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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기 창업 트렌드] (2) 1인 가구를 공략하라-배달·포장·일자형 테이블…‘혼자옵서예~’

곡산 2017. 2. 14. 08:13
[불황기 창업 트렌드] (2) 1인 가구를 공략하라-배달·포장·일자형 테이블…‘혼자옵서예~’
외식 줄이고 집에서 시켜먹는 수요 증가, 방문 포장도 2배 늘어
기사입력 2017.01.16 15:13:00

739만명.

국내 1인 가구 수다(2016년 9월 기준, 행정자치부 자료). 전체 2121만가구 중 34.8%에 달한다. 2인 가구(21.3%)까지 더하면 전체의 56.1%(1191만가구)다. 2010년께만 해도 가장 흔한 가구 형태였던 4인 가구는 이제 18.7%에 그친다. 핵가족화 지속으로 1인 가구 증가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인구 구성 변화는 소비 트렌드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강력한 요인 중 하나다. 유통업계와 자영업 시장이 최근 1인 가구를 겨냥한 상품 개발에 뛰어드는 배경이다.



▶‘외식’ 지고 ‘중식’ 뜬다

▷도시락·반찬·배달·간편식 인기

국내 자영업 시장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외식업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점 중 외식업 비중은 47.8%로 서비스업(29.9%)과 도소매업(22.3%)보다 2배가량 많았다(2015년 기준). 가맹점 수가 아닌 브랜드 기준으로 보면 외식업 비중은 74%에 달한다. 외식업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그런데 1인 가구 증가는 외식 시장에 호재보다는 악재에 가깝다. 혼밥·혼술족은 상대적으로 2인 이상 단체 고객보다 객단가가 떨어지는 탓이다. 테이블에 여럿이 앉으면 서로 얘기하고 술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매장 내 체류시간이 길어져 자연스레 객단가가 높아진다. 반면 혼밥·혼술족은 대화 상대가 없으니 추가 주문 없이 딱 1인분만 먹고 간다. 점주 입장에서 ‘과도한 음주(또는 과식)는 감사합니다’라고 할 일이 없어지는 것. 심지어 혼밥족을 정중히 거절하거나 ‘어서 먹고 가라’며 눈치를 주는 곳도 적잖다. 이런 냉대가 싫거나 아직 혼밥이 익숙지 않은 일부 1인 가구는 아예 외식을 꺼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급성장하는 게 중식(中食) 시장이다. 짜장면 같은 중국 음식이 아니다. 밖에서 사 먹는 외식(外食)과 집에서 해 먹는 내식(內食)의 중간 개념으로, 밖에서 사오거나 집에서 배달시켜 먹는 형태의 식문화를 말한다. 편의점 도시락, 각종 배달 음식, 반찬가게, 가정간편식(HMR) 등이 대표적인 예다. 외식하기엔 동행할 사람이 없고, 집에서 해 먹는 건 귀찮아하는 1인 가구가 주 고객이다. 1인 가구가 먼저 보편화된 일본에선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중식(나카쇼쿠·なかしょく) 시장이 발달했다.

중식 시장 성장은 외식업계 지형을 바꿔놓고 있다. 중식 시장에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홀 영업 대신 배달이나 포장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다.

피자업계가 대표적이다. 피자 프랜차이즈 1위인 ‘미스터피자’는 최근 가맹점 기준 면적을 40평에서 25평으로 줄였다. 홀 영업이 위축되자 창업 비용과 임대료를 아끼고 배달 영업을 강화하려는 취지에서다. 피자헛도 홀 영업만 하는 레스토랑 온리(only) 매장은 전체 333개 중 6개에 불과하다. 배달 전문 매장(241개)이 대부분이고, 최근에는 1인 고객을 겨냥한 익스프레스 매장도 늘리는 추세다. 일반 매장처럼 피자 한 판 단위로 팔지 않고, 한 조각씩 따로 주문할 수 있는 곳이다.

도미노피자는 일찌감치 100% 배달 전문 매장 체제를 채택했다. 또 방문 포장 고객에겐 최대 40% 할인해주는 등 배달·포장 위주 영업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피자는 치킨보다 양이 많고 가격도 비싸 1인 가구가 혼자 먹기 쉽지 않은 음식이다. 조각 피자를 팔고 포장 할인을 늘리게 된 이유”라며 “과거에는 방문 포장 고객 비중이 10% 이하였지만 최근에는 15~20%까지 늘었다”고 전했다.

