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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 산업의 기회 포착과 전략 수립]미국·중국 보다 큰 할랄식품 시장…한국식품 잠재 수요 막대

곡산 2017. 3. 28. 08:28
[할랄 산업의 기회 포착과 전략 수립]미국·중국 보다 큰 할랄식품 시장…한국식품 잠재 수요 막대
[紙齡 1000호 특집]식품·외식산업 도약을 위한 제언⑦
한류 타고 아시아서 중동·아프리카까지 자발적 마니아
노장서 할랄산업연구원 사무총장
2017년 03월 24일 (금) 16:11:58식품음료신문 fnbnews@thinkfood.co.kr
  
△노장서 사무총장

사드배치로 중국의 무역보복이 시작되며 한국 경제에 큰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국내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사태가 지속될 경우 경제가 입을 손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정부와 산업계가 합심해 하루 속히 이 문제를 타개하기를 기원하며 이슬람시장에 대한 수출 확대 가능성을 중심으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한국을 사랑하는 무슬림 소비자들의 등장

우리나라 식품수출은 일본 중국 미국 등 특정국가에 편중돼 그동안 수출시장 다변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몇 년 전부터 이슬람시장은 떠오르는 수출 시장으로 주목 받아왔다. 전 세계 인류의 4분의 1이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이며, GDP 기준으로 상위 50대 국가 중 10개국이 이슬람국가들이다. 이들이 신앙생활에 따라 소비하는 식품을 ‘할랄식품’이라고 한다. 할랄식품 시장의 규모는 현재 1조 2000억 달러 규모로 단일시장으로 볼 때 중국이나 미국의 식품 시장보다 큰 세계 최대 시장이다.

야채나 과일과 같은 식물이 대표적인 할랄식품이며, 생선과 같은 바다의 소산, 물을 포함해 독성이 없는 광물이나 미생물도 마찬가지다. 소나 양, 닭과 같은 동물은 이슬람식 도축을 한 것에 한해 무슬림들이 섭취가능하다. 반대로 돼지고기나 돼지성분이 들어간 식품과 술을 사용해 조리한 식품은 엄격하게 섭취가 금지된다.

현재 이슬람시장에서 우리나라 수출 규모는 8~9억 달러 수준이다. 작년 농식품 수출금액 89억 달러의 10% 정도다. 중국이나 미국보다 큰 구매력을 나타내는 할랄시장 규모를 감안한다면 한국의 수출실적은 너무도 초라하다.

안타까운 것은 이슬람시장으로부터 한국식품에 대한 거대한 수요가 등장하고 있음에도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거대한 수요의 등장이란 바로 한국문화를 소비하려고 하는 무슬림 소비자들의 등장이다.

2015년 외교부에서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을 좋아하는 나라의 1위는 말레이시아이며, 2위 중국, 3위가 세계 최대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다. KBS에서 아랍어방송 청취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90% 이상이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류라는 문화적 전파가 확산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한류는 드라마와 음악이 중심이 돼 빠르게 확산, 아시아를 넘어 중동, 아프리카까지 번지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한식사업을 전개하는 한 사업가는 필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슬람권에서 한국 식품을 소비하려고 하는 거대한 시장이 등장하고 있다고 피력한 바 있다.

동남아시아 및 중동지역과 접촉이 잦은 사람이라면 이 말이 허언이 아님을 알 것이다. 일본의 스시, 이탈리아의 피자·스파게티 등이 문화적 소비대상으로 회자되듯 한국의 불고기, 떡볶이, 매운 라면 등에 열풍 역시 우리 문화에 대한 소비 현상이다. 우리에게 알라딘 램프가 주어진 것이다.

인증 획득해야 시장 진입…연간 수출액 8~9억 불 그쳐
국산 식품 ‘로고제’ 실시 100만 관광객 잡을 절호의 기회 

■할랄인증으로 해외 시장 열기

무슬림들이 소비하려는 한식을 비롯한 한국 식품은 문화상품임을 기억해야 한다. 문화적 전통과는 이질적일 수밖에 없는 한국 땅에서 빚어낸 문화적 소산에 대해 마음을 열어 열광하고 있는 것이 참으로 경이롭다.

우리도 저들 문화 중 한 가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바로 ‘할랄소비’라는 신앙에 기초한 라이프스타일로 세대를 넘어 전승돼 오는 살아있는 유산이다. 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램프에 갇혔던 알라딘이 비로소 나오게 된다.

얼마 전 만난 한 외국 무슬림 학생이 길거리 떡볶이를 먹고 싶었지만 할랄인지에 대한 확신이 안서 포기했다는 말을 들었다. 떡볶이는 우리 국민들이 가장 즐겨먹는 음식 중 하나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식품이기도 하다.

만약 떡볶이가 할랄식품이라는 확실한 메시지가 전달됐다면 그 학생은 즐겁게 먹었을 것이다. 할랄식품 섭취는 그들의 종교 문화 일부이다. 우리 한식이 저들에게 소비되기 위해서는 할랄임을 확신시켜야 하며, 이 점이 곧 거대 시장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때문에 무슬림 소비자들에게 우리 식품을 마음 편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할랄인증을 받는 것이다. 아직까지 한국 식품의 할랄인증은 미미하다. 2만8000여 개가 넘는 국내 식품업체 중 할랄인증을 받은 업체 수는 500개도 안될 것이다. 반면 불교국가로 알려져 있는 태국은 4000여 개 업체가 12만개의 할랄인증 식품을 생산하고 있다.

