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옥 기자
- 승인 2022.05.18 11:18
100% 쌀과 물로만 지어... 물붓기·밀봉 공정 독자적 기술로 해결
선발 업체들 "후발 주자의 노이즈 마케팅 전략일 뿐" 일축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는 닭고기 전문회사 하림의 즉석밥 사업은 과연 성공할까?
국내 1위 식품기업 CJ제일제당을 비롯해 오뚜기, 동원F&B 등 내로라하는 업체들이 아성을 굳히고 있는 즉석밥 시장에 16일 재도전장을 낸 하림을 바라보는 시각은 긍정 반 의구심 반이다.
일각에선 무모한 도전이란 혹평도 마다 않는다. 이러한 부정적 평가의 근거로서, 라면으로 유명세를 떨치며 유통에 관한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막강한 판로와 마케팅력을 갖고 있는 농심이 즉석밥 시장에서 처절하게 무너진 사례를 든다.
농심은 2002년 다소 뒤늦게 즉석밥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선발업체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사업 개시 14년 만에 백기를 들었다. 농심은 당시 후발주자인데도 불구하고 라면시장 1위라는 자만심으로 품질이나 가격 등에서 뚜렷한 차별성 없이 브랜드 인지도만 믿고 미투(me too)로 접근해 치명타를 입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사정을 모를 리 없는 하림은 지난해 3월 ‘순수한밥(순밥)’ 브랜드로 도전했다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때문에 실패한 경험이 있음에도 여전히 고가전략을 고수하며 2차 도전에 나섰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이번에 출시한 ‘The미식밥’ 브랜드는 ‘순밥’보다 더 맛있는 밥이란 뉘앙스가 강하다. 5년여 연구 끝에 내놓은 ‘The미식밥’은 ‘순밥’과 같은 수준의 2000원대를 유지하면서 ‘제대로된 밥’컨셉을 내세워 품질로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The미식밥’은 ‘100% 쌀과 물’로만 지었다는 점이 키 포인트다. 하림 측은 기존 제품들이 첨가물이나 산미제 등을 사용한 점과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다. 집에서 갓 지은 것처럼 밥 본연의 냄새, 색깔, 식감 등 풍미를 살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주장이다.
하림산업 허준 대표는 16일 서울 SJ쿤스트할레에서 열린 ‘The미식밥’ 론칭 기자간담회에서 “한 알 한 알 살아있는 갓 지은 밥의 풍미를 그대로 재현한 ‘The미식밥’을 통해 즉석밥을 꺼리던 소비자들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즉석밥2.0’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미 시장을 굳히고 있는 제품들은 즉석밥1.0이고, ‘The미식밥’은 그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즉석밥2.0이라고 정의했다.
다시말해 하림은 일부 소비자들이 기존 시중에 유통되는 즉석밥 제품에서 인공적인 맛과 향이 난다는 이유로 꺼려하는 문제를 자사만의 독자적 기술로서 해결했다는 점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취반 과정에서 물붓기와 밀봉 공정의 차별화로 가능하다는 것이 하림측의 주장이다. 허 대표는 “The미식밥은 100% 쌀과 물로만 짓는 것과 달리 기존 즉석밥은 순도 99.9%로 0.1%의 첨가제가 아주 작은 것 같지만 품질엔 큰 차이를 나타낸다”며 “물붓기와 밀봉의 2개 공정에서 최첨단 무균화 설비인 클린룸(클래스 100, NASA 기준) 운용 기술로서 이를 실현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The미식밥의 수소이온농도는 집밥과 같은 ‘pH7’(중성)로, pH4~6의 산성을 띠는 기존 즉석밥과 확연히 다르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하림은 스팀으로 장시간 취반하고 냉수로 급냉하는 방식의 1세대 즉석밥과 달리 클린 스팀으로 단시간에 밥을 지어 온수로 천천히 뜸을 들이는 2세대 방식을 통해 용기 뚜껑(필름포장)과 밥 사이에 공기층을 만들어 밥알이 눌리지 않고 한 알 한 알 살아있도록 고슬고슬한 밥과 쌀 고유의 미색(米色)을 그대로 살린 것도 중요한 자랑거리라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은 “일하느라 집에서 즉석밥을 내놓을 때 식구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 못해준다는 미안함, 뭔가 첨가했을 것 같은 찝찝함, 어린 자녀들에게는 인스턴트식품을 준다는 죄책감까지 느낀다고 한다”며 “이제는 제대로 만든 집밥(The미식밥)으로 편리하고 다양하게 선택해 어떤 미안함이나 죄책감 갖지 말고 편하게 드시라”고 권했다.
‘The미식밥’은 백미밥은 물론 소비자들의 다양해진 식습관과 취향에 맞춰 귀리쌀밥, 현미밥, 흑미밥, 오곡밥 등 총 11종의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이들 제품은 아기 젖병으로 쓰는 PP재질의 친환경 사각 용기에 210g 1인분이 기본 포장 단위이며, 밥 종류에 따라 180g, 300g도 있다.

하림은 이 중에서도 귀리쌀밥과 메밀쌀밥은 당뇨로 고생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귀리와 메밀 식이요법을 통해 그 효과를 직접 체험한 바 있는 김홍국 회장이 제안해 국내 최초로 선보인 건강기능성 즉석밥 제품이라고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러한 하림의 행보에 선발업체들은 마뜩지 않은 표정이다. CJ제일제당, 오뚜기, 동원F&B 등 관계자들은 하림이 ‘첨가물 제로’ 즉석밥을 주장하지만 후발주자로서 눈길을 끌기 위한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그들은 "구수한 밥맛을 구현하기 위한 미강추출물은 첨가물이 아닌 식품의 일종이며, 산도조절제 역시 기준 내에서 사용할 경우 안전한 물질인데도 소비자들에게 마치 써서는 안되는 것처럼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는 네거티브 마케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식품전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종덕 칼럼] ① 푸드시스템 바꾸는 '슬로푸드 운동' (0) | 2022.06.12 |
|---|---|
| 가루용 쌀로 가공산업 활성화…밀가루 대체 식량자급률 높인다 (0) | 2022.06.12 |
| `국민 식품` 이유 있었네 (0) | 2022.05.25 |
| “가격 상승에 물량 부족”…식품업계 원료난 비상 (0) | 2022.05.06 |
| 세계 식량안보 최악의 위기 시나리오 부상 (0) | 2022.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