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알레르기 걱정 없이 더 건강하게…‘글루텐프리’ 시장 커진다
- 문광운 농식품전문기자
- 승인 2022.08.23 18:29
- 호수 3420
- 5면
글루텐프리가 여는 ‘라이스(RICE)토피아’
[한국농어민신문 문광운 농식품전문기자]
떡볶이·즉석밥·뻥튀기 등
쌀 가공식품 새 건강식 주목
스낵류 수출 해마다 증가
분질미 활성화 정책 힘입어
밀가루 대체제품 개발 활성화
식품인증·수출품목 발굴 박차
정부가 분질미를 활용한 쌀가공산업 활성화에 나선 가운데 글루텐프리(Gluten-Free) 식품이 주목받고 있다. 글루텐은 밀이나 보리, 귀리 등의 곡물에 함유된 불용성 단백질로 빵이나 국수를 만들 때 밀가루를 부풀어 오르게 하고, 식감을 쫄깃하게 해준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밀가루 알레르기를 가진 소비자가 많아 글루텐을 함유하지 않은 ‘글루텐프리’ 식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쌀은 글루텐을 함유하지 않은 대표적 곡물로 서양에서 쌀가공식품의 인기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의 쌀가공산업 활성화 정책도 쌀가루를 활용한 글루텐프리식품 개발과 인증, 수출 및 홍보지원 등이 핵심이다. 쌀가루를 활용한 글루텐프리식품 개발을 비롯한 해외 시장개척, 수출활성화 측면에서 국내외 글루텐프리식품 시장 현황과 국내인증 현황, 우수업체 및 발전방향 등을 10회에 걸쳐 조명해본다.
<1> 프롤로그/왜 글루텐프리인가
글루텐프리 표시는 글루텐을 함유한 곡물을 원료로 사용하지 않거나 글루텐을 제거한 원료를 사용해 총 글루텐 함량이 kg당 20mg(20ppm) 이하인 식품에 표시할 수 있다. 물론 인증기관을 통해야 한다. 시장은 EU와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서양이 크다. 밀가루가 주식인 서양인들 가운데 글루텐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글루텐을 함유하지 않은 글루텐프리 식단이 등장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글루텐 알레르기 인구가 200만명에 이르고, 세계 인구의 1~2%가 글루텐 알레르기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에서도 글루텐프리식품은 소비자들의 건강식 선호와 함께 인식이 확산되는 추세다. 빵을 비롯한 면, 소스, 어묵, 햄 등 다양하다.
그만큼 글루텐프리식품 시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세계 글루텐프리식품 시장은 2017년 58억5110만 달러에서 지난해 78억5890만 달러로 34.3%나 증가했다. 올해는 85억730만 달러가 예상된다. 2025년 108억4370만 달러로 100억 달러를 넘어선다. 2026년 116억2320만 달러까지 5년 동안 연평균 8.1% 성장이 예상될 만큼 성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글루텐을 함유하지 않은 쌀 가공식품이 새로운 건강식으로 주목받는다. 대표적인 K-푸드인 떡볶이를 비롯해 떡국은 물론 즉석밥, 컵밥, 뻥튀기, 누룽지, 에너지바, 쌀이유식, 라이스칩 등 스낵류의 수출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내 쌀가공식품 생산업체는 3400여개로 업체들이 필요할 경우 해외 시장에서 글루텐프리 인증을 받아 수출한다. 쌀가공식품 수출은 2018년 89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억6400만 달러로 급성장했다.
더욱이 정부가 분질미를 활용한 쌀가공산업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글루텐프리식품 개발과 인증, 수출 및 홍보 등을 지원한다. 2027년까지 가공전용 분질 쌀가루 20만톤을 공급하는 것으로 연간 밀가루 사용량 200만톤의 10%를 대체하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전체 식량자급률을 2020년 45.8%에서 2027년 52.5%로 올리고, 밀 자급률도 같은 기간 0.8%에서 7.9%까지 늘린다. 쌀가공산업 시장도 7조3000억원에서 10조원으로 올리는 한편 쌀가공식품 수출은 3억 달러까지 확대한다.
이를 위해 가공 적성이 좋은 분질미 전문 생산단지를 2023년 10개에서 2027년 200개를 조성한다. 분질미 생산은 올해 100ha(475톤)에서 2025년 1만6000ha(7만5000톤), 2027년 4만2000ha(20만톤)로 늘린다. 농가 참여를 위해 인센티브와 함께 전략작물직불제를 신설한다.
중요한 것은 분질미의 제품화다. 정부는 분질 쌀가루 특성평가 연구와 함께 수요 업체와 연계해 밀가루 대체가 가능한 제품개발에 나선다. 쌀가루를 이용한 케이크, 카스테라, 과자류를 비롯해 밀가루 함량이 낮은 어묵, 소시지 등이 해당된다. 쌀가루와 밀가루를 혼합한 소면, 우동과 발효 식빵, 부침가루 등 분말류, 만두류 등도 개발 대상이다.
특히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케이크, 카스테라와 밀가루 함량이 낮은 어묵 등의 개발을 집중 지원한다. 글루텐프리의 경우 국내 등록된 특허가 105건인데 빵류, 과자류, 면류, 만두피 등이다. 내년부터 면과 빵 등의 탄성이나 부풀어 오름을 보완할 수 있는 글루텐 대체 기술 개발과 쌀 전분에서 나오는 저열량 감미료, 식이섬유, 저항전분 등 저당 식품소재 생산기술을 지원할 방침이다. 쌀 유산발효물인 요거트류 등도 포함된다. 또한 유통기반 확충 차원에서 제분 방법별·용도별 쌀가루 산업표준을 세분화하기로 했다.
