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케어푸드 시장은 지난해 약 2조 5천억 원 규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10년전의 약 5천억 원이었던 시장규모에 비해 약 5배 가량 시장이 커진 수준. 관련업계나 농식품부에서는 국내 케어푸드 시장이 약 3년 뒤쯤이면 3조 원 규모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최근 고령친화식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로 65세 이상 고령자는 2021년 16.5%, 2025년 20.3%, 2050년 39.8%, 2067년 46.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노인 관련 정책이나 식품도 변해야 한다. 이는 시대적 요구사항일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케어푸드 시장은 지난해 약 2조 5천억 원 규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10년전의 약 5천억 원이었던 시장규모에 비해 약 5배 가량 시장이 커진 수준. 관련업계나 농식품부에서는 국내 케어푸드 시장이 약 3년 뒤쯤이면 3조 원 규모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런 폭발적인 성장세에 가만히 있을 식품업체는 없다. 더 나아가 고령친화식품(케어푸드)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물밑작업도 치열하다.
최근에는 hy(옛 한국야쿠르트)는 기능성 제품 확대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기능성 원료 기반 케어푸드 시장을 개척할 포부를 발표했다. 현대그린푸드 역시 한국임상영양학회와 손잡고 건강식·질환식 등 케어푸드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맞춤형 식단 추천 프로그램은 기본. 케어푸드와 영역이 겹치는 메디푸드 분야에 뛰어든 기업도 있다.
아워홈도 오는 2025년 말까지 소화기암 환자용 식품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암환자용 메디푸드 식단 및 제품 개발, 암환자용 메디푸드 임상시험, 메디푸드 산업화 등으로 유아, 스포츠인, 고령자 친화식품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남양유업도 최근 독일 제약회사와 손잡고 케어푸드 시장에 진입했다. CJ프레시웨이도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헬씨누리’를 통해 연화식 덮밥소스와 반찬을 출시하고 나섰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고령친화우수식품 지정제도’를 통과한 제품이라는 광고나 홍보 문구가 언론에서 또는 제품 포장에서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고령친화우수식품 지정제도는 고령자의 섭취, 영양 보충, 소화·흡수 등을 돕기 위해 물성, 형태, 성분 등을 조정하여 제조·가공하고, 고령자의 사용성을 높인 제품을 우수식품으로 지정하는 제도로, 지난해 5월 31일부터 시행되었다.
이에 앞서 2021년 3월 고령친화산업 진흥법 시행령 개정 및 우수식품 지정 대상 품목 고시 제정 등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앞장 섰고,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이 고령친화식품지원센터로 정해졌다. 고령친화우수식품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잘 아는 ‘해썹’ 즉,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적용업체나 건강기능식품 품목제조신고를 완료한 업체에서 생산되어야만 한다. 한국산업표준(KS) 품질기준 , 영양성분 등을 고려한 적절한 제조공정, 삼킬 때를 감안한 음식물 크기 등의 섭취 안전성, 안전한 포장 형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시 및 디자인 등을 충족해야 한다.
