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떡부터 국수·빵·스낵까지…‘쌀가루’로 국내 넘어 미국 상륙
- 안형준 기자
- 승인 2022.09.27 19:32
- 호수 3428
- 5면
글루텐프리가 여는 ‘라이스(RICE)토피아’
<6> 농심미분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최첨단 제조시설 갖추고
균일한 분자밀도로 ‘고품질’
HACCP 인증…위생관리 철저
가공식품 조리테스트 거쳐
더 나은 제조법 연구 꾸준히
떡용 쌀가루 매출 성장 쑥쑥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글루텐프리 식품의 유통망이 잘 구축 돼 있다. 대형마트에 가면 글루텐프리 제품만 진열된 전용 공간이 있고, 소비자들은 수많은 글루텐프리 제품 중 자신이 선호하는 제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글루텐프리 식품의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 국내 상황과는 다르게 선진국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그만큼 넓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일본 기업이 생산한 글루텐프리 제품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상황인데, 국내 기업인 농심미분(대표이사 박상규)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미국에 글루텐프리 쌀빵가루 제품을 수출하는 농심미분을 찾아가 개발 과정과 수출 현황 등에 대해 들었다.
#위생적·균질화 된 쌀가루 생산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농심미분은 2010년부터 떡류와 쌀국수류, 쌀과자와 쌀빵의 원료인 쌀가루를 생산해 현재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까지 판매하고 있다. 농심미분이 쌀가루 생산에 뛰어든 건 농심의 2009년 R-프로젝트 때문이었다. 당시 농심은 쌀국수를 생산해 판매했는데 자체적인 미분공장이 없다 보니 외부에서 쌀가루를 구매해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농심미분에 따르면 당시에 가장 큰 어려움은 쌀가루의 ‘균질화’였다. 쌀가루를 생산해 판매하는 업체가 대부분 중소규모의 업체들이었고, 당시만 하더라도 미분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쌀가루가 균질화되지 않아 제품 생산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따라서 농심은 위생적이고 균질화된 품질의 쌀가루를 전문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회사와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고, 농심미분이 2009년 11월 설립됐다.
농심미분의 고품질 쌀가루 생산 비결은 최첨단 제조시설이다. 출발지인 미곡저장소에서 최종 도착지인 미분보관소까지 기류에 의해 배관을 타고 이동이 이뤄지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제품에 접촉할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 위생적이다. 이와 함께 고품질 쌀가루는 균일한 분자밀도로 생산하되 손상전분이 적어야 하는데 농신미분의 경우 적정시간의 침지를 통해 쌀을 불린 후 부드럽게 분쇄해 손상전분을 최소화하고 있다. 또 롤분쇄기와 기류분쇄기를 이용한 2단계 분쇄법으로 쌀가루 분자밀도를 균일하게 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해 쌀가루를 분쇄하고 있다.
철저한 위생관리도 농심미분의 장점 중 하나다. 2013년부터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받고 있다. 쌀가루 가공시간은 침지 외 15초 안에 진행하고, 1시간마다 한 번씩 쌀가루의 수분을 체크해 14% 이하로 관리하고 있다. 또 미생물 사멸을 위해 130~135°C의 고온열풍건조도 진행한다.
농심미분에서는 현재 위생적이고 최첨단의 제조시설을 이용해 떡과 쌀빵, 쌀국스와 스낵 등 다양한 가공식품의 가공적성을 가진 전용쌀가루를 생산한다. 특히 이 같은 생산차별화의 경우 쌀을 불리는 침지과정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데, 어떤 온도에서 얼마만큼 불리느냐가 고품질 쌀가루 생산의 핵심노하우다.
이와 더불어 공장 내에 가공식품제조 실험실을 운영해 가공식품조리테스트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직접 생산한 쌀가루로 쌀가공식품을 만들고 쌀가루제조공정의 문제점을 파악하며 제조법 개선을 반복해 진행하고 있다.
농심미분의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생산된 쌀가루제품은 현재 떡볶이떡과 쌀국수, 전통떡과 시리얼을 제조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고, 국내 습식미분 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떡볶이 프랜차이즈 증가와 K-Food 열풍으로 떡볶이 수출이 증가하며 떡용 쌀가루 매출이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글루텐프리 제품 앞세워 세계 진출
‘쌀빵가루’ 식감·보존성 뛰어나…시장 확대 분주
농심미분은 국내에서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았다. 해외로 눈을 돌리고, 쌀가공제품 수출을 목표로 설정했다. 해외 시장에서 차별화를 두기 위해 생각한 게 ‘글루텐프리’였다. 2016년부터 글루텐프리 쌀가공제품 개발에 돌입했고, 5년이라는 긴 개발기간을 거쳐 2021년에 첫 글루텐프리 쌀가공제품을 생산했다.