소비기반 확대를 위해 분질미 생산자와 소비자단체, 제분·가공업체, 정부기관이 참여하는 ‘쌀가루산업발전협의체’를 발족해 8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분질미 생산·수요자 공동의 자조금을 적립해 홍보와 소비촉진 사업을 병행한다.
분질미를 활용한 쌀가공식품 시장 활성화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쌀가공식품에 글루텐프리나 고령친화식품 등의 특화된 식품인증제도를 적용해 차별화에 나선다. 학교와 병원을 포함한 공공급식에 쌀가루 제품을 공급하고, 대형유통업체와 로컬푸드 직매장 등 대량소비처 유통을 지원하는 등 소비촉진을 유인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수출 유망품목을 발굴해 상품 개발부터 해외인증, 홍보 및 마케팅까지 지원한다. 유럽과 북미, 호주 등에서 인기인 글루텐프리식품과 중국, 미국 등을 겨냥한 영유아식품 등이 대상이다.
● 국내 글루텐프리식품 인증 현황
쌀가공식품협회, 글루텐프리식품 인증기관 등록
국내 유일의 글루텐프리식품 인증 기관인 한국쌀가공식품협회의 역할 강화도 주목된다. 글루텐프리식품 수출업체들은 외국 기관에서 인증을 받고 있다. 비용과 소요 시간을 감안할 때 국내 인증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글루텐프리 표시기준은 글루텐 함유 곡물인 밀, 호밀, 보리, 귀리 및 이들의 교배종을 원재료로 사용하지 않거나 글루텐을 제거한 함량이 kg당 20mg(20ppm) 이하인 식품이다.
쌀가공식품협회의 경우 지난해 6월 ‘글루텐프리 식품(SPS-H KRFA-7426) 단체표준’을 정부에 등록했다. 글루텐프리 시험법과 검사규정을 제정하고, 현장심사와 교차오염 방지기준을 설정한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글루텐프리식품 단체표준 인증기관’으로 등록을 마쳤다.
김문수 쌀가공식품협회 회장은 “글루텐프리 표시기준은 있지만 시험법과 검사규정 등이 마련되지 않아 무글루텐 표시·광고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글루텐프리식품의 신뢰를 확보해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식품산업 발전을 위해 협회가 단체표준 인증을 등록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내 글루텐프리 인증 업체를 올해부터 시작해 2027년 50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쌀가공식품협회는 또한 세계 글루텐프리 전문 행사인 ‘이탈리아 글루텐프리 엑스포’와 ‘스페인 프리프럼 푸드엑스포’ 등에 참가해 쌀 가공식품을 홍보하면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제품 홍보와 시식·시연 등으로 참가자들의 관심 제고는 물론 수출 상담으로 승화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2020년 수출협의회를 설립해 공동마케팅 등으로 회원사 수출을 지원하고 있다. 회원사 82개 업체가 참여하는데 공동브랜드인 ‘코레시피(KORECIPE)’의 해외 상표권 출원 등을 통한 수출 확대에 나선다. 김문수 회장은 “올해는 코레시피를 10개 품목에 확대 적용했다”며 “디자인 개발과 상세페이지 제작, 카탈로그 제작 등의 비용을 지원함으로써 미국, 중국 등 주요 수출국의 바이어 매칭 및 판로개척까지 주도한다”고 설명했다.
문광운 농식품전문기자 moonkw@agrinet.co.kr
김문수 한국쌀가공식품협회장 “국내외 교차인증 승인 이뤄져야”
글루텐프리식품 선호 지속
유럽·북미·호주 등 주요시장
쌀가공품 수출 확대 기대
-협회가 글루텐프리식품 인증기관으로 등록했는데 추진배경은.
“서양의 글루텐프리식품 시장 성장에 따른 쌀가공식품 수출제고와 산업발전을 위한 것이 동기다.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서양인들의 글루텐프리식품 선호는 지속될 것이다. 쌀가공식품은 대표적 글루텐프리 제품이다. 유럽과 북미, 호주 등이 주요 시장인데 중국도 글루텐프리 영유아식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다.”
-글루텐프리식품 인증기관 등록 의미와 역할은
“우리나라는 글루텐프리 표시 기준은 있으나 함량 확인을 위한 공인시험법이 마련되지 않아 유통, 판매중인 무글루텐 표시 식품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와 함께 국내 업체들은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외국기관에서 글루텐프리 인증심사를 받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협회가 단체표준 인증 등록과 함께 글루텐프리 시험법과 검사규정을 제정하고, 현장심사 및 교차오염 방지기준 등을 마련했다. 업체가 인증을 신청하면 협회의 한국 글루텐프리식품 인증사업단에서 실무를 진행한다.”
-글루텐프리식품 인증 활성화를 위한 향후 계획은
“무엇보다 국내 글루텐프리 인증식품을 해외에서 인정하는 교차인증이다. 이를 위한 정부 지원과 홍보가 절실하다. 정부가 국내외 교차인증을 승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인증기관의 위상을 정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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