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브랜드 탄생비화]빙그레 바나나맛우유, 매출 2천억 비결은 '한국적'
등록 2021.02.28 05:00:00
= 사람 입맛만큼 변덕스러운게 있을까. 매년 수많은 제품이 출시되지만,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아 오랫동안 사랑 받는 제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30대 이상이라면 이 제품 덕분에 아버지, 어머니 손에 이끌려 가기 싫었던 목욕탕을 순순히 따라간 경험이 있다. 강산이 네번 변했을 법한 세월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출시 46주년을 맞은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다.
◇유가공 산업 기초를 일구다
빙그레의 전신은 대일유업이다. 1967년 설립해 월남에 진출, 미군부대를 상대로 아이스크림을 납품 중이던 대일유업은 남양주군 일대에 젖소가 많다는 사실에 착안하고 미금면 도농리(지금의 빙그레 남양주공장)에 유제품 가공공장을 건설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유제품이 아닌 설탕물을 얼린 빙과류가 호황을 누렸다.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기술도 없었거니와 생산원가도 비싸서 우유성분을 넣은 아이스크림은 시판되는 것이 없었다. 대일유업은 미국 퍼모스트 메케슨과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AID 차관 95만불을 들여와 제조시설을 짓고 있었다. 건설 도중 자금 사정이 안 좋아져 부도를 내고 투자자를 찾았다. 신규사업을 모색 중이던 한국화약그룹(현 한화)은 현찰 거래인 데다가 자금회전이 빠르고 수익성도 높은 편인 식품업 진출을 검토한다.
당시 한국화약그룹은 '기간산업을 일으켜 국가사회에 기여하자'는 창업주 김종희 회장의 뜻에 따라 화약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초기에는 투자에 부정적이었지만, 남아 도는 우유를 처리하지 못해 낙농가가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을 듣고 공장 완공에 필요한 자금 지원선에서 투자를 결정했다. 한국화약그룹의 투자 후에도 공장 건설은 지지부진했고, 한국화약그룹은 1973년 대일유업 주식 50%를 인수한다. 그해 6월6일 '전천 후 영양식' '주고 싶은 마음 먹고 싶은 마음'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퍼모스트 아이스크림을 선보인다. 싱싱한 우유에 딸기와 초콜릿, 바나나 등을 배합한 유제품으로 감칠 맛을 자랑하며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 한국 유가공 산업 토대를 만든 대일유업은 1982년 빙그레로 사명을 바꿨다. 1995년 계열 분리 후 지금의 빙그레가 됐다.
◇한국적 용기에 바나나·우유를 넣다
1970년대 초반 정부가 우유 소비를 적극 장려했지만, 다수 국민들이 정서·신체적으로 흰 우유 거부반응을 나타냈다. 낙농 산업 자체 기반도 취약했다. 당시 연구팀은 '어떻게 하면 많은 국민들이 우유를 마실 수 있을까' 고민했다. 수입에 의존하던 바나나를 우유에 넣기로 했다. 바나나맛우유는 고급 과일이었던 바나나를 이용해 맛과 영양을 함께 갖췄고, 우리나라 가공우유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는 바나나우유시장에서 시장점유율 80%를 차지하며, 하루 평균 약 80만개씩 팔리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수출을 포함해 약 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40년 넘는 기간 동안 맛과 영양을 유지해 장수브랜드로 사랑을 받았다. 특히 바나나맛우유 하면 떠오르는 독특한 용기를 빼놓을 수 없다. 통통하고 배불뚝이 모양 용기 덕분에 소비자 기억에 깊숙이 각인됐다. 고급 제품인 만큼 흔히 사용하던 비닐 팩이나 유리병과는 차별화한 용기가 필요했다. 당시 우유 용기 주류를 이루던 유리병, 비닐팩과 차별화하기 위해 폴리스티렌을 이용해 만든 지금의 용기를 고안했다. 우연히 도자기 박람회를 찾았다가 우리나라 '달 항아리'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마실 때 부주의로 용기가 약간 기울더라도 내용물이 흐르지 않도록 입구 부분에 턱을 만들었다. 바나나 원물의 노란색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반투명으로 제작했다. 빙그레는 2016년 바나나맛우유 용기 모양을 상표권으로 등록했다.