할랄인증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이슬람국가들의 할랄인증 규제 강화 움직임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인도네시아는 2019년 할랄인증 의무화 전면 실시를 추진 중이다. UAE도 그동안 육류를 제외하고는 가공식품의 할랄인증에 관심이 없었지만 국가가 정한 할랄마크를 의무화하는 등 할랄인증 규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처럼 각 나라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할랄인증 식품의 숫자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 각지로부터 수입한 할랄식품이 가득한 이슬람 국가 슈퍼마켓에서 이름 없는 한국의 식품을 어떻게 선택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그 첫 단추는 할랄인증 로고를 제품에 표시하는 것이다.

물론 할랄인증 획득이 매출증대로 즉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할랄인증 획득은 램프에 갇혔던 알라딘을 자유롭게 풀어 준 첫 단계에 불과하다.

우리 식품은 문화적 소산이기 때문에 단순 전시·진열만으로는 판매가 어렵다. 현지 언어, 문화, 생활규범 등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 식품이 갖는 문화적 속성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스토리텔링과 같이 화자와 청자의 교감이 이뤄져야 한다.

  
△라면, 김치, 조미료, 김, 소스 등 할랄인증을 획득한 다양한 식품들이 진열돼 있다.

■ 밀려오는 무슬림 관광객의 지갑을 열어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작년 98만명의 무슬림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 중 50% 이상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무슬림들이다. 올해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러한 무슬림 관광객 증가는 한류바람에 따른 한국 문화에 대한 체험 수요 확대이며 유럽, 미국과 이슬람국가들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에 대한 무슬림들의 여행수요가 반사적으로 증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의 국내 방문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방한한 외국인 무슬림과 국내 거주 무슬림들이 소비한 국내 할랄식품 규모는 약 50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같은 소비는 무슬림 관광객들이 불편을 감수하면서 이룬 결과다.

한국관광공사의 무슬림 관광객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방한 관광객들은 국내 기도시설 부족과 할랄식사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국내 할랄인증 획득 식당은 15개소에 불과하다. 할랄재료를 사용해 메뉴를 제공하는 무슬림친화식당이 150여 개 정도 있지만 방한 무슬림들은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

무슬림들이 선호하는 한식 중 1위가 불고기인데 국내에는 할랄도축장이 없어 모두 수입산 소고기를 쓰고 있다. 방한한 무슬림 관광객들이 수입소고기를 사용한 한식을 먹고 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도 올해 1월부터 할랄로고를 식품 포장에 표시할 수 있게 됐다. 외국에서 수입된 할랄식품 물론 수출용으로 할랄인증을 받은 국산 식품도 할랄로고를 붙여 국내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자유롭게 유통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 조치는 방한 무슬림 관광객들의 할랄식품 구매편의성을 크게 높여 할랄식품 내수판매 확대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할랄인증을 받은 국산 식품은 10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해당 회사들과 소매점들은 할랄로고 표시제 실시를 계기로 100만 무슬림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소중한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태국·호주 정책 차원 적극 지원…식음료 수출 대성공
국내 관광 등 종합 과제 추진…중장기 마스터플랜 필요  

■치열한 경쟁의 서막과 정부 역할

태국과 호주는 할랄식품 수출에 성공한 대표적 국가이다. 세계 10위권 할랄식품 수출국인 태국은 작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약 2600억 원의 정부 예산을 투입해 수출을 더욱 가속할 방침이다. 또한 할랄 4.0이라는 슬로건을 만들어 할랄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호주는 세계 최대 할랄육류 수출국으로 이슬람 세계 육류공급을 좌우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공의 배경에는 호주 정부가 이슬람 도축을 직접 보증하는 강력한 프로그램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에 따라 허가된 도축장과 할랄인증기관은 철저하게 정부 통제에 따라야 한다. 호주는 2015년 식품·음료 수출부문에서 196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 중 66%인 130억 달러가 할랄식품이다.

현재 수조달러 규모 글로벌 할랄시장을 두고 비이슬람 국가와 이슬람 국가들이 뒤섞여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UAE, 터키 등 이슬람국가는 물론 중국, 일본,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비이슬람 국가들도 할랄시장에 도전장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한류 확산으로 한국 할랄제품에 대한 거대한 소비 수요가 형성되며 큰 기회가 주어지고 있어 할랄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할랄산업은 식품산업이 가장 큰 산업이지만 화장품, 소비재, 의약품, 물류, 관광업 등이 사슬처럼 연결된 종합 산업이라는 점을 놓쳐선 안 된다.

작년 7월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발표된 투자활성화대책에서 할랄산업을 신산업 육성 관점에서 보고 정부 부처 합동으로 식품, 화장품, 포장재, 콘텐츠, 관광, 물류 등 종합적 추진과제를 제시한 것은 종전과 비교해 진일보한 전략이라고 평가된다.

단 추진과제가 대부분 올해로 한정하고 있어 중장기 전략적 고려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다양한 연관 산업 과제를 종합적으로 다루며, 최소 5년 이상 연차별 목표와 실행전략, 예산배부가 포함된 중장기적 마스터플랜이 수립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