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현 기자
- 승인 2025.10.13 07:56
본지 주최 ‘기능성을 표방한 일반식품 시장 현황 및 관리 방안’ 세미나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조선시대 문인인 윤선도의 대표 시조인 ‘오우가’에 나오는 글귀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비자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기능성 표방 식품’을 빗대어 표현한 걸맞는 문구라고 할 수 있다. 기능성 표방 식품은 건강기능식품도 아닌 일반식품도 아닌 모호한 경계선에서 소비자들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사실 기능성 표방 식품이라는 단어 자체는 현재 식품공전에서 허용될 수 없는 단어다. 즉 세상에 없는 카테고리가 소비자들을 기망하고 있는 것이다.

기능성 표방 식품의 광고 선전은 전 연령대에서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헬스케어 시장이 커지면서 점점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현혹하는 이유는 무분별한 광고의 영향이 크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푹 꺼져서 담당쌤이 놀라세요” “미국에서 난리난 애사비 다이어트. 3일째부터 미친 듯이 빠져요” “살이 너무 빠져요. 속도도 너무 빠르고요. 이게 원리가 코르티솔이라는 식욕 호르몬을 억제시켜서…” 등 검증되지 않은 질병의 예방·치료 효능이나 인정하지 않은 기능성 표방으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이들 제품을 건기식이라고 인식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건기식 또는 의약품 일부 성분을 함유한 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아르기닌, 콘드로이친, 대마종자유 등 건기식 원료는 물론 글루타치온, 멜라토닌 등 건기식에서도 사용할 수 없는 의약 원료를 사용해 효과를 암시하고 있다.
또 건기식 형태 중 하나인 ‘정’ 형태의 제품명을 사용하고 정제·캡슐, PTP 포장을 사용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혼란을 더욱 야기하고 있다는 것.
식약처에 따르면 이러한 허위·광고로 적발된 건수는 2022년 8813건, 2023년 8981건, 2024년 1만33건, 올 8월 기준 1만302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능성 표방 식품의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법적 테두리 내에서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기존 건강기능식품 및 기능성표시 일반식품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법망을 피해 확산되고 있는 이들 제품을 양지로 유입시켜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29일 식품음료신문 주최로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기능성을 표방한 일반식품 시장 현황 및 관리방안’ 세미나에서 안정희 한국YWCA연합회 소비자운동부장은 “소비자들의 온라인 거래가 확산되며 기능성 표방 식품 광고의 노출도 증가하고 있어 이에 따른 소비자 오인·혼동, 불만 사례가 확대되고 있다. 광고 및 표시 현황 분석은 소비자 보호와 제도 개선을 위한 중요한 과제다. 소비자들이 직관적으로 제품을 파악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부장은 무분별한 기능성 표방 식품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 모든 기능성 표방 식품에는 제품 전면이나 광고에 ‘건강기능식품 아님’이라는 문구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하고 정제, 캡슐, PTP 포장 등은 본래 건강기능식품 및 의약품에서 주로 활용되는 제형인 만큼 소비자가 오인하지 않도록 정제·캡슐 형태 사용에 대한 관리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일반식품임에도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성분을 강조하거나 1일 섭취량 및 횟수 등을 표시하는 것 역시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이에 대한 표시 기준을 강화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하고, 기능성 표방하는 식품의 광고는 현재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소비자가 허위·과장된 정보에 노출될 위험이 큰 만큼 사전 광고 심의제도와 온라인 광고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소비자가 오인·혼동하지 않도록 업체에서 준수할 수 있는 표시·광고 가이드라인의 마련 또한 시급하다는 것이 안 부장의 주장이다.
하상도 중앙대 교수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기능성 표방 식품 판매가 늘고 있지만 해당 품목들의 표시 제도 기반은 미비하다. 이러한 불법적인 기능성 표시로 인한 소비자들의 무분별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이들 제품의 법적 테두리 내에서 관리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안 부장 주장에 힘을 실었다.
또 하 교수는 이러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는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에 따른 일종의 돌파구라고 의견을 개진했다. 대표적인 예로 기능성 표시 일반식품을 꼽았다. 하 교수는 “식품기업들은 기능성 표시 일반식품 시행 후 큰 기대를 했으나 규제가 너무 엄격해 오히려 시장의 성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제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고시형 원료의 30% 이상을 함유해야 하는데, 원료 사용량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기능성화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5년 전부터 시행한 기능성 표시 일반식품 제도는 현재까지 690여 개 품목이 등록돼 있으나 250여 개 품목만이 시판 중에 있고, 판매 실적도 미미한 상태다.
하 교수는 “무분별한 허위·과장 광고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하지만 제도권 내에서 본질적으로 기능성을 보유한 일반식품은 기능성을 홍보할 수 있는 환경 마련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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