고령친화우수식품 지정제도는 고령자의 섭취, 영양 보충, 소화·흡수 등을 돕기 위해 물성, 형태, 성분 등을 조정하여 제조·가공하고, 고령자의 사용성을 높인 제품을 우수식품으로 지정하는 제도다. 사진은 국산 고령친화우수식품 제품들 [사진=고령친화산업지원센터] |
◇ 케어푸드, 3년 뒤에 3조원 대 시장 형성... '고령친화우수식품 지정제' 시행
이런 케어식품 시장 성장세는 우리나라만의 일일까? 분명 그건 아닐 것이다. 고령화속도가 다른 대륙에 비해 아시아 대륙이 좀 더 빠르다는 분석결과도 있는 걸 감안하면, 아시아 그 중에서도 한국과 일본과 중국 등 동북아 3국은 케어식품 시장을 놓고 한판 대결을 벌여야할 상황에 직면해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의 지속 성장 전망과 과제’ 국제 컨퍼런스에서는 라닐 살가도 IMF 국장보는 ‘아시아의 인구고령화와 대응 방향’을 발표하면서 “아시아는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부자가 되기 전에 늙어버릴 위험을 안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생산가능인구(15~64세)에 대한 고령 인구 (65세 이상) 비율인 노년부양비가 15%에서 20%로 증가하는데 미국은 50년, 유럽은 26년 걸렸지만 한국은 10년이 채 안 걸릴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이런 전망을 증명이라도 하듯 일본은 전체 인구 1억 2천만 명 중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이미 28.7%를 차지하고 있다. 당연히 고령 친화 식품(일본은 '개호식품'이라 부름) 시장이 우리보다 세분화 되어있고 제품도 다양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KATI) 오사카지사 자료에 따르면, 2019년 9월 일본의 만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3588만 명으로 총인구의 28.4%를 차지한다. 놀랍게도 100세 이상 고령 인구도 7만 명이 넘는다. 이 중 개호(介護) 또는 개호식품이 필요한 고령 인구는 약 681만 명이나 된다. 때문에 일본의 관련 식품 제조업체들은 다양한 특징을 가진 고령친화식품을 개발·출시하고 있다.
메이한식품은 부드러운 식사 위주의 기존 상품 외, 부드러운 디저트 제품인 두부 푸딩을 연말연시 백화점의 선물 상품으로 판매했다. 두부 푸딩은 개호식품을 선물로 주고받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소비자를 위해 상품 포장과 디자인을 백화점의 일반 선물 상품들처럼 만들었다. 이 점이 소비자의 큰 호평을 받아 연말연시 시즌에만 1천 세트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아사히그룹식품은 고급 일식당 ‘나다만’과 공동으로 개발한 개호식품을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고급 일식당인 나다만의 ‘모양’과 ‘재료 본연의 맛’을 20년간 개호식품을 생산해온 아사히그룹식품의 노하우를 접목하여 만든 상품. 양사는 40대 이상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나다만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 홍보를 통해 보다 많은 소비자에게 개호식품을 알려나갈 예정이다.
의료식품 도매 전문업체인 미시마상사는 의료시설 및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개호식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판매망을 바탕으로 PB상품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저염, 저단백질 개호식품과 함께 9종류의 냉동도시락 제품도 취급하고 있다. 또한, 카고시마현 아마미오시마의 명물인 흑당소주 ‘렌토’로 만든 렌토 젤리도 판매하고 있다. 알코올이 2.9% 함유된 렌토 젤리는 흑당소주(렌토)에 비해 알코올 흡수가 느리기 때문에 식사 제한으로 주류를 섭취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일본의 대표 개호식품 제조업체 큐피(Kewpie)는 개호식품에 사용되는 쌀과 재료를 부드럽게 가공 처리하는 기술로 6개의 특허를 획득, 다양한 개호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큐피가 판매중인 시판용 개호식품은 약 60종류에 이르며, 주식 뿐만 아니라 반찬과 디저트 등 다양한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우리나라 식품업체들이 반드시 고려하고 참고해야할 대목이 있다. 일본의 소비자의 선택을 돕는 UDF 규격이라는 것을 말함이다. 일본은 2002년에 개호식품 관련 식품업체를 중심으로 ‘일본개호식품협의회(회원사 87사)’가 결성, 개호식품 통일 규격인 UDF를 도입했다. UDF란 유니버설 디자인 푸드(Universal Design Food)의 약칭으로 일본개호식품협회가 만든 개호식품 통일 규격. 기존에는 업체별로 상이했던 개호식품 규격이 UDF 규격으로 통일됨에 따라, 소비자들은 보다 자신에게 맞는 개호식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업체들은 UDF 규격에 맞는 개호식품의 제조·판매를 통해 제품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게 되었다.
