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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아 쇼크’를 넘는 스위스 초콜릿의 새로운 도약 전략은?

곡산 2025. 8. 9. 07:40
‘코코아 쇼크’를 넘는 스위스 초콜릿의 새로운 도약 전략은?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5.08.08 10:10

프리미엄 브랜드-대체원료 기반 제품 양축으로 기후 위기 대응
초콜릿 제조·브랜드 강국…작년 생산 소폭 성장 불구 수출 정체
원료 조달처 다변화…가격 올려도 수요 유지되는 고급품 주력
스타트업 ‘푸드 브루어’ 배양 코코아 기반 초콜릿 상용화 추진
‘코코아프리 초콜릿’ 주목…해바라기씨 등 활용 초콜릿바 출시
코코아 열매 과육·내피 전부 이용…섬유질 늘고 설탕 사용 줄여
 

벨기에와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초콜릿 강국의 공통된 특징은 카카오 원산지가 아닌 제조·브랜드 강국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오랜 전통과 기술력으로 초콜릿 산업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원료 수급 문제와 지속가능성, 원가 상승 등으로 인해 브랜드 가치 유지와 수익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어려워하고 있다. 이에 이들 국가의 초콜릿 제조 기업들은 공급망 다변화와 제품 포트폴리오 변화, 대체제 사용, 고급화 및 프리미엄 전략 등으로 위기를 회피하거나 완화하고 있다. 다음은 초콜릿 강국 중 하나인 밀크 초콜릿의 본고장 스위스는 해당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코트라 취리히무역관이 전한 내용을 토대로 살펴보고자 한다.

 

● 초콜릿 산업을 바꾼 ‘코코아 쇼크’

2024년, 전 세계 코코아 시장은 전례 없는 가격 급등을 경험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와 국제코코아기구(ICCO)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코코아 가격은 약 4배 상승했으며, 2025년 1월 기준 국제 평균 가격은 톤당 약 1만 353달러에 달했다. 이는 과거 수년간 유지되던 2000~3000달러 수준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1977년 기록된 사상 최고가인 5104달러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원자재 가격 폭등은 단순한 수급 불균형의 결과가 아니라, 서아프리카 주요 코코아 산지의 이상기후와 병해충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이다. 또한 최근 미국의 무역 정책에 따른 관세 인상과 물류비 상승 등 이차적 비용 상승 요인들도 코코아 가격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코아는 대표적인 원자재 선물 품목 중 하나로, 생산국의 농업 안정성과 재고 흐름, 기후, 변수, 수요 구조 등 다중 요인에 따라 가격 민감도가 높다.

스위스 초콜릿 산업은 최근 코코아 원료 가격의 폭등으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2024년 스위스 초콜릿 전체 생산량은 전년 대비 2.31% 감소한 13만 439톤을 기록했으며, 내수 판매는 1.7% 증가하며 견조한 양호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수출은 전년 대비 0.2% 증가에 그쳐 사실상 정체 상태를 머물렀는데 이는 수출이 전체 생산량의 72.1%를 차지하는 구조적 특성을 고려할 때, 초콜릿 산업 전반에 경고 신호로 해석된다. 한편, 총매출은 전년 대비 13.3% 증가한 한화 약 3조8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실질적인 수요 확대보다는 제품 단가 인상에 기인한 성장으로 분석된다.

 

● 고급화냐 OEM이냐…원가 쇼크 속 전략 분화

스위스초콜릿협회는 2025년 이후 저가 원재료 재고가 소진됨에 따라 전 제품군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업계는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유지되는 고급 제품에 주력하며, 원산지 다변화와 공급망 재편 등 다양한 전략을 전개 중이다.