다른 업종에선 그간 안 하던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기 힘들면 업체가 음식을 갖다주겠다는 의지다.

미스터피자는 최근 홀 영업이 위축되자 가맹점의 기준 면적을 40평에서 25평으로 줄이고 샐러드바도 없앴다.
죠스떡볶이는 1만2000원 이상 주문 고객에게 배달을 해준다. 배달 요금은 2000원이다. 보통 배달 대행 비용은 3000원 이상. 소비자에게 배달 요금을 3000원 이하로 받는 건 업체 입장에선 당연히 손해다. 대신 주문 건수와 주문금액(최저 1만2000원 이상)이 늘어나니 더 이익이란 계산이다. 죠스떡볶이는 가맹점당 하루 최대 20건 가까운 배달 주문이 발생하고 있다.

배스킨라빈스31도 최근 앱이나 전화로 주문하는 아이스크림 배달 서비스 ‘딜리버리’를 시작했다. 배달 가능 지역을 수도권에서 대전, 광주 등 지방까지 약 500여개 매장으로 넓히고 자체 콜센터 운영도 시작했다. 이외에도 김가네, 유가네닭갈비, 놀부부대찌개 등의 한식·분식 프랜차이즈가 앞다퉈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심지어 삼겹살 배달 전문 프랜차이즈도 생겨났다.

물론 배달을 하려면 비용이 든다. 업계에 따르면 월 1000건의 배달 주문을 소화하려면 라이더(rider·배달 사원)가 3~4명은 필요하다. 한 달에 500만~600만원의 인건비가 추가로 드는 셈. 하지만 요즘은 라이더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배달 대행 업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건당 3000원 정도 수수료를 받고 배달을 해준다. 월 1000건의 배달 주문을 맡기면 인건비가 월 300만원(3000×1000)에 그친다. 여기에 오토바이 구입비와 유지보수 등 관리비, 유류비 등이 절약되는 것도 이익이다. 강남권에서 음식 배달 대행을 하는 배민라이더스는 2016년 12월 주문 건수가 1월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인테리어도 1인 고객 맞춤

▷일자형 테이블 교체 후 도시락 매출↑

우리보다 1인 가구가 많고 개인주의가 발달한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일자형 테이블이 보편화됐다.
배달·포장 서비스를 하기 힘들다면 1인 고객을 적극 유치하는 방법도 있다. 4인용 테이블 대신 일(一)자형 또는 2인용 테이블로 인테리어에 변화를 주는 방법을 통해서다. 1인 고객은 점주 눈치 안 보고 매장에서 마음 편히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점주도 더 많은 고객을 받을 수 있어 서로 좋다. 우리보다 1인 가구가 많고 개인주의가 발달한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일자형 테이블이 보편화됐다. 매출은 ‘객단가(P)×객수(Q)’로 정해지는데, 객단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객수를 높여 매출을 지키려는 전략이다. 스타벅스, 이디야, 파스쿠찌, 모스버거, 설빙, 봉구비어, 맥도날드, 미니스톱 등 외식업 프랜차이즈의 상당수가 채택했다.

박형곤 미니스톱 홍보CSR팀장은 “최근 1인 고객이 증가함에 따라 신규 가맹점에 대부분 일자형 테이블을 넣고 있다. 1인 고객은 다인(多人)용 테이블에 앉아 혼자 음식을 먹을 때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며 “직영점 관찰 결과, 일자형 테이블 설치 전과 후 1인 고객이 즐겨 찾는 도시락 매출이 50% 늘었다”고 말했다.

1인 가구 타깃 상품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일본 편의점 업계에선 최근 중식에서 다시 ‘1인 가구 전용 내식’으로 트렌드가 옮겨가는 분위기다. 반찬을 사서 집에서 해 먹는 ‘우치쇼쿠(うちしょく·가정식)’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

일본 로손의 리밍(李明) 홍보팀 매니저는 “물론 삼각김밥(오니기리), 면, 샐러드 등 중식(나카쇼쿠) 계통이 편의점 매출의 40%를 차지할 만큼 여전히 압도적이긴 하다. 그러나 이미 등장한 지 10년 이상 된 품목이어서 최근 성장률은 그리 높지 않다. 요즘은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거나 뚜껑 열면 바로 먹을 수 있는 반찬이 인기다. 일품요리인 중식보다는 손이 많이 가지만 건강에 좋고 직접 요리해 먹는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제품을 과거에는 슈퍼마켓에서만 취급했는데 최근 반응이 좋아 편의점에서도 많이 취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