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및 결산

[창간 29주년 특집 Ⅲ] ‘K푸드 지식재산권’ 짝퉁과의 전쟁

곡산 2025. 9. 30. 07:37
[창간 29주년 특집 Ⅲ] ‘K푸드 지식재산권’ 짝퉁과의 전쟁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09.29 07:55

K-푸드 세계화 편승 불법 모방 식품 11조 원 규모
맛·품질 떨어지는 저급품 국산 식품 이미지 손상
연간 300건 도용 시도…중국서 동남아 등 확산
K–브랜드 무단 선점 해적질에 정부-업계 칼 뽑아
업계, 효과적 해결 위해 정부·유관 기관 적극적 역할 주문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를 점령하고 ‘오징어 게임’이 세계를 휩쓰는 동안, 또 다른 한류의 주역 ‘K-푸드‘가 조용히 세계인의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라면, 만두, 조미료에서 치킨, 떡볶이에 이르기까지 한국 고유의 맛과 스토리를 담은 식품들은 국경을 넘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이는 단순한 음식 수출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이자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눈부신 성장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바로 원제품을 교묘하게 모방한 위조상품, 이른바 ‘짝퉁’과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K-푸드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수십 년간 쌓아 올린 브랜드 가치에 무임승차하려는 시도 또한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침해 수법 또한 날로 지능화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는 정품을 진열해 단속의 눈을 피하고 온라인 주문 고객에게는 위조품을 발송하는 등 예측과 대응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기업들은 자사의 무형자산을 지키기 위해 전 세계를 무대로 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본지는 K-푸드 성공 신화의 이면에 가려진, 소리 없는 전쟁의 실태를 심층 취재했다.

 

● 연 11조원 규모 '짝퉁 경제', 국가 경제 근간 흔든다

 

연간 300건 도용 시도…중국서 동남아 등 확산
‘위조상품 경제’ 국내외 K-푸드 생태계 위협
기업 매출 7조 감소에 세수 1조8000억 손실

 

개별 기업이 겪는 피해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이는 거대한 규모의 ‘위조상품 경제’가 K-푸드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 유통되는 한국 기업 지식재산권 침해 위조상품의 규모는 연간 97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 수출액의 1.5%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이러한 불법 유통은 개별 기업의 손실을 넘어 국가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OECD는 위조상품 유통으로 인해 우리 기업의 국내외 매출이 61억 달러(약 7조원) 감소하고, 제조업 일자리는 1만3855개가 사라지며, 정부의 세수 또한 15.7억 달러(약 1.8조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식품업계 역시 피해의 중심에 서 있다. 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이 공동 발간한 ‘K-Food 위조상품 유통 대응 전략 가이드’에 따르면 해외에서 한국 식품 기업의 상표를 무단으로 선점하려는 시도가 연간 300건에 육박한다. 특히 중국에서 가장 많은 무단선점 사례가 발생했으며, 최근에는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K-푸드 신흥 시장으로 피해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추세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한 위조상품 유통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K-푸드 해외 온라인 위조상품 적발 건수’는 2021년 1312건에서 2024년 2609건으로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급증하며, 온라인을 통한 피해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 "백설이 서울로"…진화하는 모방 수법

인도네시아 유제품 기업 '인도밀크'가 출시한 '한국 스타일' 가공유 제품들로, 패키지에 '딸기' '고구마' 등 한글을 크게 표기해 K-푸드 이미지를 차용했다. 이는 현지 대기업의 체계적인 ‘K-푸드 편승’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사진=인도밀크)
 