특히 주요 제조사들은 기존 코트디부아르·가나 외 카카오 생산국인 에콰도르, 브라질 등과의 조달 계약을 확대하고 있으며, 생산 농가와의 직접 거래 또는 가공 전환 계약 등 수직적 통제력 강화를 통한 리스크 대응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스위스 초콜릿 업계의 대표 기업들은 서로 다른 전략적 노선을 채택하며 상반된 실적 흐름을 보인다. 특히 업계 대표 기업인 린트와 바리칼레보의 최근 행보는 원재료 가격 상승기에 프리미엄 전략과 대량 OEM 전략 간의 대응력 차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린트는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가격 전가력과 브랜드 충성도를 기반으로 2024년 이후 두 자릿수 가격 인상을 단행했으며, 같은 해 말 출시한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 등 신규 고급 제품군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며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UBS 애널리스트는 해당 제품을 “린트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신제품 중 하나”라고 평가했으며, 린트 주가는 올해 들어 약 28% 상승하며 전고점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반면, 초콜릿 원료를 대량으로 다국적 대기업에 공급하는 스위스 초콜릿 기업 바리칼레보는 대량 원료 고객사들의 주문 조정 흐름과 글로벌 수요 둔화에 따른 실적 압박을 받고 있다. 2025년 4월 실적 발표에서는 연간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고, 같은 기간 주가는 전년 대비 30% 하락해 201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공매도 증가와 재무 유동성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향후 주가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스위스 초콜릿 시장은 지속가능성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고급 소비 시장에서의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다. 공정무역인증, 스위스 유기농 인증(BIO SUISSE), 탄소 저감 인증 등 다층적 지속가능성 인증을 확보한 고급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가격 민감도가 낮은 윤리적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단순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브랜드 가치 중심의 시장 전략을 도모하고 있다.

세계적인 초콜릿 강국들은 현재 기후 변화 대응, 윤리적 생산체계 확립,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 개발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스위스의 일부 기업들은 전통적인 원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신기술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은 실험실에서 재배한 푸드브루어(Food Brewer)의 세포배양 코코아(왼쪽)와 코코아가 없는 스텔라 베른라인(Stella Bernrain) 초콜릿 상품군. (사진=각 사)
 

● 코코아 없는 초콜릿, 스위스가 먼저 움직였다

국제코코아기구는 2025년 전 세계 생산량이 전년 대비 7.8%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재고 부족과 병충해, 기후변화 등 구조적 리스크는 여전히 상존한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2025년 초 서아프리카 기후는 평균 수준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강수량 변동성과 고온다습 기후가 반복될 경우, 가격이 2026년까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 원자재 시장의 불안정성과 맞물려, 스위스초콜릿협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5년 이후 저가 원재료 재고가 소진되면, 전 제품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며, 이에 대비해 원산지 다변화와 기술 전환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스위스 초콜릿 산업은 2025~2026년을 구조 전환의 분수령으로 보고, 일부 기업들은 전통적인 원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신기술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타트업 푸드브루어(Food Brewer)은 2021년부터 코코아 세포 배양 기반의 실험실 생산 기술을 개발해 왔으며, 2026년 미국 FDA의 식품 승인을 획득하고 세계 최초로 배양 코코아 기반 초콜릿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 회사의 기술은 카카오 열매에서 추출한 세포를 영양 배지에서 배양한 뒤, 바이오리액터를 통해 대량 증식·건조·로스팅해 코코아 파우더를 제조하는 방식이다. 기후, 병해충, 공급망 병목 등 기존 농업의 구조적 문제에서 벗어나 지속가능성과 품질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와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코코아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코코아 프리 초콜릿(Cocoa free chocolate)’도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지 초콜릿 제조사 스텔라 베른라인(Stella Bernrain)은 2024년 11월, 발효된 해바라기씨를 원료로 한 초비바(Choviva) 초콜릿 바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외관, 질감, 맛에서 기존 초콜릿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2025~2026년 본격 유통을 예고했다.

 

● 코코아 빈을 넘어 과육과 내피까지…

혁신의 다음 최전선은 사회와 환경에 이로운 선제적 수단으로 초콜릿을 활용하는 것이다. 취리히 연방공대와 스타트업 코아(Koa), 초콜릿 제조사 펠흘린(Felchlin)은 이노스위스(Innosuiss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공동 연구를 통해 코코아 열매의 과육과 내피를 활용한 ‘코코아과육 초콜릿(Cocoa-fruit chocolate)’을 개발했다.

