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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기 창업 트렌드] (3) 인건비 절감은 필수…최저임금 높아지면서 무인서비스업 인기

곡산 2017. 2. 14. 08:13
[불황기 창업 트렌드] (3) 인건비 절감은 필수…최저임금 높아지면서 무인서비스업 인기
코인노래방·셀프빨래방 등 인건비 부담 없는 창업 각광…
직원 수·고용 시간도 축소 흐름
기사입력 2017.02.06 11:14:19 | 최종수정 2017.02.06 17:49:28

맥도날드 무인 주문기(위)와 뽑기방 이용 모습.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면서 무인 영업을 추구하는 매장이 늘고 있다.


6.6명→6.8명→7.1명.

2013~2015년간 국내 편의점당 평균 직원 수 변화다(한국편의점산업협회 자료). 편의점 운영에 필요한 직원이 점점 많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편의점에서 취급하는 상품이 다양해지고 점포도 대형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주목할 점은 정규직과 임시직의 구성이다. 주로 아르바이트생인 임시직이 2013년 평균 5명에서 이듬해 4.3명, 2015년에도 4.3명을 유지했다. 반면 정규직은 같은 기간 1.6명에서 2.5명을 거쳐 2.8명으로 늘었다. 편의점당 평균 직원 수 증가를 견인한 건 임시직이 아닌 정규직임을 알 수 있다.

정규직이 늘면 좋은 일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24시간 영업이란 편의점 특성상 파트타이머가 필요하지만 채용의 어려움과 업무 효율성, 최저임금 인상 등 고용 부담으로 가족 종사원 수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즉 편의점은 일반 직원 고용을 늘리는 대신, 무급이거나 ‘주머닛돈이 쌈짓돈’인 가족 종사원을 ‘활용’한 것이다. 협회 분석대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담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2017년 최저임금은 6470원이다(시간급 기준). 전년 대비 상승률은 7.3%. 그나마 2016년 최저임금 인상률 8.1%에 비해 상승 폭이 둔화된 결과다. 임금 근로자에겐 최저임금 인상 폭이 늘 아쉽겠지만, 자영업자는 매년 간담이 서늘하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가맹점당 평균 고용 효과는 4.3명. 최저임금이 500원 오르면 점주 본인을 제외하고 3.3명에 대한 총 급여 지출이 최소 월 60만원 이상 늘어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창업 시장에선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는 아이템이 각광받고 있다. 뽑기방, 코인(동전)노래방, 셀프빨래방이 대표적인 예다.



▶직원 너무 많으면 인건비 낭비

너무 적어도 업무 부하 문제 돼

매출 감안 적정 인건비 관리해야

뽑기방과 코인노래방은 영업이 100% 뽑기·노래방 기계로 이뤄지기 때문에 동전교환기만 갖다 놓으면 점주나 직원이 할 일이 없다. 물론 밤 10시 이후에는 점주나 직원이 상주해야 한다. 두 업종은 모두 ‘청소년게임제공업’이어서 밤 10시부터는 청소년 출입을 제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낮에만 무인 영업이 가능해도 인건비 절감 효과가 상당하다. 최저임금(6470원)으로 직원 1명을 매일 10시간씩 고용하면 인건비가 월 200만원가량 드는데 이를 아낄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영업 중인 뽑기방과 코인노래방은 각각 1000여개로 추산된다.

심야에 청소년 출입금지 규제를 안 받는 셀프빨래방은 아예 24시간 무인 영업이 가능하다. 세탁기와 건조기만 설치해놓으면 고객이 기계에 동전을 넣고 세탁·건조해가는 식이다. 셀프빨래방 워시타임의 유동구 대표는 “매뉴얼대로만 하면 기계에 서툰 사람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점포 상황은 CCTV를 이용해 수시로 확인이 가능하다. 점주는 평균 1~2일에 한 번씩 점포를 방문해 동전을 수거하고 점포 정리나 매장 주변 청소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단 셀프빨래방도 단점은 있다. 무엇보다 창업 비용이 일반 세탁편의점(점주는 옷만 보관하고 빨래는 본사가 해오는 방식)보다 더 비싸다. 일단 세탁기 3대, 건조기 3대 등 장비 6대 구입비만 5500만~6000만원 정도 든다. 또 장비 6대를 넣기 위해 매장이 최소 12평 이상은 돼야 한다. 인테리어나 설비 등 추가 비용을 더하면 총 창업 비용이 최소 1억~1억5000만원 이상이다. 여기에 드라이클리닝은 셀프 세탁이 안 돼 고객층이 제한되는 점도 아쉽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에는 ‘무인 세탁편의점’도 등장했다. 고객이 매장 내 캐비닛에 빨랫감을 넣어두면 본사 직원이 수거해서 세탁한 뒤 다시 캐비닛에 넣어두는 방식이다. 점주는 캐비닛 외에 세탁기를 직접 구비할 필요가 없어 창업 비용이 저렴하다. 물빨래와 드라이클리닝은 물론, 수선까지 가능해 고객층도 넓고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세탁편의점과 셀프빨래방의 장점만 결합한 셈이다.