◇식품업계 혁신 아이콘 되다
바나나맛우유는 빙그레 재도약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약 24%를 넘는 비중을 차지하며 실적 개선 효자 노릇을 했다. 바나나맛우유를 테마로 한 빙그레 옐로우카페는 마케팅 혁신의 출발점이다. 바나나맛우유는 국민 누구나 알만한 브랜드지만 10~20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브랜드 미래를 좌우했다. 이들이 직접 제품을 체험하고 친숙하게 할 방법을 고민, 체험형 카페가 탄생했다. 2016년 개점한 옐로우카페는 모든 카페 메뉴에 바나나맛우유를 사용했다. MD상품인 열쇠고리도 큰 인기를 얻었다. 빙그레 식품연구소 연구원들이 약 6개월간 음료 메뉴를 개발했다. 옐로우카페 동대문점 성공에 힘입어 이듬해 제주도에 약 10배 큰 규모로 개점했다.
바나나맛우유 '단지가궁금해' 시리즈도 화제를 모았다. 바나나맛우유의 새로운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는 우유를 출시했다. 약 1년간 100여 가지 과일과 우유를 조합했다. 2018년 첫 번째 제품 '오디맛우유'에 이어 겨울 '귤맛우유'를 선보였다. 오디맛우유는 출시 8개월만에 누적판매 900만개, 매출 약 50억원을 올렸다. 여섯번째 시리즈 '캔디바맛우유'는 자사 아이스크림 캔디바의 상큼한 소다맛을 우유로 구현했다. 캔디바 로고와 패키지의 특징을 살려 레트로한 느낌을 강조했다.
◇아이유와 지구 환경보호 캠페인
빙그레는 가수 아이유를 모델로 기용, 친환경 캠페인 '지구를 지켜바나나'를 시행하고 있다. 친환경과 관련된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오프라인 활동으로 '단지 세탁소'도 문을 열었다. 용기가 내용물에 오염 돼 재활용률이 떨어진다는 데서 착안, '씻어서 분리배출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바나나맛우유는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내 대표 스테디셀러 제품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국내시장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항상 소비자에게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브랜드로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가공 산업 기초를 일구다
빙그레의 전신은 대일유업이다. 1967년 설립해 월남에 진출, 미군부대를 상대로 아이스크림을 납품 중이던 대일유업은 남양주군 일대에 젖소가 많다는 사실에 착안하고 미금면 도농리(지금의 빙그레 남양주공장)에 유제품 가공공장을 건설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유제품이 아닌 설탕물을 얼린 빙과류가 호황을 누렸다.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기술도 없었거니와 생산원가도 비싸서 우유성분을 넣은 아이스크림은 시판되는 것이 없었다. 대일유업은 미국 퍼모스트 메케슨과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AID 차관 95만불을 들여와 제조시설을 짓고 있었다. 건설 도중 자금 사정이 안 좋아져 부도를 내고 투자자를 찾았다. 신규사업을 모색 중이던 한국화약그룹(현 한화)은 현찰 거래인 데다가 자금회전이 빠르고 수익성도 높은 편인 식품업 진출을 검토한다.
당시 한국화약그룹은 '기간산업을 일으켜 국가사회에 기여하자'는 창업주 김종희 회장의 뜻에 따라 화약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초기에는 투자에 부정적이었지만, 남아 도는 우유를 처리하지 못해 낙농가가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을 듣고 공장 완공에 필요한 자금 지원선에서 투자를 결정했다. 한국화약그룹의 투자 후에도 공장 건설은 지지부진했고, 한국화약그룹은 1973년 대일유업 주식 50%를 인수한다. 그해 6월6일 '전천 후 영양식' '주고 싶은 마음 먹고 싶은 마음'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퍼모스트 아이스크림을 선보인다. 싱싱한 우유에 딸기와 초콜릿, 바나나 등을 배합한 유제품으로 감칠 맛을 자랑하며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 한국 유가공 산업 토대를 만든 대일유업은 1982년 빙그레로 사명을 바꿨다. 1995년 계열 분리 후 지금의 빙그레가 됐다.