농심미분이 집중한 글루텐프리 쌀가공제품은 ‘쌀빵가루’이다. 외국의 경우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육류나 튀김 등이 주식이다. 따라서 서양 문화권의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쌀가루나 떡 등은 경쟁력이 약하다고 판단했고, 쌀빵가루를 글루텐프리 제품으로 개발해 생산했다. 이후 2022년 8월에 미국으로 첫 수출을 했고, 시장 확장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김준공 농심미분 경영지원팀 팀장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대형마트마다 글루텐프리존이 별도로 존재할 정도로 글루텐프리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일반 제품과 글루텐프리 제품의 가격이 5배가량 차이가 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글루텐프리 시장은 매년 7~8%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중에서도 농심미분이 진출한 글루텐프리 빵가루 시장의 경우 일본 제품이 먼저 진출해 70%를 차지하고 있어 개척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농심미분의 글루텐프리 쌀빵가루는 식감과 보존성이 뛰어나고, 일본 빵가루에 비해 가격도 저렴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도전해볼 만하다는 게 김준공 팀장의 설명이다.
농심미분은 미국에서의 글루텐프리 쌀가공제품의 판매 확대를 위해 글루텐프리 인증 획득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선 국내의 경우 현재 3개 제품을 한국쌀가공식품협회 글루텐프리 인증사업단에 인증신청을 완료해 심사 중이고, 글로벌 인증 심사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김준공 팀장은 “위생적이고 최첨단의 생산시설에서 만든 농심미분의 쌀빵가루는 일본 빵가루 제품 가격의 절반 수준이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며 “현재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의 대형마트에 납품하기 위해 노력 중이고, 쌀빵가루뿐만 아니라 향후에는 글루텐프리 쌀가루도 수출해 점차 미국 내 글루텐프리 쌀가공제품 시장점유율을 늘려나가는 게 목표다”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김민정 농심미분 품질개발팀 사원
“쌀가루 빵·과자 쉽게 접할 수 있기를”
밀가루보다 믹싱·발효시간 적어
틀 없이 자유로운 성형도 장점
“글루텐프리 쌀가루를 이용해 빵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국내 제과·제빵점에 기술을 지원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밀가루를 선호하는 곳이 많아 쌀가루 확장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건강하고 몸에 좋은 글루텐프리 쌀가루로 만든 빵이나 과자를 소비자들이 조금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민정 농심미분 품질개발팀 사원은 쌀가루믹스 제품과 쌀가루를 이용해 제과·제빵을 만드는 방법 등을 개발하고, 민간에 기술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가 업무를 진행하며 가장 힘든 점은 기존의 재료와 작업방식을 선호하는 제과·제빵 업계의 분위기다. 쌀가루가 생소하고 반죽을 만들 때 글루텐이 없기 때문에 부풀림이 밀가루에 비해 떨어지며, 손에 반죽이 남게 되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가지 단점에 비해 장점이 더 많다는 게 김민정 사원의 설명이다. 밀가루에 비해 반죽을 만들 때 믹싱 시간과 발효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또 기존 쌀가루의 경우 반죽 성형이 힘들어 틀을 사용해야 했지만, 농심미분의 쌀가루는 틀 없이도 자유로운 성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가장 중요한 장점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화기나 글루텐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밀가루 대신 쌀가루로 만든 빵을 섭취 시 복부 팽만이나 소화불량 등의 증상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에 글루텐프리 빵이나 과자를 찾는 소비자를 위해 글루텐프리 쌀가루제품의 보급이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민정 사원은 향후 글루텐프리 쌀가루를 이용한 더 다양한 제과·제빵 기술을 개발하고, 주기적인 시연회 개최를 통해 제과·제빵 기술자들이 쌀가루에 거리감이나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할 계획을 밝혔다.
그는 “일부 지역 유통마트에서 글루텐프리 쌀가루로 만든 케이크나 빵을 시범적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의 수요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글루텐프리 쌀가루에 제과·제빵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과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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