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검증·수급·물가 ‘3중 리스크’ 안고 있는 ‘GMO완전표시제’ 재검토 긴요

곡산 2025. 11. 27. 07:26
검증·수급·물가 ‘3중 리스크’ 안고 있는 ‘GMO완전표시제’ 재검토 긴요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5.11.26 09:48

검출 불가능에도 표시는 행정집행·통상분쟁 불씨 동시에…실효성보다 소비자 혼란 우려
식용유, 전분당, 간장 등 생활 필수 품목 가격 올라 소비자만 피해 우려
​​​​​​​26일 법사위 상정 앞둬…제도의 합리성과 집행 가능성, 통상·경제적 영향 고려해야

DNA나 단백질이 남지 않는 경우에도 식약처장이 지정한 품목에 대해선 표시를 의무화하는 ‘GMO완전표시제’가 국회 문턱을 넘기 직전인 가운데 여전히 업계에선 산업 현실을 외면한 졸속입법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소비자의 알권리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과학적 근거와 산업 현실을 무시한 채 빠른 속도로 처리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우려는 업계뿐 아니라 국회, 관계부처 등에서도 일제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보건복지위원회 제2법안심사소위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사회적 합의 부재, 산업경쟁력 약화, 물가상승 우려 등을 제기하며 신중한 검토를 요청했으나 식약처의 수정안을 근거로 충분한 논의 없이 법안이 처리됐다.

국회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서도 농식품부 등 관계부처와 산업계, WTO 회원국 다수가 표시제 확대에 대해 우려를 표했지만 이 같은 내용은 심의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부처와 업계 등에서 이처럼 우려를 표하는 것은 이번 법안의 불합리성이다. 과학적으로 검증이 불가능한 식품까지 표시대상으로 포함시킨다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실제 식용유, 전분당, 간장 등은 제조공정상 DNA와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아 과학적으로도 GMO 여부를 분석할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검출이 불가능한 식품에 표시를 강제하는 것은 행정집행과 통상분쟁의 불씨를 동시에 안는 것으로, 실효성보다 소비자 혼란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비의도적 혼입기준을 ‘식약처장이 정한다’라고 규정한 부분도 향후 법적 예측가능성과 명확성 측면에서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커 제도 설계 과정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파급효과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현재 국내 식품기업이 수입·사용하는 대두, 옥수수, 카놀라 등 주요 원료를 Non-GMO로 전환해야 하는데, 가격이 GMO 원료와 비교해 20~70%가량 비싸 가공식품 전반의 제조원가와 소비자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더 큰 문제는 기후 위기 등 원료 수급 자체가 어려워 공급망 불안 요소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식용유, 전분당, 간장 등은 생활 필수 품목이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제통상 리스크 문제도 있다. 이미 캐나다·미국·브라질 등 주요 곡물 수출국은 한국의 GMO표시제 강화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한 표시 의무 확대는 WTO TBT(무역기술장벽) 협정 위반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러한 이유로 법사위에 보류 의견을 제출했으며, 식약처와의 입장 차이로 법안이 한 차례 계류된 바 있다.

업계는 법사위가 이번 법안을 단순한 형식적 심사에 그치지 말고, 제도의 합리성과 집행 가능성, 그리고 통상·경제적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협회를 비롯한 한국대두가공협회, 한국전분당협회, 한국장류협동조합 등 단체들은 “GMO 완전표시제는 국민의 알권리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검증 불가능·수급 불안·물가 불안이라는 ‘3중 리스크’를 동반한 졸속입법”이라며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를 도입하면 소비자 신뢰마저 훼손될 수 있는 만큼 법사위는 정책적 일관성과 산업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식품위생법 일부개정법률안’은 26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