 수준(Level of Evidence)이다. 한국의 많은 중소기업이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나, 통계적 검증력이 부족한 소규모 파일럿 연구 결과를 마케팅 근거로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미국 법정에서는 이것이 ‘기만적 광고’의 증거로 채택된다.

FTC가 요구하는 ‘타당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Competent and Reliable Scientific Evidence)’의 기준은 명확하다.

첫째, 연구 설계다. 단순 관찰이 아닌, ‘이중맹검, 위약 대조, 무작위 배정 인체적용시험(RCT)’이 스탠다드다. 동물실험이나 세포 실험(In-vitro) 결과만으로 인체 효능을 확정적으로 광고해서는 안 된다.

둘째, 제품의 일치성이다. 논문에 쓰인 원료와 실제 판매 제품의 성분, 함량, 제형, 추출 방식이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 “비슷한 성분”의 논문을 차용하는 것은 미국 소송에서 가장 공격받기 쉬운 약점이다.

셋째, 전문가 자격이다. “우리 회사 자문 의사가 괜찮다고 했다”라는 식은 통하지 않는다. 해당 분야(비만학, 영양학 등)의 박사 학위나 임상 경력을 갖춘 ‘적격한 전문가(Qualified Expert)’가 설계하고 검증한 리포트여야만 법적 효력을 갖는다.

③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이 모든 요건을 갖춘 ‘규제바인더’는 언제 준비되어야 할까? 미국 법원은 소송이 제기된 시점이 아니라, 광고가 시작된 시점에 근거가 있었는지를 묻는다.

많은 기업이 광고를 먼저 내보내고, 소송장이 날아오면 그제야 부랴부랴 논문을 찾거나 실험을 의뢰한다. 이는 법적으로 ‘기만 의도’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기업을 파산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결정적 근거가 된다.

“광고가 나가는 순간, 규제바인더는 이미 책상 위에 완성되어 있어야 한다.” 이것이 2026년 미국 시장의 불문율이다.


GLP-1에서 세포배양까지, “선점하는 자가 규칙을 쓴다”


GLP-1 이야기를 길게 했지만, 논의 내용은 향후 등장할 모든 신시장에 그대로 적용된다. 공통 분모는 단순하다. 시장이 막 열릴 때, 첫 주자들은 항상 “두 가지를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하나는 제품 자체와 소비자 경험이고, 다른 하나는 그 제품을 둘러싼 규제·분쟁의 지형이다.

세포배양식품 영역에서는 아직 인허가와 기준·규격이 완성되지 않았다. 처음 허가를 받는 기업은 자신의 자료가 곧 규정의 토대가 된다. GLP-1 연관 식품 시장에서는 이미 판매 자체는 허용되어 있지만, 어떤 표현과 구조가 향후 몇 년간의 소송·단속 사례를 통해 ‘허용 가능한 범위’로 정리될지 결정되는 중이다.

어느 쪽이든, 선제적으로 들어가 자신의 자료와 논리로 규칙을 쓰는 기업과, 남이 만들어놓은 규칙을 뒤늦게 따라가는 기업 사이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진다.


2026년, 감으로 갈 것인가 규정으로 설계할 것인가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교과서를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우리 스스로 첫 페이지를 쓸 것인가.” GLP-1 골드러시는 분명 거대한 기회다. 그러나 요행과 모방만으로는 초기 시장 경쟁을 버티기 어렵다. 약의 이름을 지우고, 소비자의 상황을 정밀하게 그려 내며, 출시 전부터 규제바인더로 방어 논리를 설계해 두는 기업만이 이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GLP-1과 세포배양, 그리고 앞으로 등장할 수많은 새로운 카테고리는 “누가 먼저 시장의 룰을 이해하고, 문장을 설계하고, 근거를 쌓느냐”의 경쟁이 될 것이다. 누구나 상품은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규정과 분쟁의 언어까지 포장해 함께 수출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2026년, 당신의 회사가 그 소수에 속할지 여부는 지금 이 시점, 첫 규제바인더를 꺼내 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 글에서 다룬 내용은 GLP-1 시장의 빙산 위쪽에 불과하다. 실제 제품 기획과 라벨 초안, 규제바인더 구성, FTC·주법·소송 리스크 맵은 각 회사의 제품군과 타깃 시장에 따라 전혀 다른 답을 요구한다.

2026년 신년을 맞아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해 미국 시장을 공략해 보겠다”라는 기업이라면, 이제는 마케팅 슬로건이 아니라 계약서와 데이터, 그리고 규정의 언어로 무장할 차례다. 그 첫 페이지를 어떻게 설계할지, 지금부터 준비를 시작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