1970년대 초반 정부가 우유 소비를 적극 장려했지만, 다수 국민들이 정서·신체적으로 흰 우유 거부반응을 나타냈다. 낙농 산업 자체 기반도 취약했다. 당시 연구팀은 '어떻게 하면 많은 국민들이 우유를 마실 수 있을까' 고민했다. 수입에 의존하던 바나나를 우유에 넣기로 했다. 바나나맛우유는 고급 과일이었던 바나나를 이용해 맛과 영양을 함께 갖췄고, 우리나라 가공우유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는 바나나우유시장에서 시장점유율 80%를 차지하며, 하루 평균 약 80만개씩 팔리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수출을 포함해 약 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40년 넘는 기간 동안 맛과 영양을 유지해 장수브랜드로 사랑을 받았다. 특히 바나나맛우유 하면 떠오르는 독특한 용기를 빼놓을 수 없다. 통통하고 배불뚝이 모양 용기 덕분에 소비자 기억에 깊숙이 각인됐다. 고급 제품인 만큼 흔히 사용하던 비닐 팩이나 유리병과는 차별화한 용기가 필요했다. 당시 우유 용기 주류를 이루던 유리병, 비닐팩과 차별화하기 위해 폴리스티렌을 이용해 만든 지금의 용기를 고안했다. 우연히 도자기 박람회를 찾았다가 우리나라 '달 항아리'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마실 때 부주의로 용기가 약간 기울더라도 내용물이 흐르지 않도록 입구 부분에 턱을 만들었다. 바나나 원물의 노란색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반투명으로 제작했다. 빙그레는 2016년 바나나맛우유 용기 모양을 상표권으로 등록했다.
바나나맛우유는 빙그레 재도약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약 24%를 넘는 비중을 차지하며 실적 개선 효자 노릇을 했다. 바나나맛우유를 테마로 한 빙그레 옐로우카페는 마케팅 혁신의 출발점이다. 바나나맛우유는 국민 누구나 알만한 브랜드지만 10~20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브랜드 미래를 좌우했다. 이들이 직접 제품을 체험하고 친숙하게 할 방법을 고민, 체험형 카페가 탄생했다. 2016년 개점한 옐로우카페는 모든 카페 메뉴에 바나나맛우유를 사용했다. MD상품인 열쇠고리도 큰 인기를 얻었다. 빙그레 식품연구소 연구원들이 약 6개월간 음료 메뉴를 개발했다. 옐로우카페 동대문점 성공에 힘입어 이듬해 제주도에 약 10배 큰 규모로 개점했다.
바나나맛우유 '단지가궁금해' 시리즈도 화제를 모았다. 바나나맛우유의 새로운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는 우유를 출시했다. 약 1년간 100여 가지 과일과 우유를 조합했다. 2018년 첫 번째 제품 '오디맛우유'에 이어 겨울 '귤맛우유'를 선보였다. 오디맛우유는 출시 8개월만에 누적판매 900만개, 매출 약 50억원을 올렸다. 여섯번째 시리즈 '캔디바맛우유'는 자사 아이스크림 캔디바의 상큼한 소다맛을 우유로 구현했다. 캔디바 로고와 패키지의 특징을 살려 레트로한 느낌을 강조했다.
◇아이유와 지구 환경보호 캠페인
빙그레는 가수 아이유를 모델로 기용, 친환경 캠페인 '지구를 지켜바나나'를 시행하고 있다. 친환경과 관련된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오프라인 활동으로 '단지 세탁소'도 문을 열었다. 용기가 내용물에 오염 돼 재활용률이 떨어진다는 데서 착안, '씻어서 분리배출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바나나맛우유는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내 대표 스테디셀러 제품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국내시장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항상 소비자에게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브랜드로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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