지식재산권 침해는 단순 모방을 넘어 상표 선점, 거래 관계자 배신 등 예측 불가능하고 복합적인 형태로 진화하며 우리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가장 흔한 유형은 제품의 고유한 포장 디자인을 그대로 베끼는 행태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순 모방을 넘어 현지 유력 기업이 K-푸드의 인기를 자사 주력 상품 마케팅에 전면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거대 유제품 기업 ‘인도밀크(Indomilk)’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딸기’ ‘고구마’ ‘달고나 커피’ 등 제품의 맛을 한국어로 크게 표기한 ‘한국 스타일‘ 가공유 라인업을 출시했다. 이 제품들은 현지 대형 쇼핑몰인 ‘이온몰(AEON Mall)’의 메인 매대에 진열될 정도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의 모방과는 차원이 다른, 현지 대기업의 체계적인 ‘K-푸드 편승’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위) 베트남에서 유통된 CJ제일제당 '백설 흑설탕'과 브랜드명, 디자인 등을 교묘하게 모방한 '서울 흑설탕' 모조품. 또 (아래) CJ제일제당의 '다시다' 몽골 정품과 현지에서 유통되는 다양한 형태의 가품 및 모방 제품들.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의 대표 브랜드 ‘백설 흑설탕’은 베트남 시장에서 ‘서울 흑설탕’이라는 이름의 모방품으로 유통됐다. 해당 제품은 브랜드명만 교묘하게 바꿨을 뿐, 수십 년간 소비자에게 각인된 고유의 심벌과 디자인, 서체까지 그대로 사용해 소비자가 원제품으로 오인하게 만들었다. 몽골 조미료 시장 1위인 CJ제일제당의 ‘다시다’ 역시 정교하게 위조된 제품으로 인해 지속적인 행정단속과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 ‘매운맛 챌린지’의 아이콘인 A사의 대표 ‘불닭맛 매운 라면’ 제품은 더욱 심각하다. 상표명은 물론, 검은색 바탕의 강렬한 패키지, 불을 뿜는 캐릭터까지 무단으로 도용한 위조품이 전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인도미(Indomie)’는 ‘불닭맛 매운 라면’의 상징인 검은색과 붉은색 패키지를 노골적으로 모방한 ‘한국식 매운 라면’을 출시했다. 더 나아가 동남아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이 제품을 ‘한국 라면(Korean Ramen)’으로 분류해 판매하며 검색 트래픽과 소비자 선택을 가로채고 있다. 이는 온라인 시장의 알고리즘까지 파고드는 ‘디지털 지식재산권 침해’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사 관계자는 “외형은 비슷하지만 맛과 품질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며 “이러한 저급한 위조품은 원조 브랜드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을 넘어 K-푸드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깊은 우려를 표했다.

세계적인 라면 브랜드 '인도미'가 국내 제품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출시한 '한국식 매운 라면'으로, 동남아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다. (사진=Lazada)
 

백설흑설탕→서울흑설탕, 바리바게뜨, 달고나우유…
포장 디자인 베끼고 한글 표기로 마케팅…수출도
캐릭터까지 갖다 써…디지털 지식재산권 침해

 

● K-브랜드의 명성을 노리는 현지 업체의 무단 도용

현지 업체가 K-브랜드의 명성을 무단으로 도용하는 경우도 해외 시장에서 흔하게 발생한다. 오랜 기간 쌓아 올린 브랜드의 인지도와 긍정적인 이미지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는 시도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국민 간식’으로 불리는 오리온의 ‘초코파이’는 베트남에서 오랜 기간 구축한 저명성에도 불구하고, 현지 업체가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하여 제품을 생산하고 심지어 수출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오리온은 소송을 통해 상표권을 지켜내야만 했다.

 

또한 오리온의 또 다른 제품 ‘Custas(커스타스)’ 역시 2022년 베트남 현지 업체가 유사한 상표를 출원하고 모방 제품을 판매하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이 사례는 오리온이 즉각 베트남 지식재산법 위반 가능성을 담은 경고장을 발송했고, 상대 업체가 한 달 만에 상표 등록을 자진 철회하며 신속하게 해결된 성공적인 초기 대응 사례로 평가된다.

 

이처럼 ‘저명성’이나 ‘장기간 사용’만으로는 권리가 안전하게 보호되지 않으며, 상표권 침해 발생 시 적극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베트남 현지 마트에 진열된 오리온의 대표 제품 '초코파이'와 'Custas(커스타스)' 제품.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면서 현지 업체의 상표 무단 도용 및 모방 제품 출시의 표적이 되고 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이러한 무단 도용은 단순히 제3자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신뢰했던 파트너가 브랜드의 자산을 빼돌리는 악의적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국내의 한 퓨전 음식 프랜차이즈(B사)는 중국 현지 업체와 상표 사용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 파트너는 계약된 상표를 사용하는 대신 유사한 상표를 자체적으로 등록했다. 더 나아가 B사의 매장 인테리어, 메뉴판, 메뉴 구성까지 그대로 도용해 중국 내에서 10여 개의 매장을 운영했다. 이는 정식 파트너라는 지위를 악용해 브랜드의 노하우와 시스템만 빼내고 로열티 지급 등 계약상 의무는 회피하려는 전형적인 배신 행위다.

 

프랜차이즈 업계 몸살…진입 방해·합의금 요구
K-콘텐츠 문화적 경험·역사적 정체성까지 넘봐

 

● 브랜드를 통째로 삼키는 ‘상표 무단 선점’

더욱 악의적이고 공격적인 전략은 브랜드 자체를 탈취하려는 ‘상표 무단 선점(Trademark Squatting)’이다. CJ제일제당은 파라과이에서 자사의 글로벌 한식 브랜드 ‘비비고(bibigo)’ 상표를 현지 수출업체가 먼저 등록해버린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자사 상표를 출원하는 과정에서 거절 통보를 받고서야 이 사실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해당 업체와의 거래 관계를 입증하고 2년간의 법적 다툼 끝에 상표 등록 무효 판결을 받아냈지만, 이는 K-푸드의 브랜드 가치에 편승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집요하게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과 일본에서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브랜드 로고와 상호를 무단으로 도용하여 운영 중인 한식 레스토랑의 모습. (사진=CJ제일제당)
 

