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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먹는’ 그릭요거트, 1조 발효유 시장 판도 바꿨다

곡산 2025. 11. 26. 07:41
‘떠먹는’ 그릭요거트, 1조 발효유 시장 판도 바꿨다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11.25 07:57

그릭 요거트 올해 1000억대로 2년 만에 2배
꾸덕한 식감 포만감·풍부한 단백질 함량 강점
식사 대용품·운동 후 단백질 보충제로 섭취
‘풀무원요거트 그릭 ’누적 판매 4억 개 돌파
매일바이오·후디스 그릭요거트도 시장 공략
빙그레는 해외 유통망 활용 ‘요플레’ 등 수출
 

국내 발효유 시장의 판도가 ‘마시는’ 제품에서 ‘떠먹는’ 제품으로 확실하게 이동하고 있다.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를 타고 ‘고단백·저당’을 앞세운 그릭요거트가 시장 재편의 중심에 섰다.

 

2025년 4월 기준 국내 발효유 시장 규모는 1조114억 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성장했다. 업계는 이 성장의 핵심 동력이 그릭요거트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그릭요거트 시장 매출은 2023년 545억 원에서 2025년 1116억 원으로, 불과 2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했다.

‘헬시 플레저’ 열풍 속 그릭요거트가 식사 대용으로 주목받으며 시장이 커지자, 주요 식품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빙그레 ‘요플레 그릭’, 풀무원다논 ‘풀무원요거트 그릭’, 매일유업 ‘매일바이오 그릭요거트’, 일동후디스 ‘후디스 그릭요거트’. (사진=각 사)
 

그릭요거트의 폭발적인 성장은 ‘건강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헬시 플레저’ 소비 트렌드와 맞닿아있다. 과거 요거트가 간식이나 디저트로 소비됐다면, 이제는 건강한 식사 대용품이나 운동 후 단백질 보충제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특히 유청을 제거해 식감을 ‘꾸덕하게’ 만든 정통 그릭요거트는 높은 포만감과 풍부한 단백질 함량을 자랑한다.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 시 영양성분표의 단백질 함량과 당류를 꼼꼼히 비교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100g당 단백질 함량이 12g 이상인 고단백 제품이나 무가당 제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요플레’로 국내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빙그레는 ‘요플레 그릭’ 라인업을 강화하는 한편, ‘요플레 프로틴’ 라인을 별도로 운영하며 고단백 수요를 이중으로 공략 중이다.

 

풀무원다논은 ‘풀무원다논 그릭’의 무가당·저지방 라인업을 내세우고, ‘액티비아’ 브랜드를 통해 소화와 장 건강이라는 기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풀무원요거트 그릭’ 라인은 2025년 8월 기준 누적 판매량 4억 개를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일동후디스 역시 ‘후디스 그릭요거트 플레인’을 통해 시장을 공략 중이다. 이 제품은 그리스 전통 홈메이드 방식을 내세워 농축 원유를 개별 용기에서 발효시키고 안정제 등을 첨가하지 않아 꾸덕한 질감과 진한 맛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매일유업도 ‘매일바이오’ 그릭요거트를 400g 이상의 대용량으로 출시해 샐러드나 베이킹에 활용하는 요리 재료 및 식사 대용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러한 고부가가치 제품군의 성장은 2025년 3분기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매일유업은 해당 분기 매출 4716억 원, 영업이익 199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흰우유 시장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그릭요거트와 같은 고수익 제품군이 성장을 견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기업들이 시장에 대응하는 동안 ‘그릭데이’ ‘룩트’ 등 F&B 스타트업들은 이미 ‘정통 그릭요거트’ 시장을 개척하며 강력한 팬덤을 구축했다. 이들은 온라인 D2C(소비자 직접 판매) 채널과 오프라인 전문 매장을 통해 신선하고 꾸덕한 프리미엄 제품을 선봬며 시장의 질적 성장을 이끌고 있다.

국내 시장의 성장은 해외 시장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열고 있다. 그릭요거트는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이라 수출이 까다롭지만 K-푸드 열풍에 힘입어 일부 기업이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 수출로 구축한 해외 콜드체인 유통망을 활용해 ‘요플레’ 브랜드를 수출하고 있다. 주요 타깃은 미국을 비롯해 베트남,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시장이다. 업계는 한류(K-Food) 열풍과 함께 한국에서 인기 있는 ‘K-그릭요거트’에 대한 현지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에 주목하고 있다. 빙그레 역시 현지 시장의 ‘헬시 플레저’ 트렌드에 발맞춰, 기존 제품은 물론 ‘프로틴’ 및 ‘그릭’ 라인업의 수출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는 귀리, 아몬드 등을 기반으로 한 ‘식물성 그릭요거트’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국내 비건 인구 및 유당불내증 소비자들에게도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어 국내 기업들 역시 관련 기술 개발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시장은 정통 ‘꾸덕한’ 그릭 타입보다는 발효 기술력을 앞세운 ‘소프트’ 타입의 식물성 요거트가 주를 이룬다. 매일유업은 핀란드산 귀리를 활용한 ‘매일바이오 오트 요거트’를 출시해 유당불내증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으며, 풀무원다논 역시 귀리와 코코넛을 기반으로 한 ‘식물성 액티비아’를 선봬 ‘장 건강’ 기능성을 식물성 시장으로 확대했다.

업계의 과제는 식물성 원료로 유제품 특유의 ‘꾸덕한’ 질감을 구현하는 것이다. 대기업이 대중적인 소프트 타입에 집중하는 동안, F&B 스타트업들은 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코코넛을 기반으로 한 ‘더플레인’이나 아몬드를 활용한 ‘아머’ 등은 온라인 D2C 채널을 중심으로 ‘비건 그릭요거트’를 내세우며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유당불내증과 비건 인구 증가세에 따라 식물성 요거트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그릭요거트는 발효유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며 “고단백, 고기능성, 프리미엄으로 향하는 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