이는 기존 초콜릿 제조 공정에서 코코아 빈(씨앗)만 활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열매 전체를 활용함으로써 자원 효율을 극대화하고 농가 수익 증대까지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 측면의 혁신으로 평가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해당 코코아 젤을 사용한 초콜릿은 기존 다크 초콜릿 대비 섬유질 함량이 약 20% 증가(100g당 15g), 포화지방은 30% 감소(23g)하며, 건강 친화적인 성분 조성이 강점이다. 또한 과육에서 추출한 천연 당분을 활용해 설탕 사용량을 3분의 1 이상 줄이면서도 기존 초콜릿과 유사한 감미도와 질감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취리히 연방공대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특허를 출원했으며, 현재 상용화를 위한 생산 인프라 구축 및 공급망 조정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농가 측면에서는 코코아 빈뿐 아니라 과육과 내피까지 건조 및 분말화해 판매할 수 있어, 단일 작물에서 세 가지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로 진화하게 된다.

이러한 기술 흐름은 단순히 원가 절감이나 공급 안정성 차원을 넘어, 윤리적 소비와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프리미엄을 겨냥한 전략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향후 스위스 초콜릿 산업은 프리미엄 브랜드와 대체 원료 기반 신제품을 양축으로 해 기후·규제 리스크 대응력과 혁신성을 동시에 갖춘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 지역성과 정체성을 무기로 한 빈투바 브랜드의 성장 전략

스위스 초콜릿 산업은 대형 제조사 중심의 구조를 유지하는 한편, 카카오 원두를 볶는 과정부터 초콜릿 바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빈투바(Bean-to-bar)’ 기반의 프리미엄 소형 브랜드가 독립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산업이 다극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라플로어(Laflor), 가르소아(Garçoa), 타우헬리(Taucherli) 등이다.

라플로어는 스위스 취리히 빈투바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적 브랜드로, 정제된 미학과 고도화된 장인정신을 바탕 초콜릿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량은 연간 8톤 내외로 제한적이지만, 높은 카카오 비율과 무첨가 원칙, 투어 가능한 소규모 공장 등으로 프리미엄 고객층의 높은 충성도를 확보하고 있다.

가르소아는 ‘초콜릿을 와인처럼 음미한다’라는 브랜드 철학으로 감각 중심의 미식 경험을 제안하며, 유기농 설탕과 고 카카오 원두만을 활용한 6톤 규모의 장인 초콜릿을 생산 중이다.

타우헬리는 팝핑 캔디, 시트러스 등 독창적인 재료 조합과 재치 있는 디자인을 통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브랜드 팬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연간 40톤 규모의 생산량과 비교적 접근성 높은 가격대로 시장 저변을 넓히고 있다.

이들처럼 대형 OEM 기반의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윤리성과 지속가능성을 전면에 내세운 브랜드들은 제품의 철학과 생산의 투명성을 핵심 자산으로 삼아 고급 소비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또한 이들 기업은 모두 싱글 오리진 원료, 유기농 설탕, 공정무역 인증 등 고품질·고윤리 조달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초콜릿을 단순 식품이 아닌 ‘감각적 경험’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유기농, 탄소중립 등 다층적 지속가능성 인증을 기반으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고급 호텔, 공항 면세점 등 제한된 유통 채널에 집중적으로 입점하며 브랜드 희소성을 자산화하고 있다.

아울러 소량 생산과 고부가가치 전략, 스토리 기반 소비에 최적화된 구조를 통해 프리미엄 시장에서 확실한 고정 수요층의 충성도를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스위스 내 초콜릿 소비 흐름은 ‘저가 다량’에서 ‘윤리적 가치소비’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상품의 외형이나 원가 경쟁력이 아닌, 스토리와 철학, 기술이 결합한 브랜드 전략의 전환이 유효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