이러한 상표 선점은 특히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디저트 카페 ‘설빙’은 중국에서 ‘설빙원소‘와, 베이커리 ‘파리바게뜨’는 ‘바리바게뜨’와 장기간의 소모적인 법적 분쟁을 벌여야 했다. 최근에는 한 반찬 프랜차이즈 기업이 해외 사업 확장을 계획하던 중, 중국 내에 이미 자사 상표가 무단으로 선등록된 것을 발견하고 법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조사 결과, 해당 상표는 현지에서 상표를 매매해 이익을 취하는 전문 상표 브로커에 의해 선점된 것으로, 결국 ‘불사용취소심판’을 통해 상표권을 되찾아올 수 있었다.

 

최근에는 영국 런던에 ‘컴포즈커피’와 로고, 인테리어, 메뉴까지 흡사한 모방 매장이 등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의 발목을 잡고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거나 시장 진입을 방해하는 상표 브로커 문제는 K-푸드의 해외 영토 확장에 심각한 장애물이 되고 있다.

 

● 제품을 넘어 ‘문화’를 훔치다: ‘할랄 소주’부터 ‘김치 공정’까지

최근에는 제품의 형태를 넘어 K-콘텐츠를 통해 형성된 ‘문화’ 자체를 훔치는 더욱 교묘한 전략까지 등장했다. 그 시작은 라이프스타일의 모방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한국 소주의 상징인 초록색 병과 라벨 디자인을 그대로 차용한 ‘정량(Jeong Lyang)’이라는 음료가 판매되고 있다. 이 제품의 핵심은 ‘할랄 인증’을 받은 ‘논알콜(Non-alcoholic)’ 음료라는 점이다. K-콘텐츠를 통해 한국의 ‘소주 문화’를 동경하지만 종교적인 이유로 술을 마실 수 없는 현지 젊은 층을 겨냥해, ‘소주 마시는 경험’을 판매하는 것이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한식의 정체성을 왜곡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유럽과 미주 등지에서는 한국인이 아닌 현지인이 운영하는 ‘유사 한식당’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한글 간판을 내걸고 대표 한식 메뉴를 판매하지만, 엉터리 조리법으로 음식을 만들거나 메뉴에 깐풍기 등 중식을 포함시켜 한식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이는 수십 년간 쌓아 올린 ‘프리미엄 한식’ 이미지를 ‘저렴한 아시아 퓨전 음식’으로 격하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한국 소주의 상징인 초록색 병과 라벨 디자인을 모방한 '정량'이라는 이름의 논알콜 음료로, 현지 문화에 맞춰 K-컬처 이미지를 도용한 사례다. (사진=트레이트파트너스)
 
해외의 '유사 한식당'들이 엉터리 조리법과 잘못된 메뉴 구성으로 한식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며 K-푸드의 이미지를 격하하는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한국식 바비큐를 판매하는 한식당과 메뉴. 이곳은 일본인이 운영 중이다. (사진=구글어스)
 

가장 근본적인 문화 도용은 한식의 역사를 흔들려는 시도에서 나타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김치‘를 중국의 채소절임인 ‘파오차이(泡菜)’의 일종으로 편입시키려는 이른바 ‘김치 공정’이다. 일부 중국 언론은 자국의 파오차이가 국제표준(ISO) 인증을 받은 것을 근거로 김치가 파오차이의 하위 개념인 것처럼 왜곡하는 주장을 펼쳐 큰 논란을 빚었다.

 

이처럼 제품의 기술이나 디자인뿐만 아니라, K-콘텐츠를 통해 형성된 ‘문화적 경험’과 음식 고유의 ‘역사적 정체성’이라는 무형의 가치까지 도용하는 새로운 유형의 침해는 향후 K-브랜드가 보호해야 할 권리의 범위에 대한 중요한 화두를 던져준다.

 

● "소송 이겨도 상처뿐"…기업들의 눈물겨운 사투

 

