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역설 ④] “싸니까 갑니다. 근데 더 사게 되네요” …아울렛의 역설
2017-04-01 09:31
-아울렛 업계 지난3년간 유례없는 성장
-온라인 쇼핑도 지난해 10조원 성장해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멍’하니 앉아 유튜브 화면을 보는데 심상치 않은 광고가 눈길을 끌었다. 처음에는 괴상한 소리에 놀랬다. “싸다아으아아~”.
그리고선 바라본 모니터 속에는 인상을 푹 쓴 배우 이서진이 우스꽝스런 자세로 서있다. “싸다아으아아~”. 이서진이 다시 한 번 외친다. 주인을 찾은 괴음이 머리속에 맴돌았다.
이서진이 출연한 위메프의 최저가 광고 모습. ‘싸다’는 콘셉트를 전면에 내걸었다. |
그 순간 피식 웃었다. 재밌었다. 그래서 다시 광고를 돌려보니 오른쪽 상단에서 ‘위메프’ 마크가 박혀있다. 광고를 수차례 돌려보는 사이 ‘피식’하는 웃음은 ‘큭큭’ 큰 웃음으로 바뀌었다.
‘싸다 마케팅’은 불황에 잘맞는 아이템이다. 불황일수록 저렴한 물건이 잘 팔리는 것은 당연지사. 유통업체들은 불황일수록 가성비가 높은 제품을 부각시키려고 한다. 이에 온라인쇼핑과 아울렛 같은 저가지향 유통업체들은 불황일수록 되레 호황을 맞곤 한다. 불황이니까 맞는 호황은 역설적으로만 느껴진다.
IMF에 필적하는 불황을 맞았다는 최근의 한국경제도 마찬가지다. 온라인쇼핑업체들과 아울렛업체들은 최근 유례없는 ‘성수기’를 맞은 모습이다.
신세계의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 전경. |
▶ 백화점보다 크게 성장한 아울렛 =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이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거둔 지방 아울렛들의 매출신장률은 백화점부분 매출신장률을 크게 앞질렀다. 지난 2013년에는 40.8%, 2014년 19.3%, 2015년 33.4%였다. 세월호 여파로 전국의 소비가 줄어들었던 2014년도를 제외하고는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반면 백화점과 도심형 아울렛 등 서울에 있는 점포들은 2013년 7.0%, 2014년 4.4%, 2015년 6.2%로 한자리수 성장률을 기록하는 데 그친 모습이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10.63%, 5.62% 늘어났는데, 여기에는 인천송도와 동대문에 아울렛을 오픈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아울렛은 유통업계에서 2가지 의미가 있다. 유행이 지난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점포, 그리고 쇼핑을 포함해 다양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4인가족의 놀이공간’이다. 쇼핑을 하기에도 싸고 여가를 즐기기에도 비용이 적게든다. 이에 ‘불황형 테마파크’로 불리는 게 아울렛이다.
2008년 금융위기 위후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한국에서 최근 아울렛 시장이 큰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유다.
이에 백화점 3사는 본격적인 아울렛 출점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21개에 머무르고 있는 아울렛 숫자는 오는 2020년 31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백화점은 오픈하지 않아도 아울렛은 오픈하려는 게 최근 추세”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소셜커머스 위메프가 새로 발표한 광고. '싸다'는 콘셉트를 내걸었따. |
▶ 지난해 10조 성장한 온라인 쇼핑 = 온라인 쇼핑도 불황을 먹고 쑥쑥 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업계의 전체 거래액은 64조9134억원이었다. 2015년에는 53조8883억원에 그쳤던 수치가 10조원 이상 뛰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업계는 온라인 쇼핑이 잘나가자 이 부문 강화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 상품 가격은 기존 소셜커머스ㆍ온라인 오픈마켓보다는 비싸더라도, 오프라인 마켓보다는 싼 편이다. 롯데마트는 최근 임원급에 온라인 전문인력을 수혈하기도 했다.
소셜커머스 업계는 매출액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유통공룡’ 이마트와 최저가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위에 언급했듯 위메프는 ‘싸다’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걸고 홍보와 마케팅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셜커머스 업계는 물 저을 때 노 젓는다는 각오로 ‘계획된 적자’라고 불리는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온라인 쇼핑 채널 강화와 확충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에 온라인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유통업계는 올해도 큰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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