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홈플러스 회생 절차 불구 식품 업계 ‘납품 불안’

곡산 2025. 4. 1. 21:56
홈플러스 회생 절차 불구 식품 업계 ‘납품 불안’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04.01 07:57

일부 업체, 대금 미수 우려로 중단했다가 재개
서울우유 등은 납품 중단 상태서 사태 관망 중
정산 주기 단축·선입금 등 거래 조건 변경 요구
홈플러스 “일정 따라 결제…선납은 수용 곤란”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납품하는 식품업체들과의 협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직후 오뚜기, 삼양식품, 롯데웰푸드 등 일부 식품업체는 대금 미수 우려로 납품을 중단했다. 그러나 서울회생법원이 납품 대금 우선 변제를 허가하면서 이들 업체는 납품을 재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서울우유 등 일부 업체는 여전히 납품 중단 상태를 유지하며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또 일부 납품업체는 대금 정산 주기를 단축하거나 선입금을 요구하는 등 거래 조건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홈플러스의 재정 상태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가 장기화될 경우 대금 회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대금 지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납품업체들을 설득하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현재 가용 현금 잔고가 충분하며, 일반 상거래 채무는 전액 변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재정 상태가 불투명한 만큼 납품 거래 안정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대부분의 주요 협력사들과는 납품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되어 마무리 단계에 있지만, 서울우유 등과는 납품 조건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홈플러스는 서울우유 등 일부 업체가 상품 대금을 현금으로 선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아직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협력사와 입점주들도 있는 상황에서 상품 대금을 현금으로 선납해달라는 조건은 당사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이어 “협력사, 입점주들에게 밝힌 상환 일정에 따라 대금을 지급해오고 있다. 일부 대기업 협력사들이 소상공인 채권 지급이 완료된 후에 대기업 회생채권에 대한 변제가 이뤄지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바 있으나 오랜 기간 동안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해 온 만큼 원만하게 협의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CJ제일제당과 대상 등은 현재 정상적으로 홈플러스에 납품하고 있으며, 오리온 역시 홈플러스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지만 소비자 불편 등을 고려해 당장 납품 중단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농심은 대금 지급 문제로 지난 19일부터 홈플러스에 라면 등 제품을 공급하지 않았다가 21일 다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앞서 오뚜기와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동서식품, 팔도 등 주요 식품기업도 일시적으로 납품을 중단했다가 며칠 만에 재개했다.

업계에선 홈플러스의 정상적인 영업 지속 여부가 납품 거래 안정화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납품업체들과의 신뢰를 회복해야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상거래채권 변제는 계획대로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27일 오전까지 총 5470억 원의 상거래채권을 지급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14일 영세업자와 소상공인 상거래채권을 우선적으로 변제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이미 구체적인 상환 일정을 전달해 대금을 지급해오고 있다.

이와 함께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와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형마트 임대료 인하 요구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며 임대주들과의 협의를 준비 중이며, 매입채무유동화(ABSTB)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채권을 상거래채권으로 취급해 회생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상적인 영업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홈플러스가 식품업체들과의 원활한 협의를 통해 안정적인 상품 공급망을 확보하고, 회생 절차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재정 상황 악화로 인해 납품 대금 지급에 대한 불안감이 식품업계 전반에 확산되면서 일부 업체의 납품 중단은 다른 업체들의 동요를 일으켜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홈플러스의 회생 여부는 수많은 중소·중견 협력사의 생존과도 직결된 사안이고, 대금 결제 지연이 반복되면 결국 협력사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홈플러스는 정상적인 영업 유지를 위해 협력업체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식품업체들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재정 안정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