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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성장하는 스페인 PB 시장, 한국 기업에 열리는 기회는?

곡산 2025. 3. 28. 07:56
빠르게 성장하는 스페인 PB 시장, 한국 기업에 열리는 기회는?
  • 트렌드
  • 스페인
  • 마드리드무역관 이성학
  • 2025-03-27
  • 출처 : KOTRA

 

스페인 가정의 전체 구매 중 PB 제품 비중 51% 기록

프리미엄형 PB 전략 등을 통해 스페인 기업과의 협업 가능성 고려 가능

스페인, 유럽 최대 PB 제품 시장

 

스페인 가정의 장바구니에서 자체 브랜드(PB) 제품의 비중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스페인 주요 슈퍼마켓 체인 기업인 알디(Aldi)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인 가정의 전체 구매 중 PB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4년 기준 51%에 달하며, 해당 비중은 매년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러한 점유율 상승은 지출 증가에도 반영이 돼, 스페인 가정은 식품과 생활용품(신선제품 제외) 카테고리의 PB 제품에 연평균 1208유로를 소비하고 있다. PB 제품의 성장률은 판매량에서 전체 식품 및 생활용품 시장(신선식품 제외)보다 높은 수준을 보여, PB 제품의 판매 성장률이 2023년에서 2024년 8.5% 증가한 반면, 전체 시장 성장률은 5.4%에 그쳤다.

 

PB 제품의 판매 증가에 작용한 가장 큰 요인은 가격이다. PB 제품의 평균 가격은 시장 평균(신선식품 제외)보다 15% 낮아, 소비자들이 품질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절약 수단이 되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전체적인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PB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가격 인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알디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페인 소비자 10명 중 7명은 PB 제품의 가격 상승률이 일반 브랜드 제품보다 동일하거나 낮았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스페인 가정의 PB 제품 구매 빈도는 2023년에서 2024년 2.2% 상승했으며, 스페인 소비자들은 주당 평균 2회 PB 제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B 제품 중에서도 평균 가격이 가장 낮은 제품은 식기세척제(시장 평균 대비 46% 저렴), 반려동물 사료(시장 평균 대비 41% 저렴), 그리고 향수 및 위생용품(시장 평균 대비 39% 저렴)이다.

 

그러나 PB 제품의 인기가 단순히 저렴한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소비자들은 유통업체들이 PB 제품의 종류를 더욱 다양하게 확대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 10명 중 8명은 슈퍼마켓에서 PB 제품의 종류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다양성은 단순한 가격 경쟁력을 넘어, 프리미엄 라인업에서도 가성비를 갖춘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이제 PB 제품은 '저렴한 대체재'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나, 품질과 디자인, 기능성까지 갖춘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건강, 친환경, 고급 원료 등을 강조한 프리미엄 PB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으며, 이는 PB 시장의 전반적인 이미지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페인 소비자들의 PB 제품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지면서, 모든 카테고리(신선식품 제외)에서 PB 제품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구매량 기준, PB 제품은 지난 한 해 동안 10개 제품군 중 9개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특히 PB 제품의 구매가 두드러진 품목은 생활용품, 유제품, 통조림, 치즈 등이다. 또한, 지난해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품목으로는 우유 및 음료, 세제, 유아용 제품, 치즈 등이 있다. 연령대별로 보면, PB 제품의 소비는 모든 연령층에서 증가했지만, 특히 젊은 층에서 가장 높은 소비 비율을 기록했다. 35세 미만 소비자의 PB 제품 구매 비중은 56.5%로, 전년 대비 2.9%p 증가했다. 그밖에 35~49세, 50~64세 구매 비중도 각각 53.3%, 50.8%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65세 이상 소비자의 경우 48.1%로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을 보였다.

 

최근 몇 년간 PB 제품의 소비가 대폭 증가하면서, 스페인은 유럽에서 PB 제품 소비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Circana 기관의 조사에 르면, 생활 필수 소비재의 PB 제품 시장 점유율은 스페인에서 48.5%로, 유럽 평균(39.2%)보다 9%p 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독일(42.9%), 네덜란드(41.3%), 영국(37.0%), 프랑스(35.9%)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을 뛰어넘는 소비 수준이었다.

 

<2023년 기준 유럽 주요국별 소비재 판매 중 PB 제품 비중>

(단위: %)

[자료: Aldi 보고서(Circana 인용)]

 

스페인 유통업계, PB 제품으로 승부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스페인 유통업계에서 PB 제품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스페인 소매 유통 업계 1위 기업인 메르카도나(Mercadona)의 경우, 2024년 기준 전체 연 매출 중 PB 제품 비중이 75%에 달하며, 독일계 슈퍼마켓 체인 기업인 리들(Lidl)의 경우 해당 수치가 82%를 기록했.

 

이러한 추세는 전통적으로 제조사 브랜드(NB)에 더 큰 비중을 두었던 대형 유통사들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PB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인플레이션 속에서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카르푸(Carrefour)는 그동안 제조사 브랜드 위주의 상품 구성을 유지해 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PB 비중을 꾸준히 늘려 2023년까지 전체 식품 매출 중 PB 비중을 36%까지 확대했다. 특히 ‘Carrefour Bio’와 ‘Carrefour Selection’ 같은 프리미엄 PB 라인을 통해 다양한 소비층을 공략하고 있다. 

 

또 다른 유통기업인 디아(Dia)도 PB 제품 판매 비중을 2022년 52.6%에서 2024년 말까지 57.7%로 늘렸다. 이처럼 스페인의 주요 유통사들은 PB 제품을 통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며 소비자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Kantar는 2024년 PB의 점유율이 완만하지만 안정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는 등,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전망 및 시사점

 

스페인의 PB 제품 시장은 이제 단순한 ‘가격 경쟁’의 장을 넘어, 유럽 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는 소비재 분야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스페인 가정의 구매 중 PB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51%에 달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한국 기업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특히 스페인 시장을 겨냥한 소비재 수출을 고려하는 한국 기업이라면, PB 시장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유통업체가 중심이 되는 PB 시장의 특성상, 브랜드 파워보다는 가격, 품질, 납기 등 실질적인 경쟁력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한층 더 세밀한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그러나 PB 제품은 그 특성상 일반 브랜드보다 낮은 가격대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수출 마진이 낮아지거나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부담을 극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적 대안이 제시될 수 있다. 첫 번째로, 스페인 유통기업들이 최근 프리미엄 PB 제품군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품질과 원료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가 높아지면서 단순한 ‘저가’에서 벗어난 프리미엄 PB 제품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은 고급 원료, 친환경 등 자사만의 차별화 요소를 내세운 ‘프리미엄형 PB’ 협업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완제품 수출이 부담스러운 경우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를 생산하는 현지 제조사에 핵심 원료, 포장재, 중간재 등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출을 모색할 수 있다. 이는 브랜드 경쟁 없이도 스페인 PB 시장의 성장세를 간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KOTRA 마드리드 무역관이 스페인 주요 유통기업인 M 사의 구매 담당자와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M 사는 과거 한국 제조기업으로부터 알로에 음료와 김스낵 제품을 수입해 PB 제품으로 판매한 경험이 있다. 또한, 최근 스페인 소비자들에게 인스턴트 라면 등 아시아 간편식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어, 이와 같은 수요 증가에 발맞춰 해당 제품 제조에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고려해 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자료: Aldi 보고서, Circana, 각 PB 기업 홈페이지, 현지 언론, KOTRA 마드리드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