2019년 일본개호식품협의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UDF 규격 개호식품 총생산량·생산액은 2017년 대비 각각 10.2%, 14.9% 증가했으며, 등록된 제품 수도 2103개로 5년 연속 시장이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가정용과 업무용의 비율은 25.7% 대 74.3%로 대형 슈퍼마켓 및 드럭스토어 등 취급 점포가 증가함에 따라 가정용 개호식품의 판매도 확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드럭스토어 및 대형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서서히 취급이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 규모가 작은 지역 슈퍼마켓과 편의점에서는 판매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개호식품 인지도 조사에 따르면, 일반 소비자의 50% 정도만이 개호식품에 대해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일반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인지도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KATI) 오사카지사 자료에 따르면, 2019년 9월 일본의 만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3588만 명으로 총인구의 28.4%를 차지한다. 사진은 일본의 개호식품 전문회사 '큐피'의 제품들 [사진=큐피 홈페이지] |
◇ 소비자의 선택을 돕는 UDF 규격... 국내 업체들도 참고하고 받아들여야
전문가들은 한국산 개호식품의 일본 수출 유의점에 대해 충고하고 있다. 병원 및 고령자시설에 판매하는 경우에는 병원 및 고령자시설에 상주하는 영양사의 기준에 맞지 않는 개호식품은 일본에선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개호식품 구매에 영향력을 가진 영양사가 신뢰하는 정보는 소속된 학회(일본섭식연하리하빌리테이션학회, 일본임상영양대사학회 등) 및 지역의 영양사회(도쿄도영양사회, 오사카부영양사회 등)의 발표, 시식 샘플의 품질, 전문지(임상영양, 닛케이헬스케어 등)의 기사이며, 이곳의 평가가 개호식품 구매로 직결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 재택으로 판매하는 경우인데, 고령자 및 가족은 병원 및 고령자시설의 영양사에게 식사에 관한 상담을 하기 때문에 재택 고령자의 개호식품 선택에는 병원 및 고령자시설의 영양사에게 영향력이 크다. 재택 고령자는 병원에서 퇴원, 고령자시설에서 퇴소할 때 영양사에게 영양지도를 받기 때문에 영양사는 입원이나 입소 시에 사용하던 개호식품을 재택에서도 권장하며, 동시에 개호식품의 구매처를 소개한다. 영양사들의 입김이 센 곳이 일본 개호식품 시장이다. 이밖에도 생활협동조합의 통신판매 택배 이용자가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통신판매 카탈로그 게재를 통한 홍보가 효과적인 판촉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오사카무역관은 "일본의 식품시장은 성장포화상태이며, 그간 성장하는 시장으로 주목받던 건강식품시장도 더 이상의 성장이 기대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코트라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개호식품 시장은 대폭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몇 안 되는 시장 중에 하나로 일본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이 관심을 가져볼 만한 시장"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한국의 실버산업은 일본보다 발달이 늦은 것이 사실이나 앞으로 내수용을 위해서라도 제품 개발이 필요하므로, 이 때 일본시장에의 수출을 염두에 두는 것도 수익을 증대시키는 좋은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더 있다.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K-푸드의 성장세나 인기가 상한가다. 코트라 베이징무역관에 따르면 식사대용 식품과 더불어 김, 인삼, 홍삼 제품은 한국산이 거의 100%를 차지한다. 아울러 중국의 케어푸드 시장 수요가 폭발적이라는 점도 우리 기업들이 수출을 도모할 수 있는 강력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중국의 고령인구가 약 3억 명에 육박하면서 전체인구의 20% 가까이가 케어푸드의 잠재적 소비자로 떠오른 점도 우리 식품기업에게는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건강기능식품을 넘어 메디푸드 그리고 고령친화식품의 한중일 3국 수요는 날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동북아 3국의 고령화 추세가 매우 가파르기 때문이다. 우리 식품기업이 한중일 시장을 동시 타깃으로 삼아 약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고령친화식품, 즉 케어푸드가 열어주고 있다.
이병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