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브랜드 탄생비화]1992년 첫 선 국민전통주 '백세주'
등록 2021.03.14 05:10:00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국순당 백세주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맞이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선보일 한국을 대표하는 우리 술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개발돼 1992년 첫 선을 보였다.
옛 문헌에 소개된 고려시대 명주인 백하주의 제법인 생쌀발효법을 복원하고 조선시대 실학서 지봉유설에 나오는 '구기백세주'에서 착안한 제품명 등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술이다.
백세주는 한국 주류시장에서 사장(死藏)돼 있던 전통주를 부활시켜 맥주, 소주로 대변되던 대중주 시장에 전통주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백세주가 출시되기 전까지만 해도 '약주는 먹고 나면 머리가 아프다'는 인식으로 애주가들도 전통주를 꺼리는 분위기였다. 이런 인식을 깨고 국순당 백세주는 우리나라 전통주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통제법으로 만든 백세주…KT 마크 획득
백세주는 생쌀을 가루내어 술을 담는 국순당이 복원한 전통제법중 하나인 '생쌀발효법'에 구기자, 오미자, 인삼, 산수유 등의 한약재를 넣어 빚었다.
생쌀발효법은 술이 완성될 때까지 높은 열을 가하지 않고 가루를 낸 생쌀과 상온의 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전통제법이다. 일반적인 쌀을 쪄서 만든 약주와 달리 영양소 파괴도 적을 뿐 아니라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이 다량 함유돼 있다.
약재도 상극이 없는 12가지의 생약재를 잘 말린 후 가루를 내 사용한다. 한약재의 경우 좋은 성분을 얻기 위해 생약재를 말려서 분쇄해 넣는다.
이런 백세주의 제조법으로 국순당은 1994년 국내처음으로 KT(국산 신기술인증)마크를 획득했고 1998년에 주류업계 최초의 벤처기업으로 인정받았다.
◇공급구역제한제도 철폐 위해 헌법소원 제기 등 어려움 많아
백세주가 출시하자 마자 인기를 끌었던 것은 아니다. 공급구역제한 제도로 인해 특정지역에서만 판매해야 했고 약주에 대한 선입관과 기존 대형 주류업체와의 경쟁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국순당은 공급구역제한 규정의 철폐를 위해 국세청, 청와대, 경제부처 모든 곳에 건의서를 냈다. 건의서 제출이 효과가 없자 가두서명을 받아서 국회에 청원을 넣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까지 냈다.
그 결과 1994년 1월 약주에 관해서 '공급구역제한'이 폐지되며 백세주 뿐 만 아니라 다른 양조장의 모든 약주가 전국적으로 유통이 가능하게 됐다.
◇서울 진입 장벽 뚫기 위해 선택한 게릴라마케팅 '대성공'
공급구역 제한이 풀렸지만 서울의 진입 장벽은 높았다. 시장의 열세, 인지도의 열세, 자본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술을 파는 업체에 직접 파고드는 방법을 찾았다.
외곽지역의 업소를 찾아 다니며 개별적인 공략을 하는 '게릴라 마케팅'을 펼쳤다. 영업사원들이 제품만 놓고 오는게 아니라, 직접 주인이나 업소 종업원들과 친근하게 대화도 하고 일도 도와주면서 유대감을 형성했다.
업소별 차림표·메뉴판을 제공하는 '맞춤형 마케팅'도 전개했다. 당시 외곽에 있는 식당의 경우 차림표가 허접한 경우가 많았다. 달력을 찢은 종이 같은 것에다 볼펜으로 대강 메뉴를 적고 차림표라고 가져오는 곳도 있을 정도였다.
국순당은 차림표에 '삼계탕에 어울리는 술 백세주' '장어에 어울리는 술 백세주' 등 업소에 맞는 차림표를 만들어 주는 방식으로 인지도를 넓혀갔다. 특히 업소에 제공하던 판촉물에도 백세주 이미지를 삽입해 소비자 인식을 넓혔다.
또 조선시대 실학자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실려있는 구기 백세주의 설화를 인용, 구기 백세주를 먹어 늙지 않는 '젊은 청년'이 80에 낳아 노인이 된 아들을 회초리도 때린다는 백세주 이야기 포스터 등을 제작해 건강주 이미지를 확산시켰다.
