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열전

[장수브랜드 탄생비화]대한민국 닭고기의 기준 '하림'

곡산 2023. 9. 17. 10:50

[장수브랜드 탄생비화]대한민국 닭고기의 기준 '하림'

등록 2021.03.07 05:00:00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닭고기를 한국인의 소울푸드로 만든 1등 공신 기업은 '하림'이다. 하림은 시장의 표준을 제시하며 국내 닭고기 산업의 현대화를 이끌었다.

하림은 1995년 KS마크 닭고기를 출시한 후 제품을 개별 포장해 유통했다. 지금은 닭고기를 포장된 상태로 구입하는 게 당연하지만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닭고기는 손으로 만져보고 사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재래시장 뿐 만 아니라 서울 강남의 유명 백화점에서도 커다란 냉장고에 생닭을 쌓아 놓고 파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때문에 하림의 포장육 공급 제안을 선뜻 반기지 않았다.


닭고기의 품질을 소비자들이 직접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영업사원들이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하림은 안전하고 신선한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의지로 판매점에 읍소를 거듭했고 2년여 만에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소비자들이 포장육을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포장육을 주문하는 백화점과 대리점이 늘고 하림의 선택을 따르는 후발업체들도 속속 생겨났다. 시장에 포장육의 표준을 세운 것이다.

1995년에 KS마크 닭고기를 출시한 것도 닭고기 업계 최초이자 축산물 최초다. 당시 KS 마크는 공산품에만 적용되던 것으로 축산물에 대한 KS마크는 기준 자체가 없었다. 하림의 신청으로 인해 비로소 기준이 세워졌다.

이외에 국제표준화기구에서 제정한 ISO 9001과 HACCP 인증도 하림이 먼저 획득해 품질관리체계 기준을 세우는 등 닭고기 제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지표를 마련했다.


◇무항생제 프리미엄 닭고기 브랜드 '자연실록'

2000년대 들어 식품 안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다. '웰빙'이 세계적인 흐름이 되면서 안전한 먹거리,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고 소비자가 직접 어떤 것이 몸에 좋고 나쁜지를 찾아보고 꼼꼼히 따지기 시작했다.

특히 웰빙 열풍은 소비행태의 변화에 뚜렷하게 나타났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비용을 좀 더 지불하더라도 건강한 식재료를 구입하겠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이에 발맞춰 2009년 하림은 무항생제 닭고기 '자연실록'을 선보였다.

하림이 '자연실록' 제품을 만든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계약농가들의 우려가 컸다. 항생제 남용도 문제지만 항생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림은 '자연실록'과 같은 프리미엄 제품의 필요성을 확신하고 계약농가들을 설득했다. 그렇게 자연실록은 약 2년 간의 시장 조사와 사육시설 기반 구축 등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하림이 친환경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한 것은 경쟁사의 저가 제품 및 수입육 닭고기와의 차별화, 친환경기업 이미지 제고, 국민에게 안전한 먹을거리 제공을 위해서였다.

또 기존의 방식을 고수해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친환경 무항생제 카테고리를 개척해 닭고기 시장을 넓히려는 복안도 있었다.

 
'자연실록'은 엄격한 사육기준을 지켜 무항생제 축산물로 인증 받은 친환경 프리미엄 콘셉트를 표방했다. 지리산과 덕유산 주변 등 청정지역에 위치한 친환경 인증 100여 농가로부터 건강한 병아리를 선별해 키운 닭만 사용했다.

항생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위해 요소가 없고 기능성 사료를 먹여 면역력이 강할 뿐 아니라 육질도 크게 개선된 점이 특징이다.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도록 사육농가 실명제를 도입해 제품마다 이력관리 스티커를 부착했다.

자연실록은 총 41종으로 출시됐다. '닭을 키우는 농가는 많아도 자연실록 사육농가는 96가구뿐, 그곳에서 무항생제 닭을 키웁니다. 엄마의 마음처럼 까다롭게, 자연이 허락한 먹거리 하림 자연실록'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

소비자들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게 로고송도 만들었다. "함께해요 자연실록 건강한 닭 맛있는 닭 하림, 자연 닮아 자연실록, 무항생제 오~ 하~ 하림, 1등 닭고기 자연실록" 라디오나 대형마트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노래다.

예상은 적중했다. 자연실록 제품은 일반 제품에 비해 가격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찾는 소비자가 많았다. 자연실록은 2009년 3월 처음 출시돼 3년간 매년 50%이상 성장했다. 2009년 500만수에서 2015년에는 2200만수로 증가했다.

'자연실록=안심할 수 있는 프리미엄 닭고기'라는 인식을 확고히 심어주며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었다. 더불어 닭고기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며 하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자연실록의 진화…자연실록 동물복지 IFF 제품

하림은 일찌감치 동물복지 개념을 도입하기도 했다. 하림은 2012년에 업계 최초로 유럽식 동물복지 생산시스템을 도입해 자동포획 및 CO2 가스실신 시스템 등 닭과 생산자 모두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했다.

또 도계 후 닭고기를 냉각할 때 물이 아닌 공기를 사용하는 풀에어칠링 시스템(Full Air Chilling System)으로 신선한 닭고기 본연의 맛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했다.

유통 중에 신선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표면동결 기법을 적용하고, 운송 과정에서 외부온도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당일 생산, 당일 배송 콜드 체인 시스템(Cold Chain System)을 구축했다.

동물복지 생산시스템을 통해 생산된 제품이 더욱 신선하게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IFF 기술을 적용했다. IFF는 닭이 신선할 때 영하 35도씨 이하로 개별 급속 동결을 시키는 방식이다.


◇비대면 시대, 닭고기도 클릭 주문…온라인 강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구매가 높아지면서 신선한 제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것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는 만큼, 하림은 집에서 간편하게 조리가 가능한 닭고기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온라인 판매 채널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현재 마켓컬리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자연실록 동물복지 IFF 큐브 제품이 대표적인 예다. 하림은 간편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자연실록 닭가슴살을 큐브 형태로 선보였다.

제품은 마켓컬리를 통해 출시했으며 지금도 하림e닭과 마켓컬리에서만 판매된다.'자연실록 동물복지 IFF 큐브 닭가슴살 오리지널', '자연실록 동물복지 닭가슴살 IFF 큐브 닭가슴살 갈릭', '자연실록 동물복지 IFF 큐브 닭가슴살 청양고추맛' 3종이 출시됐다.

이외에도 쿠팡을 통해 선보인 '자연실록 IFF 치킨 스테이크'는 친환경 인증 농가에서 기능성 사료를 먹여 키운 국내산 닭고기를 급속 동결한 프리미엄 제품이다.

하림은 자체 온라인몰 '하림e닭'을 강화하는 등 비대면 구매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여가는 중이다. 나아가 가정간편식(HMR), 천연 소스와 조미료, 즉석밥 등을 생산하며 국제 경쟁력을 갖춘 종합식품회사로 발돋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