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및 결산

[기고]‘곤충 사업’ 블루오션…2020년 세계 시장 38조 원 규모

곡산 2016. 11. 22. 13:04
[기고]‘곤충 사업’ 블루오션…2020년 세계 시장 38조 원 규모
식량자원·체험 관광·의약 소재의 보고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장 김두호
2016년 11월 21일 (월) 09:35:00식품음료신문 fnbnews@thinkfood.co.kr
  
△김두호 부장

희극인 중 ‘못생겨서 죄송했던’ 코미디언이 있었다. 1980년대 당시 텔레비전에 나왔던 연예인들과 비교해 보면 단연 눈에 띄는 외모이긴 했다. ‘못생겨서 죄송하다’는 선생의 겸연쩍은 인사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오히려 약점을 드러내면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1호 연예인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사람들이 곤충을 보면 지레 도망치는 경우가 많다. 곤충의 생김새는 좀 독특하긴 하다. 알록달록 예쁜 날개 무늬로 사랑받는 나비도 있지만, 대부분 곤충의 첫 인상은 호감형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곤충을 ‘벌레 또는 버러지’로 부를 정도로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돼 왔고 싫어하는 이유도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외형만 보고 선입견에 사로 잡혀 곤충의 진면목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요즘 곤충은 ‘산업역군’이 됐다. 새로운 기능이 밝혀지며 이제는 귀한 대접을 받는 시대이다. 곤충산업이 블루오션으로 발전하게 된 것은 20여 년 전부터이다. 그중 두드러진 분야가 문화적 측면의 곤충체험관광과 미래의 먹거리, 약용 곤충시장이다.

장난감 갖는 것이 소원이 될 정도로 궁핍했던 어린시절, 곤충은 장난감을 대신하던 놀 거리였다. 풀밭에서 뛰어노는 방아깨비를 잡아 엄지와 검지로 긴 다리를 잡고 있으면 마치 방아를 찧듯 몸을 기울이는 동작을 보며 ‘방아 방아’ 하면서 놀았다. ‘개똥벌레’라고도 부르는 반딧불이를 잡으러 물가나 풀 숲으로 뛰어 다니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예나 지금이나 곤충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최근 각 지자체마다 곤충이 주는 친근함과 농촌을 연계한 곤충 축제들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무주 반딧불축제, 함평 나비축제, 예천 세계곤충엑스포축제 등이다.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부모와 함께 축제장을 찾은 어린이들을 보면 곤충의 미래가능성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온실가스 등 배출 적어 매력 있는 6차산업
반려 곤충 역할도…국내 6000억 성장 예상 

또한 곤충은 미래의 인구증가와 연계해 부족한 식량을 해결할 중요한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곤충은 단백질, 불포화지방, 섬유질과 미네랄 성분 등이 풍부하고 일반 가축보다 번식력이 뛰어나고 사료 효율이 좋다. 적은 양의 물이 필요하며 온실 가스나 분뇨 배출량이 적어 친환경 사육이 가능하다. 게다가 사육공간이 적고 노동력도 많이 들어가지 않아 쿨 애그(Cool Agriculture) 시대에 가장 매력 있는 6차 산업의 한 분야이다.

벼메뚜기와 누에번데기는 예로부터 먹어 왔던 식용곤충이었고 2014년 이후 갈색거저리 유충(고소애), 쌍별귀뚜라미(쌍별이)는 식품원료로, 흰점박이꽃무지 유충(꽃벵이), 장수풍뎅이 유충(장수애)은 한시적 식품원료로 등록돼 새로운 식품소재로 이용되고 있다. 이들 곤충을 이용한 카페나 레스토랑 그리고 고소애 식당 등이 점점 일반화되고 있고 쿠키, 에너지바, 국수, 순대 등 다양한 식품 원료로 활용해 제조 판매 중이다. 식용곤충의 소비촉진을 위해 한식·양식과 어울리는 다양한 메뉴개발과 암환자식, 연하곤란식 등 특수 환자식 개발 연구와 곤충요리경연대회도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곤충을 약으로 사용한 사례는 4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최고 의학서인 동의보감의 기록(탕액편 충부)에 따르면 95종의 약재가 실려 있다. 뇌혈관질환이나 협심증 같은 심장질환의 원인이 되는 혈전을 없애는데 굼벵이를 이용했으며, 입이 돌아가는 구완와사와 어린 아이들의 갑작스런 경기 증세, 어혈 치료 등에 지네를 썼다고 한다.

최근에는 꿀벌에서 채취한 정제봉독, 애기뿔소똥구리 유래 코프리신, 왕지네 유래 스콜로펜드라신1 등 항균·항산화성 펩타이드 물질을 개발해 주름개선용이나 여드름·아토피 증상 완화용 화장품을 제품화해 시판 중이다. 특히 아토피 증상 완화용 화장품은 소비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곤충으로부터 염증성 장질환, 항혈전, 항비만, 피부질환 등 치료용 식·의약 소재 개발뿐만 아니라 생체적합성이 우수한 실크 단백질을 누에고치로부터 추출해 인공고막, 치과용차폐막, 수술용 뼈 고정판, 고정나사 등 다양한 의료소재를 개발해 상용화를 위한 융복합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왕귀뚜라미가 노인들의 우울증과 인지기능을 개선시켜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와 같이 애완견처럼 반려곤충으로서의 역할도 기대된다. 또 반려동물과 양식어류 사료시장에도 곤충이 역할을 한다.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곤충을 이용해 반려동물의 기능성 프리미엄 사료원료와 양식어류의 어분대체용 사료로 활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곤충의 산업적 가치영역은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인다.

식·약용곤충을 포함한 산업곤충시장은 세계적으로 꾸준히 성장해 2020년에는 약 38조 원으로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곤충산업 시장도 6000억 원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곤충은 우리의 문화와 관광을 책임질 소재이며, 국가간 식량 확보를 위한 대체 식량으로서 가장 유효하며 국민의 건강을 책임질 의약 소재로서 이용될 소중한 생물자원 중 하나이다. 이제 곤충은 더 이상 혐오의 대상도 아니며 쓸모없는 버러지가 아니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N. 로렌츠가 처음 발표한 ‘나비효과’처럼 곤충산업의 시작은 미약하였지만 지금의 성장 추세로 증가한다면 곤충이 농업소득 증대 차원을 넘어 미래성장산업의 동력원으로 역할을 해 인류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소중한 생물자원이 돼 매력적인 곤충으로 더욱 주목받게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