기존 업종에서도 인건비 절감을 위한 대책 마련이 분주하다. 치킨집 등 배달전문업종에선 배달 직원 고용 시간을 축소하는 분위기다. 주문 건수가 적은 낮 시간대에는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하고, 배달 직원은 밤에만 쓰는 식이다. 홀 영업만 하는 매장에선 직원을 다 내보내고 혼자 운영하거나 부부 창업 등 가족 종사원을 활용하는 곳도 많다.

인건비를 아낀다고 직원을 줄이는 게 마냥 능사는 아니다. 직원이 너무 많으면 인건비가 낭비되지만, 너무 적으면 업무에 부하가 걸려 고객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고 점주와 직원도 금세 지쳐버린다. 이런 이유로 부부 창업자를 일부러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 이재욱 피자알볼로 대표는 “부부 창업 희망자는 인건비를 최대한 아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럼 배달 주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고객 만족도가 떨어진다. 때문에 생계형 부부 창업자에겐 점포를 내주지 않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24시간 운영으로 인건비 부담이 큰 편의점 업계도 아직 ‘무인 편의점’ 출점에 대해선 신중한 모습이다. 매장 관리나 고객 서비스 측면에서 무인 운영이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계산에서다. 해외에선 매장 내 각종 센서나 자동결제시스템을 활용해 무인 운영을 시도하는 곳이 속속 생겨나고 있지만 당분간은 실험적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인 편의점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본다. 대신 적은 인원으로 매장을 운영할 수 있게 시스템 효율을 높이려 한다. 예를 들어 복잡한 계산 단말기를 단순화해 조작법을 쉽게 한다든지, 현재 냉동·냉장 배송차가 따로 있는데, 이를 한 차에 함께 넣어서 배송하게 해 편의점 납품 횟수를 줄이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매출이나 매장 규모에 따라 인건비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가령 매장 면적이 8평 안팎인 저가커피, 저가주스, 스몰비어 업종에선 점주 혼자 운영도 가능하지만 그 이상 규모라면 점주 외에 직원이 1~2명은 더 필요하다. 매출 기준 적정 인건비는 업종에 따라 다르다. 다양한 식재료를 취급해야 하고 스피드가 생명인 패스트푸드는 상대적으로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따라서 매출 대비 인건비를 18% 정도로 관리하는 게 적당하다. 저가커피·주스는 월매출이 약 1000만원(일매출 33만원) 나오는 매장이라면 인건비는 150만원, 매출이 그 이하면 80만~100만원 정도가 적당하다. 매출 대비 적정 인건비가 약 15%인 셈이다. 생활용품점은 매출이 높은 대신 이익이 박하므로 적정 인건비 비중이 더 낮아진다. 이석원 다이소 가맹기획부장은 “월세와 인건비는 매출의 각 7% 정도가 적정하다”고 말했다.

적정 인건비 산출을 위해선 정확한 수요 예측도 필수다. 평소 고객이 몰리는 시간대나 주문 건수를 파악해서 시간대별로 꼭 필요한 인력만 배치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이소를 4개 운영하는 강신욱 점주는 “바쁜 시간대에 직원이 교차 근무하도록 배치하면 아르바이트생을 별도로 고용하지 않아도 된다. 가령 오후 2~3시와 저녁 7~8시가 피크타임이라면 오전부터 오후 3시까지 1명, 오후 2시부터 저녁 8시까지 1명, 저녁 7시부터 마감 시간까지 1명씩 고용하면 된다. 또 오전엔 주부, 저녁엔 학생, 밤에는 투잡하는 직장인을 우선 채용한다. ‘일이 필요한 시간대’에 ‘일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쓰는 게 좋다”고 노하우를 전했다.

배달업이라면 카운터 직원(보통 점주)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상훈 본도시락 선릉점주는 “주문이 몰리는 시간에 배달 시간 안배를 잘해야 한다. 직원이 한 번 배달을 나갈 때 최대한 많은 주문을 처리할 수 있도록 배달 동선을 잘 그리는 게 중요하다. 잘만 하면 배달 건수를 10분에 1건에서 2~3건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며 “그러려면 주문을 접수하는 카운터 직원이 조리 예상 시간과 배달 동선, 상권 지도 등을 먼저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 사진 : 최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