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식품,미래식품

“대체단백질=식품업계 반도체”…핵심 소재로 산업화를

곡산 2022. 10. 3. 18:39
“대체단백질=식품업계 반도체”…핵심 소재로 산업화를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2.09.30 17:38

고성장에 수출 등 전후방 산업 효과 커 생태계 조성 시급
콩·밀 등 작물 자급률 낮아 경쟁 우위 확보에 어려움
후가공 통한 상품화 많아…원료·설비 국산화 서둘러야
국내서 즐기는 음식 개발하고 스타트업 육성 강화해야
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공주대 주관 심포지엄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된 식량 위기에 코로나19가 일깨운 환경문제가 더해지면서 대체육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에서 대체육 시장이 성장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최근 1~3년 사이 국내 식품업계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체육 개발에 속속 나서면서 편의점, 마트 등의 유통 매장에서 대체육 상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현재 국내 대체육 시장에서 주로 유통되고 있는 식물성 대체육은 콩(대두·완두), 밀, 조류, 버섯(균류) 등의 원료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들어진다. 주로 식물 원료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조직화한 형태인 ‘식물성 조직 단백(TVP)’이 압출기의 높은 압력과 열에 성형되는 공정과정을 거쳐 육류와 유사한 식감을 구현하게 된다.

(사진=식품음료신문)

29일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이 공주대학교와 공동주관으로 개최한 ‘국내 식물성조직화단백(TVP) 제조기술개발 활성화’란 주제로 심포지엄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용선 선임연구위원은 식물성 단백질 산업의 발전 동향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첨단기술과 다양한 대체단백질 소재를 기반으로 기존 동물성 단백질 식품과 비슷한 맛과 식감을 갖도록 가공한 ‘대체단백질 식품’은 오는 2025년 279억 달러 시장으로 연평균 14.4% 증가할 유망한 산업”이라며 “식물성 대체식품은 비용효율이 좋아 대체 식품 중 조기에 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며, 환경적 가치와 건강유익성도 시장 성장에 큰 이유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대체단백질 관련 민간투자액 또한 급증하고 있다. 작년 100억 달러로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이중 60% 이상이 식물성 단백질에 해당한다. 세계 시장에선 미국이 그 투자와 성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대한 우호적 투자 환경이 이미 기반돼 있기 때문에 미국에 집중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선 소수 기술개발 스타트업들 중심의 R&D 추진과 시장화가 시작되자 롯데, CJ, 풀무원, 동원 등 중견 이상 대기업들과 정부의 관심도 최근 급속히 증대 중이다.

이러한 국내외 상황에 이 연구위원은 식물성 대체단백을 ‘핵심소재’로 산업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첨단소재산업 육성의 관점으로 산업을 성장시켜 농업, 식품, 외식, 수출 등 기타 주요 전후방산업들의 파급효과를 노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식물성 단백질은 미래 유망식품의 ‘반도체’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식물성 단백질 산업 육성을 통해 국내 산업의 생산구조 개선과 식량안보를 지킬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또 전방산업으로 식품 제조업, 외식업 수요 확대를 점쳐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어 그는 “대체단백질 산업이라는 신산업의 선순환 생태계 조성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는 정부지원의 물리적 한계를 인정하고 범용적 소재 분야와 기초 기술 개발에 집중 지원, 마중물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역할을 통해 응용 산업의 연계와 전반적 산업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공주대학교 식품공학과 류기형 교수는 ‘식물성 조직화 단백 제조기술 및 발전방향’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대체육은 식품중간소재로 국내의 기술개발과 인재양성이 필요하다. 국내 식물성 단백질 추출에 필요한 콩 원료가 부족한 실정이며 생산설비 또한 전무하다”며 “최근 다양한 원료로부터 추출한 대체단백질 시장의 점유율이 증가함에 따라 국내 대체육 산업의 활성화에 식물성 단백질 원료의 대체 자원 다양화, 단백질 추출 설비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류 교수는 국내 대체단백질 산업의 발전에 있어 원료와 설비의 국산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양한 식물성 대체단백질 원료의 특성 이해도 중요하지만 기초설비와 공정변수도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대체식품의 제작에 들어가는 식품 압출성형기의 제작 업체는 대부분이 해외 업체다. 소수의 국내 업체들이 존재하지만 대량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출량이 매우 적은 편이다.

