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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밀크티 공룡, 한국 ‘테스트 베드’ 파상공세

곡산 2025. 12. 10. 21:15
중국 밀크티 공룡, 한국 ‘테스트 베드’ 파상공세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12.10 07:56

차 시장 크고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 즐겨
세계 매장 5만여 개 ‘미셰’ 대학가·수도권 공략
판다 캐릭터 ‘차도백’ 해외 1호로 콕 집어 상륙
프리미엄 헤이티·아운티 제니 이어 차지도 채비
업계, 합리적 가격·라인업 강화·RTD로 맞서
 

최근 한국에 상륙한 중국의 유명 밀크티 브랜드 매장들로 ‘커피 공화국’이라 불리던 대한민국 거리 풍경이 바뀌고 있다. 쌉싸름한 차(Tea) 향과 쫀득한 식감, 그리고 ‘제로 슈거’라는 건강 트렌드를 입은 밀크티가 2030 세대의 새로운 기호식품으로 급부상하면서 바야흐로 ‘밀크티 춘추전국시대’가 된 것.

내수 포화에 직면한 중국 거대 자본이 한국 시장을 맹폭격하는 가운데, 국내 유통업계는 프리미엄 RTD(Ready To Drink) 제품으로 안방 사수에 나섰다.

국내 밀크티 시장 공략에 나선 중국 대표 브랜드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판다 캐릭터를 앞세운 ‘차백도’, 프리미엄 브랜드 ‘헤이티’, 초가성비 전략의 ‘미쉐’, 연내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는 ‘차지(패왕차희)’, 최근 건대에 상륙한 ‘아운티 제니’. 이들은 막강한 자본력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서울 주요 상권을 점령하며 한국을 글로벌 확장의 전초기지로 삼고 있다. (사진=각 사 SNS)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중국 본토 브랜드들의 공격적인 확장세다. 내수 시장 포화로 ‘성장의 벽’에 부딪힌 중국 밀크티 공룡들이 한국을 글로벌 확장의 교두보로 삼고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국내 브랜드인 ‘공차’가 다져놓은 한국 밀크티 시장에 차백도(ChaPanda), 미쉐(Mixue), 헤이티(HEYTEA) 등 중국의 ‘공룡’ 기업들이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은 막강한 자본력과 압도적인 매장 수, 차별화된 블렌딩 기술을 앞세워 이미 서울 주요 상권을 점령했다.

 

가장 먼저 대학가를 장악한 것은 ‘밀크티계의 다이소’로 불리는 미쉐(Mixue·蜜雪冰城)다. 전 세계 매장 수만 5만3000여 개(2025년 6월 기준)로 글로벌 1위인 미쉐는 지난 2022년 11월 중앙대 1호점을 시작으로 한국에 상륙했다. 중국 내 매장 수만 3만 개가 넘는 저가 밀크티 브랜드 ‘미쉐’는 1000~2000원대의 파격적인 가격의 철저한 ‘초가성비’ 전략을 앞세워 홍대, 고려대 등 대학가와 경기도권으로 세를 넓혔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149억 위안(약 2조9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미 타임(TIME)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 100위’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판다 캐릭터를 내세운 차백도(ChaPanda·茶百道)의 한국 사랑은 유별나다. 중국 내 8444개 매장을 보유한 차백도는 해외 진출 첫 국가로 한국을 지목, 2024년 1월 강남에 깃발을 꽂았다. 현재 전 세계 해외 매장 40여 개 중 절반에 가까운 18개가 한국(서울 주요 상권 및 제주)에 집중돼 있다. 차백도는 올해 홍콩 증시 상장에 성공하며 확보한 자금으로 한국과 글로벌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쌍끌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프리미엄 밀크티의 원조’ 헤이티(HEYTEA·喜茶)는 2024년 압구정 1호점을 필두로 명동, 홍대, 건대 등 핫플레이스를 집중 공략 중이다. 과거 싱가포르 진출 당시 3일간 일평균 2000잔을 팔아치운 저력답게 최근 1년 새 해외 매장을 6배나 늘리며 100개를 돌파했다. 특히 미국 뉴욕과 LA 등에만 30여 개 매장을 열고 물류센터까지 구축하는 등 선진국 시장에서 고급화 전략이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외에도 상하이에서 시작해 지난 5월 1조5000억 원 규모의 IPO를 성사시킨 아운티 제니(Auntie Jenny)도 최근 건대입구에 1호점을 내며 경쟁에 가세했다.

