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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매운맛' 열풍…K-소스에도 기회

곡산 2025. 3. 29. 20:12
프랑스의 '매운맛' 열풍…K-소스에도 기회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5.03.28 10:51

매운 소스 판매 5년간 50% 증가
스리라차 등 아시아 케첩으로 인식
고추장·고춧가루·김치 소스 가능성

프랑스가 매운맛에 빠지고 있다.

 

매운맛을 선호하는 아시아나 중남미 지역과는 달리 유럽은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매운맛을 크게 즐기지 않는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전통적으로 ‘매운맛’ 음식이 거의 없는데,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매운맛이 크게 어필되면서 ‘매운 소스’가 현지 시장에서 큰 폭의 성장세를 이룩하고 있다.

코트라 파리무역관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에서는 매운 소스를 시식하는 다양한 동영상이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면서, 그동안 ‘매운맛’이 별로 없었던 프랑스 식문화에 다양한 매운맛이 소스류를 중심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또한 대도시를 중심으로 ‘매운 음식 먹기 대회’가 열릴 정도로 매운맛을 그저 이국적인 음식이 아닌 일종의 오락 수단으로 소비하고 있다. ‘매운 음식 먹기 대회’ 문화는 미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라틴계 이민자가 많아 핫소스 종류가 많은 미국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전통적으로 매운 소스 종류가 많지 않은 프랑스에서는 새로운 트렌드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서카나(Circana)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매운 소스 품목은 지난 5년 동안 판매 규모가 물량 기준 50%, 매출액 기준 35% 증가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은 타바스코소스지만, 태국 스리라차소스의 인기도 최근 몇 년 사이 급속도로 치솟고 있다.

프랑스 스리라차소스 유통 관계자가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 따르면 “스리라차소스는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는 아시아식 케첩으로, 지난해 해당 품목 매출이 48%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현지에서는 스리라차소스가 이제는 ‘이국적인 음식’이 아니라 프랑스 샌드위치 가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프랑스 식문화의 일부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매운 소스’의 인기는 방송 프로그램 ‘핫 원스(Hot Ones)’가 큰 역할을 했다. 이 프로그램은 2015년 미국에서 시작된 TV쇼로, 2022년 프랑스의 한 케이블 채널이 같은 포맷으로 만들어 방영하기 시작했다. 즉 게스트로 나온 유명인을 30분간 인터뷰하면서 질문이 늘어갈 때마다 점점 매운맛 강도가 높아지는 핫소스를 묻힌 너깃을 맛보게 하는 형식인데, 소스가 점점 매워짐에 따라 게스트가 힘들어하는 모습이 웃음을 주는 한편 매운맛에 대한 출연자들의 표현이 자연스럽게 ‘매운 소스’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프로그램은 유튜브에서만 3천만 뷰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현지 매운맛 소스의 인기는 이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팬데믹 이후 이전보다 활성화된 장거리 여행 덕분에 이국적인 매운 음식을 접하게 된 프랑스인이 많아진 것과 재택근무가 증가하면서 배달 음식이 대중화된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프랑스에서는 배달 음식으로 프라이드 치킨과 햄버거, 피자 등을 가장 많이 먹는데, 이러한 음식과 곁들일 수 있는 소스를 집에 다양하게 갖추는 소비자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현지의 매운맛 소스의 인기에 대해 무역관이 인터뷰한 유통 관계자도 “프랑스 젊은이들은 기존에 맛보지 못했던 매운 음식에 열광하고 있다"라며, "매운 소스를 중심으로 고추와 같은 식재료 또한 진지하게 연구되는 중"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주요 소비자층을 고려한 톡톡 튀는 패키징과 천연재료 사용을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이 소비자들에게 성공적으로 어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무역관은 프랑스 매운 소스 시장의 주요 소비자층이 K-푸드 주 소비자층과 상당 부분 겹치는 점을 생각하면, 고추장과 고춧가루, 김치 소스 등과 같은 제품 또한 현지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프랑스 소스 시장은 건강 및 웰빙 제품 위주로 성장 중이다.

2024년 프랑스 소스 품목 소매 시장 규모는 약 37억 유로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 증가한 수치이며, 해당 시장은 2029년까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건강 문제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면서 프랑스 소스 시장에서도 무설탕 및 저염 제품, 천연 재료 사용 제품 등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인공 성분을 첨가하지 않고, 원산지 정보 등을 제품 겉면에 표기하며, 재활용할 수 있는 종이 포장재와 유리병 사용으로 친환경 및 웰빙 이미지를 강화하는 브랜드도 늘고 있다.

품목별로는 한동안 캐나다의 가뭄으로 인한 공급 부족과 러-우 사태에 따른 공급망 문제가 심화됐던 겨자 제품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다만, 프랑스에서는 겨자 제품을 주로 고기류 식사에 곁들이는데, 육류 소비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면서 겨자 또한 소규모 카테고리로 축소되고 있다.

매운 소스 품목은 앞서 살펴본 대로 새로운 맛을 즐기는 젊은 층의 호응에 힘입어 크게 성장 중이다, 특히 감자칩, 너깃 등을 찍어 먹는 딥(dip) 소스 형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또한 종류 측면에서도 매운 정도와 풍미에 따라 다양한 배합으로 변주된 매운 소스들이 출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