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서영 기자
- 승인 2024.09.11 07:55
정부, 외식 업계 국산 김치 사용 방안 고민
김치협회 ‘자율 표시제’ 등 국산 이용 독려
농산물 가격 상승에 수급 변동성 커 걸림돌
K푸드 열풍에 힘입어 매년 국산 김치의 수출이 늘고 있지만 무역 적자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일본, 미국 등으로 김치의 수출은 크게 늘었으나 국내 소비는 저가 중국산 김치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치 수출 물량은 매년 증가해 작년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9년 2만9628톤에서 작년 4만4037톤으로 48.6% 늘었다. 수출액은 상반기까지 8380만달러(약 1155억원)로 전년 동기(8050만달러)보다 4.0% 증가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소비자들의 발효·비건 식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해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유럽에는 상온 보관·유통이 가능한 김치를 선보이고 한국 문화행사와 연계해 홍보하면서 전년 대비 40% 이상 수출이 늘었다.
반면 김치의 무역수지는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올 상반기 김치 무역적자는 54만9000달러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수출액은 8380만3000달러, 수입액은 8435만2000달러였다. 2007년부터 작년까지 김치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한 경우는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과 중국 ‘알몸 김치’ 파동이 있었던 2021년 등 두 차례에 불과하다.
수출 선방에도 여전히 무역수지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중국산 김치’ 때문이다. 국내 김치 수입의 99.9%는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산 김치는 맛이나 품질 모두 국산 김치보다 떨어지지만 가격이 국산의 3분의 1정도로 저렴하다 보니 식당 등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국산 김치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지만 단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국산을 쓸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수출입 단가를 비교해보면 수출되는 국산 김치(톤당 3513달러)에 비해 수입 김치(톤당 569달러)의 가격이 6배 이상 저렴하고, 국내 e커머스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김치도 10㎏ 기준 가격이 1~2만 원에 불과해 국산 김치와 3배가량 차이가 난다.
이에 정부는 외식업계 경영 부담을 안정화해 자연스럽게 국산 김치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배추와 같은 농산물에 대한 비축물량을 확대하고 할당 관세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원가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국내 김치 제조업체들을 회원사로 한 대한민국김치협회에서도 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외식업체들을 차별화하기 위해 시행하는 ‘김치 자율표시제’를 통해 국산 김치 이용을 독려하고 있다.
업계는 경쟁력 강화와 함께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종사자 수 4명 미만의 영세업체가 대다수인 상황에서 영업이익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다. 대기업에 비해 수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것도 한계로 지목된다.
한편 K푸드 열풍에 힘입어 김치 수출액이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무역수지 적자를 벗어날 수 있다는 전망에도 국내 원재료의 가격이 복병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국내 김치 제조업체들의 총비용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원재료 농산물 가격은 올해 연일 상승하고 있는 데다가 수급 불안정으로 인한 변동성이 커 업계의 큰 걸림돌로 지목되곤 했다. 김치의 원재료는 국산 사용률이 95% 내외로 매우 높아 농업 부문과의 연계성이 어떤 식품보다 강하다. 실제 2016년 1조539억 원이던 국내 김치 제조업체의 총비용은 2022년 1조6850억 원으로 늘어 8.1%의 증가율을 나타내 출하액 증가폭을 웃돌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배추 상품 평균 도매가격은 10㎏당 1만6580원으로 전년보다 23.6%, 평년보다는 34.1%나 높았다. 지난달 고온과 가뭄이 지속되면서 작황이 부진해 생산량이 감소한 탓이다. 올해 연간 도매가격도 10㎏당 1만2951원으로 평년 수치를 23.7% 웃돌았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김치 가격이 오르면 중국산 김치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판매 비용을 올리기 쉽지 않으니 다른 부분에서 비용을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커지는 시장 규모에 맞게 제조공정의 자동화 도입과 원재료의 안정적인 확보에서 더 나아가 경영 효율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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