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취업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해외 취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인의 취업 전망이 밝은 해외시장으로는 일본이 첫손에 꼽힌다. 일본은 경기 호조로 일자리가 넘쳐나 외국 인재에 대한 구인 수요가 많고, 한국 출신 구직자에 대한 인식도 호의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일본 도쿄에서 만난 조은호 코트라 일본지역본부장은 “일본 기업들은 한국 젊은이들의 적극적인 태도와 영어 실력, 조직 적응력을 높이 사고 있으며 채용할 때 외형적인 스펙보다는 잠재력과 인성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스펙 쌓기에 골몰하는 국내 취업준비생들에겐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대목이다. 일본 호텔업체 J사에 입사한 장형준(30)씨도 “지방대 출신에 토익 점수나 인턴 경험 등 남들이 말하는 1급 스펙은 하나도 없었지만 줄기찬 도전 끝에 취직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현재 대졸자 취업률이 97%로 완전고용 수준에 접어들었다. 구직자 1명당 일자리가 1.4개에 달해 구인난에 시달리는 기업이 많다. 일손이 부족한 탓에 외국인 노동자 수가 지난해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일본에서 고용된 한국인 수도 2015년 4만1461명에서 지난해 4만8121명으로 16% 증가했다.
한국 취업준비생의 일본 취업을 돕고 있는 조 본부장은 “현지인이 잘 안 하려는 분야에 아무래도 외국인 채용 수요가 많다”며 정보기술(IT)과 서비스업을 가장 유망한 업종으로 꼽았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현지 IT 인력 부족분은 20만명에 육박한다. IT업체 니프티(NIFTY)는 지난해 한국 대졸자 2명을 뽑은 데 이어 올해도 한국인을 채용할 예정이다. 이 회사 채용담당자 사이토 에리씨는 “IT 인력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져 해외에서 인재를 찾고 있다”며 “한국인은 다른 나라 출신에 비해 일본어 실력이 압도적으로 좋고 목적의식이 뚜렷하며 문화적인 친화성도 높아 조직에 잘 흡수된다”고 평가했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숙박·외식업·통역 등 서비스 인력 수요도 많아져 이 분야의 외국인 취업 규제 역시 크게 완화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의 취업 기회가 많아졌다고 막연한 환상을 품거나 만만하게 보고 뛰어들어선 곤란하다. 새로 늘어나는 일자리 중에는 비정규직이 많고, 근무조건이 최상인 소수의 일자리는 경쟁이 치열하다. 또 일본 기업의 신입사원 급여 수준은 대체로 높지 않다. 지난해 기준 대졸 신입의 첫 월급은 평균 20만3400엔(213만원)으로 일본의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낮은 편이다. 다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차이가 크지 않고 고용 안정성이 높다는 게 강점이다.
일본 회사에 들어가려면 일본어 구사능력은 기본으로 갖추고 본인의 특정 분야 역량과 전문성을 최대한 부각시켜야 한다. 현지에선 ‘한국인은 영어를 잘한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영어 능력도 충분히 갖출 필요가 있다. 조 본부장은 “일하고 싶은 회사에 본인의 장점을 어필하고 확신을 주려면 자기 자신에 대한 분석뿐 아니라 해당 기업과 업종에 관한 분석도 철저히 한 뒤 면접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 제조업체 S사에 기계설계 엔지니어로 입사한 홍성윤씨는 “다양한 취업 루트가 있지만 한국으로 채용하러 오는 회사에 지원하는 게 가장 빠르고 확실하다”며 코트라의 해외취업 박람회를 추천했다. 코트라뿐 아니라 고용노동부, 산업인력공단, 무역협회 등도 해외취업 관련 행사를 열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해외취업 지원사업을 ‘K-Move’라는 이름으로 통합 추진 중이다. ‘K-Move’ 프로그램과 해외취업 정보는 산업인력공단이 운영하는 ‘월드잡플러스’(worldjob.or.kr)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도쿄=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조은호 코트라 일본지역본부장이 19일 일본 도쿄 사무실에서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한국 청년들의 일본 취업 현황과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코트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