국순당은 이 같은 백세주 마케팅 성공으로 1992년 수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시판 2년 만인 1994년 20억원, 1996년과 1997년에는 각각 40억, 70억원으로 매년 100% 가까운 매출신장을 기록하며 전통주 전문업체로 성장했다.
그후 백세주는 출시 10년여만인 2003년 1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국민약주로 자리잡았고 백세주의 성공에 따라 주류업계에 전통주 개발 붐이 일어 우리나라 전통주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양조 전용쌀 '설갱미'로 빚는 등 끊임 없는 제품 개발
백세주는 1992년 출시 이후 변모하는 시장 환경과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지속적으로 100여가지의 레시피 개발과 공정 개선을 진행했다.
2005년에는 알코올 도수를 14%로 높이고 투명병으로 디자인을 변경했다. 2012년에는 산뜻하고 깔끔한 맛으로 레시피를 수정하고 갈색병의 디자인을 적용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더 깊고 풍부한 맛과 향을 강조하고 반투명병을 적용해 전통적인 느낌을 살린 새로운 '백세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하고 현대적 감각의 새로운 백세주를 출시했다. '전통을 오늘에 맞게'라는 기업가치에 맞는 백세주의 새로운 콘셉트로 백세주에 들어가는 몸에 좋은 12가지 한약재의 비중을 조정하고 재료 사용의 시기를 조절, 쓴맛을 줄이고 산뜻한 음용감을 더했다.
◇주류 최초 우수문화상품에 지정
백세주는 지난 2016년 3월 농림축산식품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정하는 대한민국 우수문화상품에 주류 최초로 지정되며 단순한 전통주를 넘어 우리나라 문화상품으로 인정받았다.
백세주가 '우수문화상품'으로 선정된 것은 단순한 '술'이 아니라 사라진 우리나라 전통주 문화를 되살리는 '문화상품'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라고 평가된다.
백세주는 12가지 한약재와 설갱미로 빚은 '백세주', 달지 않아 담백한 '백세주담', 프리미엄 제품인 '강장 백세주', 고급 한방주 '자양 백세주' 등 4개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대한민국 대표 전통주로 꾸준하게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백세주는 중국, 미국, 일본 등으로 활발하게 수출되고 총 45개국에 수출돼 전세계를 대상으로 우리 술을 알리고 있다.
옛 문헌에 소개된 고려시대 명주인 백하주의 제법인 생쌀발효법을 복원하고 조선시대 실학서 지봉유설에 나오는 '구기백세주'에서 착안한 제품명 등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술이다.
백세주는 한국 주류시장에서 사장(死藏)돼 있던 전통주를 부활시켜 맥주, 소주로 대변되던 대중주 시장에 전통주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백세주가 출시되기 전까지만 해도 '약주는 먹고 나면 머리가 아프다'는 인식으로 애주가들도 전통주를 꺼리는 분위기였다. 이런 인식을 깨고 국순당 백세주는 우리나라 전통주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통제법으로 만든 백세주…KT 마크 획득
백세주는 생쌀을 가루내어 술을 담는 국순당이 복원한 전통제법중 하나인 '생쌀발효법'에 구기자, 오미자, 인삼, 산수유 등의 한약재를 넣어 빚었다.
생쌀발효법은 술이 완성될 때까지 높은 열을 가하지 않고 가루를 낸 생쌀과 상온의 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전통제법이다. 일반적인 쌀을 쪄서 만든 약주와 달리 영양소 파괴도 적을 뿐 아니라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이 다량 함유돼 있다.
약재도 상극이 없는 12가지의 생약재를 잘 말린 후 가루를 내 사용한다. 한약재의 경우 좋은 성분을 얻기 위해 생약재를 말려서 분쇄해 넣는다.
이런 백세주의 제조법으로 국순당은 1994년 국내처음으로 KT(국산 신기술인증)마크를 획득했고 1998년에 주류업계 최초의 벤처기업으로 인정받았다.
◇공급구역제한제도 철폐 위해 헌법소원 제기 등 어려움 많아
백세주가 출시하자 마자 인기를 끌었던 것은 아니다. 공급구역제한 제도로 인해 특정지역에서만 판매해야 했고 약주에 대한 선입관과 기존 대형 주류업체와의 경쟁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국순당은 공급구역제한 규정의 철폐를 위해 국세청, 청와대, 경제부처 모든 곳에 건의서를 냈다. 건의서 제출이 효과가 없자 가두서명을 받아서 국회에 청원을 넣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까지 냈다.
