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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대표 소주 '선양', 저도주 트렌드 주도 [장수브랜드 탄생비화]

곡산 2023. 10. 3. 17:06

충청권 대표 소주 '선양', 저도주 트렌드 주도 [장수브랜드 탄생비화]

등록 2023.03.19 07:00:00

1994년 선보인 선양그린 대전·충남서 60% 넘는 점유율 기록

맥키스컴퍼니, 트렌드 제품에 반영 '저도주 2023버전 선양' 출시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1990년대 충청권을 중심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킨 소주가 있었다. '선양그린' 소주가 주인공이다. 선양그린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녹색 소주병을 사용한 제품이다. 이전에는 블루스카이를 사용한 소주가 대세를 이뤘지만, 이후 '소주=녹색병' 이라는 공식이 생겼다.

'아름다운 물이 용솟음 친다'는 의미의 지명인 가수원의 맑은 물로 희석해 우리나라 최고의 상쾌한 소주라는 점을 부각하는 마케팅을 전개했다. '자연소주'를 표방한 선양그린은 충청도 지역을 대표하는 소주로 떠올랐다.

1973년 33개 소주회사 뭉친 선양…"장인정신으로 제품 생산"

선양그린은 대전·충청권을 대표하는 선양에서 만들었다. 1973년 충청도 일원에서 사업을 전개하던 33개 소주회사는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힘을 합쳐 '금관소주'를 설립했다. 이듬해에는 상호를 선양으로 변경했다.

선양을 설립한 이들은 단일 생산 품목을 고집했다. 당시에는 하나의 도에 하나의 소주만 허용하는 '자도주' 시대였는데, 선양이 선보인 소주는 장인정신이 만들어낸 소주로 1980년대 후반까지 인기를 끌었다. 

1988년 서울에서 개최된 올림픽은 국내 소주 회사들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한다는 점을 고려해 업체들이 앞다퉈 신제품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선양도 이같은 추세에 맞춰 관광 소주를 출시했다. 이후 1993년 대전세계박람회(EXPO) 개최 시즌에는 독특한 병으로 인기를 끈 선양 엑스포 소주를 출시하며 큰 인기를 모았다.


1994년 선보인 선양그린 대전·충남서 60% 넘는 점유율

1994년에 선보인 선양그린은 최대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경월그린보다 한달 앞서 녹색 소주병에 담긴 선양그린은 자연소주를 표방하는 마케팅을 앞세워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마케팅 성공은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선양그린은 1998~1999년 대전, 충남 지역에서 80%, 65%의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대전·충남을 합쳐 70%가 넘었고, 전국 점유율도 5%에 육박하는 기록을 세웠다.

저도주 트렌드 확산에 앞장서기도 했다.

선양그린은 1998년 3월 23도의 선양그린을 출시했다. 25도 소주가 주류를 이룰 때 등장한 저도주 소주는 독한 술이 아닌 맛있는 술이라는 인식 아래 대중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선양그린의 저도주 출시 이후 진로가 1998년 10월 저도주를 출시하는 등 대기업들도 알코올 도수 낮추기에 동참했다. 소주의 판도 변화를 선양이 주도한 셈이다. 이후 창사 22주년을 기념, 22도의 선양그린투투를 선보이기도 했다.


"사람과 사람 즐겁게 연결한다"…'맥키스컴퍼니'로 사명 변경

오랜 세월 충청도민과 애환을 함께 나눠온 충청지역 대표 향토기업인 선양은 2013년 사람과 사람 사이를 즐겁게 연결한다는 의미로 사명을 이을 맥(脈)과 키스(Kiss)를 결합한 맥키스컴퍼니로 변경했다.

50년의 주류 제조기술과 노하우를 통해 희석식 소주는 물론 증류식 소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특히 2005년 술에 자연 산소를 넣는 특허 기술인 '산소숙성촉진공법'을 도입해 '산소소주' 이미지를 구축했다.

국내는 물론 미국·일본·중국에서 특허를 취득한 산소숙성촉진공법은 자연에서 포집한 산소를 3회에 걸쳐 소주에 투입하는 기술이다. 뒤끝 없이 산뜻한 소주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이유다.

산소는 알코올 분해 필수 요소로 작용해 체내 알코올 분해 및 뇌기능 회복에 산소가 들어가지 않은 소주보다 효과가 빠르다는 사실이 국제 알코올 전문 학술지(ACER)를 통해 입증되기도 했다.


과거와 현재 트렌드 반영한 2023년 신제품 선양 출시

맥키스컴퍼니는 국내 최저 도수, 최저 칼로리 제품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맥키스컴퍼니는 올해 초 산소숙성공법과 쌀·보리 증류원액을 첨가해 소주 특유의 깔끔한 맛은 유지하고, 알코올 도수를 국내 최저인 14.9도로 낮춰 부드러움을 더한 신제품 선양을 출시했다.

쌀·보리 증류원액을 첨가해 소주의 풍미를 더하면서도 '소주맛'을 놓치지 않았다. 건강을 중시하는 헬시플레저 트렌드를 겨냥한 제로 슈거 제품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소주 업계 최저 열량인 298kcal(360㎖)를 구현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옛 사명인 '선양'을 제품명으로 활용한 것도 눈에 띈다. 과거 대전·충청권을 대표하는 브랜드 정통성을 강조하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 요소를 통해 새로움과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패키지에도 변화를 줬다. 투명한 병에 선양의 트레이드마크인 고래 캐릭터와 바다를 연상시키는 파란색 로고 배치로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현재 시판 중인 소주 중 유일하게 '크라운 캡(Crown Cap)'을 적용, 병따개로 펑펑 따는 옛 소주를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맥키스컴퍼니 관계자는 "소주의 본질적 가치는 유지하고, 그 외 모든 것을 완전히 바꿔 소주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해 선양을 출시하게 됐다"며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더 편하게 오래 누릴 수 있도록 도수는 내리고 깔끔함은 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