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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적과의 동침①]신의 한수냐, 패착수냐…오픈마켓에 둥지 튼 백화점

곡산 2017. 4. 6. 08:37

[유통] [적과의 동침①]신의 한수냐, 패착수냐…오픈마켓에 둥지 튼 백화점


홈플러스, 롯데제과 손잡고 짐승용량 식품 잇따라 출시
백화점·대형마트 온라인 채널 확대 위해 오픈마켓 입점
오픈마켓도 백화점 상품 입점으로 신뢰도↑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홈플러스가 6일 단독 출시한 '죠스통'과 '수박통'은 국민 아이스크림인 죠스바와 수박바를 파인트 크기의 통에 담은 제품이다. 죠스바와 수박바는 모두 롯데제과가 1983년과 1986년 출시해 30년간 인기를 끌었다. 롯데제과가 그룹 계열사인 롯데마트를 제치고 홈플러스와 손잡은 것이다. 최근 홈플러스가 기존 상품보다 11배 커진 서울F&B 패밀리 요구르트(750ml, 1000원)이나 기존(62g) 10배 크기 롯데 자이언트 꼬깔콘(616g, 4900원) 등 짐승용량 제품이 좋은 반응을 보이자 경쟁사인 아이스크림으로 확대한 것이다. 제조사인 롯데제과 입장에서도 할인점인 홈플러스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기업형 슈퍼마켓) 등의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 누이 좋고 매부도 좋은 윈윈 전략인 것이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협업은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내수 시장이 포화돼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수 있는 아이템이나 전략이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픈마켓에 입점한 백화점이다. 전통 오프라인 강자인 백화점과 할인점은 전자상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성장세가 꺽인 대표적인 업태다. 소비자들은 발품을 팔아 백화점에 가는 대신 온라인쇼핑몰에서 간편하게 검색하고 결제해 배달받는 추세로 바뀌면서다.

이 때문에 최근 수년간 오픈마켓에는 백화점 업체들은 별도의 온라인몰의 운영하는 동시에 오픈마켓에도 입점하며 새로운 매출처를 확보해왔다.

SK플래닛이 운영하는 오픈마켓 11번가에는 2015년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 입점을 시작으로 롯데와 신세계, 갤러리아 등 주요 백화점들이 모두 입점했다. 또 롯데닷컴과 CJ몰 등 채널을 막론하고 다양한 유통업체가 잇따라 중지를 틀었다. G마켓에도 백화점 3사와 CJ몰이 입점한 것은 물론 홈플러스 당일배송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모바일 상품권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SK플래닛은 현대백화점과 제휴를 맺고 모바일 상품권 서비스 최초로 백화점 및 아울렛의 식음료 매장 상품을 오픈마켓에서 판매하고 있다. 11번가에서 현대백화점과 현대아울렛 전국 18개 지점에 입점해 있는 전체 210여개 식음료 브랜드 중 삼송빵집과 백미당, 매그놀리아 등 170여 개 인기 브랜드 상품을 11번가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구입 및 선물까지 가능한 모바일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이같은 협업은 오픈마켓이나 오픈마인 매장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오픈마켓 입장에선 상품 구색이 다양해지고 거래액이 증가할 뿐 아니라, 인지도가 높은 백화점 등이 들어오면 소비자들의 신뢰감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탄탄한 기반을 지닌 오픈마켓을 새로운 매출처로 확보해 고객층을 확대할 수 있다. 실제 신세계백화점의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 8560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37.6% 급증했는데,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쇼핑몰 '쓱(SSG)' 마케팅의 효과도 있었지만 온라인 오픈마켓 입점 영향이 컸다. 2015년 하반기부터 G마켓과 옥션, 11번가, 네이버쇼핑까지 오픈마켓에 집중적으로 들어간 덕분이다.

하지만 이는 중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시장에서 함께 경쟁하고 있는 오픈마켓의 지위를 더 강화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픈마켓에서 백화점 마트 물건을 다 살 수 있다면 굳이 개별 유통업체들이 운용하는 온라인몰로 갈 필요가 없다.




지연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