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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톡톡] 햇반도 못 넘보던 日 즉석밥 시장 드디어 열리나

곡산 2025. 2. 5. 10:04

[비즈톡톡] 햇반도 못 넘보던 日 즉석밥 시장 드디어 열리나

높은 관세로 수출 생각하지 않았던 日 시장
쌀 부족한 日 쌀값·즉석밥 가격 오르니
국산 햇반에 관세 등 비용 붙여도 어깨 견줄 수 있는 수준

 

입력 2025.01.16. 15:52업데이트 2025.01.16. 16:03
 
 
 
 
 
서울 시내 대형마트 즉석밥 판매 코너 모습./뉴스1
 

전 세계 40개국으로 수출하는 CJ 햇반이 감히 넘보지 않는 시장이 있습니다. 바로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입니다. 언뜻 생각해선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둘 다 둥글고 찰기가 있는 쌀알인 자포니카 쌀을 소비한다는 측면에서 식생활이 비슷한 데다가 지리적으로 멀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햇반은 지구 반대편의 남미 시장으로도 수출되고 있으니 더 의아할 수 있습니다.

사실 햇반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오뚜기나 하림 등에서 나오는 다른 즉석밥도 일본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높은 관세 때문입니다. 일본은 농가 보호 등의 명분으로 즉석밥에 붙이는 관세를 꽤 높게 잡아놨습니다. 즉석밥의 쌀 함유량은 99.9%인데 이 제품에 붙는 관세는 1kg당 341엔 수준입니다. 관세까지 붙으면 가격 경쟁력을 고려했을 때 승산이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계산이었습니다.

그런데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즉석밥 시장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한국은 쌀이 남아돌아 고민인 반면, 일본은 쌀 수요는 늘고 공급이 줄면서 쌀값이 오르는 추세라서 그렇습니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작년 6월 기준으로 발표한 ‘쌀 기본지침’에 따르면 작년 6월까지의 연간 쌀 수요는 702만톤 수준으로 3월 예측보다 11만톤이 늘었습니다. 반면 쌀 재고량은 165만톤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태풍과 지진 등 천재지변과 이상 기후 여파 때문입니다.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지난해 말 일본 내 쌀 가격지수는 2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쌀값 폭등에 일본은 이례적으로 해외에서 쌀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일본농업신문에 따르면 일본 오사카의 한 도매업체는 쌀값이 오르자 미국산 ‘칼로스’ 쌀 400톤을 수입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 직원식당에서도 작년 12월부터 일본산 쌀 대신 가격이 저렴한 대만산 쌀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쌀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즉석밥 수요도 늘고 있습니다. 고령화나 맞벌이 가구 증가하면서 간편식 선호가 늘어서입니다. 지진 등에 대비한 재난식품으로 여겨지던 즉석밥이 일상식품으로 확고히 자리매김을 한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슈퍼엔저(엔화 가치 하락)로 외국 관광객이 급증한 것도 영향을 줬다고 일본 정부는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근 일본 즉석밥 가격은 어떻게 될까요. 그간 일본 즉석밥 가격도 많이 올랐습니다. 쌀값이 오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일본 도요수산(東洋水産)에 따르면 210g짜리 즉석밥이 부가가치세를 떼고서 580~600엔 수준에서 팔리고 있습니다. 100엔당 930원 수준의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기준으로 5000원이 넘는 꼴입니다.

한국 즉석밥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국내 즉석밥 햇반(210g)의 정가는 1888원입니다. 무역회사 관계자들은 국내 즉석밥 소비자 가격에 관세와 배송비 등을 감안해도 일본 현지 즉석밥 가격과 비슷해질 수 있을 거라고 계산하고 있습니다. 일본 즉석밥 대비 엄청나게 싼 값에 유통할 수 있는지는 더 따져봐야겠지만, 가격적인 측면에서 관세 문제로 일본 시장을 쳐다도 보지 못할 수준이 되진 않을 것이란 뜻입니다.

물론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의 추이, 배송·물류비, 일본에서의 브랜드 구축 비용, 유통 채널비용, 일본의 쌀 수급 변동성 등을 감안했을 때 당장 쉽게 수출을 결정짓는 건 어려운 문제라고 합니다. 쌀이나 쌀 가공품에 대한 수입은 어느 나라나 그렇듯 식량 주권 문제가 걸려 있어서 예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햇반 수출길 확대에 대한 기대감은 벌써부터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 아닌, 즉석밥 수출길이 열린 가까운 나라 일본으로 이 기회를 살릴 수 있을까요? 예전과는 달라진 일본 쌀 시장 분위기가 햇반에 새로운 기회가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