류 교수는 “대체육 제조를 위한 압출 성형기의 본체를 비롯해 스크루, 사출구 등 부품 또한 제작이 활성화돼야 대량생산과 산업화가 가능해진다”며 “소규모 중소기업에 필요한 전단 셀 대체육 제조기를 개발하는 등 설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며, 개발된 기초설비에 대한 국내 소비가 한계에 달하더라도 세계 시장에 대체육 생태계가 자리를 잡게 되면 수출전략 품목으로 수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아울러 류 교수는 아시아권 국가에서 한국 대체육 산업의 미래는 단연 ‘아시안 푸드’ ‘K-푸드’라고 강조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안 음식의 특징을 살리기 위한 조리안정성을 도모하고, 아시아인·한국인들의 기호성에 기반해 차별화하는 동시에 한국 전통의 발효제조 방법을 활용해 콩 기반의 대체육을 활용하는 등 K-푸드로서의 도약 또한 국내 산업 발전의 가능성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식물성 대체육 스타트업 위미트 안현석 대표는 ‘기업이 바라본 식물성 조직화단백 시장 및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식물성 단백질 산업계에서 필요한 환경 변화에 대해 발표했다. 위미트는 버섯을 활용한 닭고기 식감의 식물성 치킨 ‘위미트 프라이드’를 개발, 상용화를 준비 중인 식물성 대체육 스타트업이다. 기존 치킨과 비교했을 때 식이섬유 풍부, 콜레스테롤과 지방이 전혀 없는 제품. 근섬유 텍스쳐와 조직감 등 정육 고기의 특징을 살린 식물성 단백질 솔루션을 통해 만들어졌다.

안 대표는 “대체육 산업은 농업부터 제조, 유통까지 전체 푸드 시스템의 가치사슬을 아우른다. 작물 생산에서 소재화, 조직화 그리고 제품화 과정에서 농업, 소재 및 화학, 기계장치·설비, 식품 제조 및 유통 분야와 긴밀히 관련돼 있다”고 설명하며 “국내 대체육 산업에서 시급한 문제는 개발 및 제조 과정의 전반에 해외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식물성 대체단백질 식품의 소재가 되는 조직단백은 해외에 대부분 의존하며, 후가공을 통한 상품화에 대체육 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외에도 익스트루더 등 분리대두단백 등 소재의 조직화를 위한 설비 또한 높은 해외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대체육 개발에 활용되는 작물인 대두, 밀 등의 국내 자급률 또한 각각 6.6%, 0.5% 수준으로 매우 낮아 소재화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도 관련 업계의 큰 고민이라고. 이러한 이유로 현재 우리나라 대체육 산업은 성장하기에 매우 척박한 구조라는 것이 안 대표의 의견이다.

안 대표는 “기존과 동일한 경쟁 패러다임에선 우리의 경쟁 우위 확보가 어렵다”며 대체육 개발의 인프라 혁신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국내에서 경쟁력 있는 농산물에 기반한 식물성 소재를 개발하고 익스트루더 기반 설비의 국산화와 소재 특성에 맞는 새로운 조직화 기술을 내재화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기존 식물성 대체식품이 많이 진출해 있는 패티, 소시지 제품화보다 국내 소비자가 주로 먹는 음식에 초점을 맞춘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

아울러 그는 “기존 산업과의 상생 및 미래성장동력 발굴에 대한 정부, 투자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대체육 시장 변화의 큰 물결은 스타트업의 도전적인 자세와 빠른 실행력에서 시작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스타트업 육성 강화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