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4조 기업' 일군 21세기 장보고
CEO In & Out /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 김설아 기자 입력 : 2017.03.23 05:52
#1. 땅 위의 제조업이 아닌 바다를 터전으로 성장해온 동원(東遠). 동원이라는 이름은 창업주인 김재철 회장의 개인적인 경험과 관련이 깊다. 김 회장은 1958년 실습 항해사로 처음 참치잡이 원양어선을 탔다. 동쪽 먼 바다로 23일을 항해한 뒤에야 남태평양의 사모아섬에 도착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1969년 동원그룹의 모태인 동원산업을 창립했다.
#2. 48년 후. 동원은 더 이상 참치만 파는 회사가 아니다. 동원그룹은 수산업과 식품, 포장재, 물류를 모두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동쪽 먼 바다’를 동경하며 출발한 동원그룹이 40여 계열사를 거느린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것. 그 배경에는 ‘21세기 장보고’라 불리는 김 회장의 집념이 숨어있다.
김재철 회장. 그는 ‘바다가 직업인 사람’ 이다. 말단 항해사에서 시작해 지금의 세계적 수산기업인 동원그룹을 일궈냈다. 그동안 그를 수식하는 단어가 늘었다. ‘바다 대통령’, ‘참치 잘 잡는 마도로스’, ‘M&A(인수·합병)의 마술사’ 등 주로 동원그룹의 성장과 관련된 단어들이다. 80이 넘은 고령에도 여전히 현역에서 활동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 10년간 1조6500억 투입… 14개 회사 인수
김 회장은 최근 잇단 M&A로 그룹 덩치를 빠른 속도로 키웠다.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한 지 약 3개월 만에 두산생물자원을 사들이는 등 사업영역을 다각도로 확대하며 ‘글로벌 생활산업기업’으로 끊임없이 변신 중이다.
지난 10일 동원그룹이 동원F&B를 통해 사들인 두산그룹 계열사 두산생물자원은 가축사료와 공급, 사육관리, 낙농, 양돈 등 축산농업 전 과정에 걸쳐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동원은 두산생물자원과 기존 사료전문 계열사 동원팜스를 엮어 시너지를 창출할 방침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두 회사의 R&D(연구개발) 기술력, 구매력, 영업력 등 노하우가 더해지면 미래유망산업인 사료사업부문 경쟁력이 배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동원그룹은 이번 인수를 포함해 지난 10년 동안 M&A에 약 1조6500억원을 쏟아부으며 M&A계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보수적인 식품업계에서는 다소 이례적인 행보로 김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김 회장은 동원그룹 4대 핵심 성장동력을 ‘수산·식품·포장·물류’로 정하고 이 같은 큰 그림 내에서 다양한 M&A를 진두지휘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매물 위주로 매년 2~3건의 M&A를 꾸준히 진행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종합물류기업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100%를 4200억원에 사들이면서 물류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식품업계 캐시카우로 떠오른 가정간편식(HMR) 사업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같은해 7월 동원홈푸드를 통해 국내 최대 HMR 전문 온라인몰 ‘더반찬’을 약 300억원에 인수했다. 2015년 9월에는 동원F&B가 온라인 축산물 유통전문기업인 금천을 450억원에 사들였다.
포장지사업 역시 M&A를 통해 키웠다. 2012년 5월 대한은박지를 시작으로 2014년 판지상자와 필름을 생산하는 한진피앤씨를 포함해 테크팩솔루션, 탈로파시스템즈 등 3개 회사를 인수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5년엔 베트남 포장재기업인 딴 띠엔 패키징(TTP)과 미잉 비에트 패키징(MVP)을 각각 890억원과 250억원에 사들이면서 자급시스템을 갖췄다.
M&A를 통해 글로벌화에도 성공했다. 2011년 아프리카 세네갈 참치캔업체 SNCDS를 인수해 참치캔 생산시설과 공급망을 갖췄고, 2008년에는 세계 최대 참치브랜드 스타키스트를 3억6300만달러에 인수해 글로벌 참치기업이 됐다. M&A 결과도 좋았다. 적자기업이던 스타키스트는 동원그룹에 인수된 뒤 반년 만에 흑자로 전환됐다. 현재는 동원그룹에서 이익을 가장 많이 내는 계열사로 성장했다.
업계에선 김 회장이 앞으로도 M&A를 통해 볼륨 키우기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에는 베트남 1위 물류업체 제마뎁 인수전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외형을 키우는 것보다 내실화가 먼저라는 우려도 나오지만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아닌 계열사간 시너지에 초점을 둔 M&A라 생산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더 높다. 지난해 동원그룹은 4조154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매출 목표는 6조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동원그룹은 동원참치라는 1등 브랜드가 캐시카우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현금 창출능력이 뛰어나다”면서 “의지만 있다면 중소업체들을 인수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최근 역량을 집중하기 시작한 물류·식품 부문의 성장세가 두드러져 올해 전체 매출 규모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덧붙였다.
◆ 수산업에서 식품·물류까지…글로벌 생활산업기업
동원그룹은 1차산업(수산업)에서 출발해 2차산업(식품제조업), 3차산업(물류산업)까지 사업영역을 넓혔다. 중고 어선 두척으로 출발해 글로벌 생활산업기업으로 변신을 꿈꾼 김 회장의 의지가 이를 가능케 했다.
일찌감치 두 아들에게 경영을 맡겼지만 팔순을 훌쩍 넘긴 지금도 그는 중요한 사업 결정을 챙기며 진취적인 개척정신을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바다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는 그의 신념은 여전하다. 노익장 김 회장의 손에 들린 다음 그물은 어디에 던져질까. 21세기 장보고를 꿈꾸는 바다 사나이의 다음 항해에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프로필
▲1935년 3월(전남 강진) ▲1958년 국립부산수산대(현 부경대) 어로학과 졸업 ▲1969년 동원산업㈜ 설립 ▲1989년 동원그룹 회장(현)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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