 

아직 상륙하지 않았지만 업계가 가장 긴장하는 브랜드는 차지(CHAGEE·패왕차희)다. ‘밀크티계의 스타벅스’를 표방하는 차지는 중국 경극 ‘패왕별희’를 모티브로 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지난 4월 중국 밀크티 기업 최초로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차지는 말레이시아(178개)를 중심으로 이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미국 등 208개의 해외 매장을 운영 중이며, 올해 2분기 해외 총거래액(GMV)이 동기 대비 77.4% 오른 2억3520만 위안(약 450억 원)을 달성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차지는 이미 ‘CHAGEE 코리아’ 인스타그램 계정 개설과 한국 법인 설립을 마친 상태라 연내 출점이 확실시된다. “전 세계 100개국에 150억 잔을 팔겠다”는 CEO 장쥔제의 포부가 한국 시장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브랜드들의 한국행 러시가 계속될 것으로 본다. 2022년 기준 10만 개를 돌파하며 ‘레드오션’이 된 국내 커피 시장과 달리, 차(Tea) 시장은 2020년 1조1000억 원에서 지난해 1조5800억 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트렌드에 민감해 ‘글로벌 테스트베드’로서 최적의 입지라는 분석이다.

 

다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증권시보는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는 성공했지만, 원재료 품질 유지와 공급망 안정성(Supply Chain) 확보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가 장악한 한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의 입맛과 식품 안전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느냐가 생존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프랜차이즈 시장 밖에서는 ‘편의점(Retail)’과 ‘홈카페’가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과거 편의점 밀크티가 “설탕물에 분유 탄 맛” 취급을 받았다면 최근에는 형태와 품질이 대폭 진화했다.

 

30년 넘게 ‘서울대 음료’로 불리며 마니아층을 형성한 동아오츠카의 ‘데자와’는 최근 캔 음료를 넘어 ‘분말 스틱’을 선봬 화제를 모았다. 취향에 따라 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분말형 제품으로, 집에서 밀크티를 즐기는 ‘홈카페족’의 니즈를 정확히 간파했다는 평이다.

 

CU와 GS25 등 주요 편의점도 2030 홈카페족을 겨냥해 원잎을 직접 우려낸 ‘콜드브루 밀크티’나 대체당을 활용한 ‘제로 슈거 밀크티’ 라인업을 대폭 강화했다. 고물가 시대에 5000~6000원 하는 프랜차이즈 음료 대신 2000원대 편의점 음료로 눈을 돌리는 ‘알뜰 실속파’를 잡기 위해서다. 실제로 편의점 A사의 지난달 RTD 밀크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성장했다. 특히 ‘타이거슈가’ ‘더앨리’ 등 유명 브랜드와 협업한 RTD 제품이나, 당류를 0g으로 줄인 기능성 밀크티가 매출 견인차 구실을 했다.

 

전문가들은 밀크티 열풍이 일시적 유행을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한다. 카페인이 커피보다 적고, 우유 대신 오트(귀리) 우유로 변경하거나 당도를 조절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요소가 건강을 중시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와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본의 공세와 편의점의 프리미엄화 전략이 맞물리면서 국내 밀크티 시장 규모는 향후 3년 내 현재의 2배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며 “단순히 마시는 음료를 넘어 펄, 젤리 등 토핑을 즐기는 ‘식감의 재미’까지 더해져 커피의 강력한 대체재로 자리 잡고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