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서영 기자
- 승인 2022.08.29 07:55
EU 지리적 표시제 등 연계 “특정 명칭 맞는 기준 갖춰야”
법적 변화, 경제·윤리 요소 포함…국내서도 주의 기울여야
건기식 표시·광고 정량적 설정하고 규제 기관서 점검해야
표시 규정 식품광고법으로 통합…SNS 제재 근거 마련을
식품안전정보원-소비자법학회 주최 식품 표시광고와 판례 동향
내년 6월부터 식품 원료 인정 대상에 대체단백식품, 세포배양 등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신소재가 추가되며 식품산업에 또 다른 변혁기가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소비자에게 오인 혼동 없이 올바른 정보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표시기준에 대해 개선방안을 관련 전문기업이나 학계 전문가들과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23일 식품안전정보원·한국소비자법학회 공동주최로 서울 중구 소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식품표시광고와 소비자 관련 판례동향 학술대회’에서는 이러한 식품의 안전 정보와 올바른 표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이주형 식품안전정보원 정책연구실장은 ‘대체식품의 표시광고 규제에 관한 탐색적 연구’에 대해 발표하며, 대체식품 기술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EU간 관련 법제현황을 비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실장은 “현 국내 식품법상 식물성 대체식품에 육류 또는 유제품 표시 사용을 금지하는 명시적인 조항이 존재하지 않아 ‘식물성 대체육’ 등과 같은 표시를 사용하고 있지만 최근 국내 축산업계에서는 육류를 사용하지 않는 식물성 대체식품에 ‘고기’ ‘육(肉)’ 등과 같은 표시를 사용하는 것은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야기하고 업계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이러한 표시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며 “용어의 제한은 형평성 문제를 넘어 헌법상 표현의 자유까지 연계되는 큰 이슈가 될 수 있다. 실제 미국이나 EU에서도 동일한 사건을 두고 결론이 다르고 근거법령 또한 달라 입법 갈등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국내 기준법 설정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식품안전정보원 정책연구실 이주형 실장 (사진=식품음료신문)그에 따르면 미국과 EU에서는 대체식품 표시에 대한 논쟁이 다양하게 진행 중이다. 축산업계와 대체식품 업계간의 갈등은 이해당사자들 간의 소송을 넘어 국가 차원의 이슈로 심화되고 있는 것.
최근 판례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대체식품의 육류 또는 유제품 표기가 허용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지만 EU의 경우에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네덜란드는 육류 및 생선의 식물성 대체식품의 표시가 명확한 경우에만 관련 용어를 사용할 수 있고, 프랑스의 경우 ‘농산물 및 투명성을 위한 법령’을 제정, 대체식품에 대해 전통적인 육류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미국은 ‘합리적인 소비자(reasonable consumer)’의 인식을 오인혼동의 여부의 기준으로 삼았다. 제품 포장에 해당 식품은 대체식품임이 반복적으로 표시한 만큼 ‘합리적인 소비자’는 이러한 제품이 일부 육류 명칭을 사용한다고 해도 전통적인 육류제품으로 오인혼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
반면 EU에서는 전통적으로 특정한 식품의 명칭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식품의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경향이 존재한다. 일례로 EU 회원국들은 원산지 표시(PDO), 지리적 표시(GPI)와 연동해 자국의 특산물의 명칭을 보호하고 있으며 이러한 명칭을 얻기 위해선 해당 식품의 명확한 제조 및 생산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의 차이로 비슷한 사건에도 결론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실장은 “식품 표시광고에는 단순한 접근법이 아니라 법적 변화를 결정할 때 경제 및 윤리를 포함한 기타 요소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두부 및 두유를 섭취해왔기 때문에 비교적 식품과 대체식품을 구분하기 쉬울 것으로 사료된다”면서도 “다만 어떤 표시를 사용하더라도 소비자의 오인혼동 여지는 남아있기 때문에 대체식품 표시에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부경대학교 법학과 김두진 교수 (사진=식품음료신문)김두진 부경대 법학과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의 허위과장광고의 입법적 검토 및 최근 판례 동향’을 주제로 “건강기능식품은 전통적인 식품이 아닌 사람들이 새로운 식이상 편익 또는 건강상 이점 등의 기능 때문에 선택하는 변형식품 또는 식품성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건강기능식품법은 소비자에게 제품의 가치나 안전에 관한 정보를 통해 소비결정을 내리도록 하고 있어 소비거래에 있어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규제기관으로서는 특히 표시·광고의 내용(contents)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적극적으로 법을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의 표시광고 기준이 기준 설정에 투입돼야 할 과학적 전문성을 전제로 더 상세하게 정량적으로 설정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량적인 표시가 가능해 소비자 이해에 도움이 되는 라벨 디자인을 개발한 스웨덴의 키홀(Keyhole), 프랑스의 뉴트리스코어(Nutri-Score), 영국의 신호등 라벨링(Traffic Light Labelling) 등 제외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식품표시광고법상 부당한 표시광고 금지규정의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 표시광고법상 부당한 표시광고 금지규정과 차별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은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식품표시 관련 법제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발표하며 “식품표시광고법의 일부 규정에 대해서는 위헌논란이 여전하고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제·개정됐음에도 입법적 공백이 남아 있는 등 대부분 법률에도 흔히 발생하는 혼선으로 치부하기에는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들은 식품표시광고법이 국내 관련 법제의 분석과 외국 유사법제에 대한 비교법적 검토 등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성급하게 식품 관련 법률의 일부를 식품표시 관련 조문을 추출해 통합법으로서의 식품표시광고법을 졸속으로 입법했다는 태생적 한계에 기인하는 듯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식품표시 관련 법제의 한계를 지적하고 그 개선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은영 교수 (사진=식품음료신문)이 교수는 현행 식품표시광고법이 제정돼 시행되고 있으나 식품표시 관련 규정들이 여전히 개별 법령에 분산돼 있으며 새로운 유형의 식품표시 위반행위에 대한 대응도 미흡해 보이고 식품표시 위반행위와 법적 제재 사이의 비례성이나 형평도 확보되지 않는 등 기존 식품표시 관련 법제가 갖고 있던 문제들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를 위해서는 △가능한 한 최대한 개별적으로 분산돼 있는 식품표시 관련 규정들을 식품표시광고법으로 집중시켜 재정비하는 등 식품표시 관련 규정의 재정비 △SNS 인플루언서의 뒷광고 등 새로운 유형의 표시·광고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 근거 규정 마련 △표시·광고 위반 유형에 따른 처벌의 균형성 및 정당성의 재평가 등 제재 수준의 합리화 및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식품표시광고법의 본래 입법취지는 기존 법령에 분산돼 있던 식품등의 표시광고 규정을 통합하는 동시에 식품 등의 표시 기준에 관한 주요 내용을 법률로 규정함으로써 관련 영업자들이 표시광고 규제의 주요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다”고 강조하며 “식품표시광고법이 진정한 통합법으로서 자리매김해 소비자 안전 및 식품산업 종사자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식품표시 관련 법제의 개선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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