국내 기업 행정 단속·소송 등 법적 조치
‘모조품 근절 위한 공동 협의체’ 큰 성과

지식재산권 침해에 맞서 우리 기업들은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과 현지 영업망, 소비자 제보 등을 통해 침해 사실을 인지하고, 경고장 발송과 같은 초기 대응부터 행정단속, 민·형사 소송에 이르는 전방위적인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1년 K-푸드를 대표하는 CJ제일제당, 삼양식품, 대상, 오뚜기가 한국식품산업협회와 함께 구성한 ‘K-푸드 모조품 근절을 위한 공동협의체’의 활동은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들은 중국의 모방업체를 상대로 공동 소송을 제기해 이례적으로 중국 법원으로부터 상표권 및 저작권 침해를 인정받고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이는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을 넘어 업계 공동의 강력한 대응 의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러한 공동 대응은 상표 브로커의 악의성을 입증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하며, 개별 기업이 대응할 때보다 비용을 절감하고 분쟁 대응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 대응 과정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수반한다. 한 업체에 따르면 행정단속은 수개월의 기간과 최소 2~3000만원의 비용이, 민사소송은 1년 이상, 최소 4~50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 어렵게 승소하더라도 실익이 크지 않은 경우도 많다. A라면 기업 관계자는 “소송에서 이겨도 투입된 시간과 노력, 비용에 비해 손해배상액과 같은 제재 수위가 낮아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국가별로 상이한 법적 기준과 복잡한 증거 확보 절차 역시 효과적인 대응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한 식품 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침해 업체들이 오프라인 매장에는 정품만 진열하는 등 단속의 실효성이 저하되고 있다”며 “특히 식품은 내용물과 포장재가 결합된 상태여야 단속이 가능한데, 짝퉁 업체들이 이 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 세관에서 ‘ORION’ 상표를 도용한 캔디 제품을 적발해 전량 폐기한 오리온의 사례는 국경 간 위조품 유통을 막기 위한 세관 당국과의 협력과 정보 공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 민관 협력으로 'K-브랜드 보호 시스템' 구축해야

 

글로벌 입지 위해 K–브랜드 보호 절실
온라인 침해 대응 ‘패스트 트랙’ 등 필요

K-브랜드 위조상품 민관 공동대응 협의회 운영체계. 협의회는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인 식품, 화장품, 의류 등 분야에서 빈발하고 있는 위조상품 유통 피해를 체계적으로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해 협력한다. (사진=특허청)
 

K-푸드가 일시적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글로벌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에 업계는 정부와 유관 기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으며, 정부 역시 구체적인 정책으로 화답하며 민관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수출 현장의 기업들은 날로 교묘해지는 위조·모방품 유통에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단순히 외관이 동일하지 않더라도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유발할 수 있다면 침해로 인정하는 등 권리자 친화적인 법 해석 기준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알리바바, 쇼피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침해 행위에 대해 정부 차원의 협력을 통해 신속하게 판매를 중지시킬 수 있는 절차(Fast Track)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상 역시 “지속적인 해외 시장 모니터링과 효과적인 단속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 및 유관 기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K-푸드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현지 사법·행정 당국과의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국내 기업 대상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업계의 요구에 부응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우리 수출기업의 권리를 보호하고 K-푸드의 브랜드 가치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수출 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상표권 출원·등록, 분쟁 유형별 대응 방안 등 지식재산권 관련 교육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세 차례의 설명회를 통해 약 300명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했다. 또 수출기업의 해외 출원·등록도 적극 지원해 2025년 상반기 기준 32개국 45개 전문기관을 통해 52개 기업의 상표권·특허권 출원 등 총 79건을 도왔다.

중국 칭다오에서 aT와 주칭다오 총영사관 주최로 열린 '지적재산권 보호 및 침해대응 세미나' 현장. 이날 세미나에서는 현지 진출 K-푸드 기업 30여 개사를 대상으로 상표권 침해 사례와 실질적인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사진=aT)
 

최근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중국 칭다오에서 총영사관과 협력해 개최한 ‘지적재산권 보호 및 침해 대응 세미나’는 이러한 협력의 좋은 사례다. 이 자리에서는 실제 침해 사례와 대응 방안이 공유됐고, 상표권 등록을 지원하는 ‘현지화 지원사업’ 등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이 소개됐다.

 

해외 소비자의 인식 제고를 위한 캠페인도 활발하다. 지난 8월 중국·베트남 등 4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정품 K-푸드 구별법을 알리는 참여형 캠페인을 진행했으며, 오는 10월에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으로 대상 국가를 넓혀갈 예정이다.

 

정부와 민간이 손을 잡는 움직임은 더욱 체계화되고 있다. 2024년부터 특허청, 식품산업협회 등과 함께 운영 중인 ‘K-푸드 위조상품 대응 협의체’는 체계적인 예방과 대응을 위한 민관 협력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이 협의체를 통해 업계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현지 당국과 공조해 위조·모방품 유통 현장을 합동 점검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아울러 정부와 한국지식재산보호원, KOTRA 등은 이미 ‘K-브랜드 분쟁 대응 전략 지원’ ‘해외 온라인 위조상품 유통 차단 지원’ ‘해외지식재산센터(IP-DESK)’ 운영 등 다각적인 지원책을 시행 중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국내 기업들이 수십 년간의 노력으로 쌓아 올린 K-푸드의 브랜드 가치가 위조상품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도록,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과 국제 공조를 통한 더욱 견고한 ‘K-브랜드 보호 체계’ 구축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