그 결과 1994년 1월 약주에 관해서 '공급구역제한'이 폐지되며 백세주 뿐 만 아니라 다른 양조장의 모든 약주가 전국적으로 유통이 가능하게 됐다.
◇서울 진입 장벽 뚫기 위해 선택한 게릴라마케팅 '대성공'
공급구역 제한이 풀렸지만 서울의 진입 장벽은 높았다. 시장의 열세, 인지도의 열세, 자본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술을 파는 업체에 직접 파고드는 방법을 찾았다.
외곽지역의 업소를 찾아 다니며 개별적인 공략을 하는 '게릴라 마케팅'을 펼쳤다. 영업사원들이 제품만 놓고 오는게 아니라, 직접 주인이나 업소 종업원들과 친근하게 대화도 하고 일도 도와주면서 유대감을 형성했다.
업소별 차림표·메뉴판을 제공하는 '맞춤형 마케팅'도 전개했다. 당시 외곽에 있는 식당의 경우 차림표가 허접한 경우가 많았다. 달력을 찢은 종이 같은 것에다 볼펜으로 대강 메뉴를 적고 차림표라고 가져오는 곳도 있을 정도였다.
국순당은 차림표에 '삼계탕에 어울리는 술 백세주' '장어에 어울리는 술 백세주' 등 업소에 맞는 차림표를 만들어 주는 방식으로 인지도를 넓혀갔다. 특히 업소에 제공하던 판촉물에도 백세주 이미지를 삽입해 소비자 인식을 넓혔다.
또 조선시대 실학자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실려있는 구기 백세주의 설화를 인용, 구기 백세주를 먹어 늙지 않는 '젊은 청년'이 80에 낳아 노인이 된 아들을 회초리도 때린다는 백세주 이야기 포스터 등을 제작해 건강주 이미지를 확산시켰다.
국순당은 이 같은 백세주 마케팅 성공으로 1992년 수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시판 2년 만인 1994년 20억원, 1996년과 1997년에는 각각 40억, 70억원으로 매년 100% 가까운 매출신장을 기록하며 전통주 전문업체로 성장했다.
그후 백세주는 출시 10년여만인 2003년 1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국민약주로 자리잡았고 백세주의 성공에 따라 주류업계에 전통주 개발 붐이 일어 우리나라 전통주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양조 전용쌀 '설갱미'로 빚는 등 끊임 없는 제품 개발
백세주는 1992년 출시 이후 변모하는 시장 환경과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지속적으로 100여가지의 레시피 개발과 공정 개선을 진행했다.
2005년에는 알코올 도수를 14%로 높이고 투명병으로 디자인을 변경했다. 2012년에는 산뜻하고 깔끔한 맛으로 레시피를 수정하고 갈색병의 디자인을 적용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더 깊고 풍부한 맛과 향을 강조하고 반투명병을 적용해 전통적인 느낌을 살린 새로운 '백세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하고 현대적 감각의 새로운 백세주를 출시했다. '전통을 오늘에 맞게'라는 기업가치에 맞는 백세주의 새로운 콘셉트로 백세주에 들어가는 몸에 좋은 12가지 한약재의 비중을 조정하고 재료 사용의 시기를 조절, 쓴맛을 줄이고 산뜻한 음용감을 더했다.
◇주류 최초 우수문화상품에 지정
백세주는 지난 2016년 3월 농림축산식품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정하는 대한민국 우수문화상품에 주류 최초로 지정되며 단순한 전통주를 넘어 우리나라 문화상품으로 인정받았다.
백세주가 '우수문화상품'으로 선정된 것은 단순한 '술'이 아니라 사라진 우리나라 전통주 문화를 되살리는 '문화상품'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라고 평가된다.
백세주는 12가지 한약재와 설갱미로 빚은 '백세주', 달지 않아 담백한 '백세주담', 프리미엄 제품인 '강장 백세주', 고급 한방주 '자양 백세주' 등 4개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대한민국 대표 전통주로 꾸준하게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백세주는 중국, 미국, 일본 등으로 활발하게 수출되고 총 45개국에 수출돼 전세계를 대상으로 우리 술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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