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제까지 불안해 할 것인가?
● 연구는 필요 없고 단지 관련 지식이라도 연결해 보자
사실 GMO의 안전성 논란은 기존의 접근법으로는 어느 누구도 속시원한 답을 줄 것 같지 않다. 최근의 천일염 논란에서 보듯이 그 오래되고 간단한 성분인 소금 문제도 간단히 해결하지 못하는데, 미지의 요인이 가득한 GMO 문제가 속히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또한 시간이 갈수록 불안감만 커지고 안심이 증가할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인다.
필자는 주로 가공식품과 첨가물에 대한 불량지식을 다뤘다. GMO는 농산물에 관한 것이라 전혀 논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GMO 세미나에 초정받아 나름 생각을 정리하고 참석한 GMO 전문가들과 의견을 피력하며 여러 질문을 던져본 결과, 그들이 GMO 전문가는 확실하지만 일반 대중이 궁금해하는 문제에 대해서 답해줄 전문가는 전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들과 대중 사이에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간격이 있다는 것만 확인한 셈이다. GMO에 민감한 유럽인을 대상으로 ‘유전자 조작 토마토에는 유전자가 있고, 일반 토마토에는 유전자가 없다는 말이 사실일까요’라는 질문에 41%가 거짓, 36%는 사실, 알 수 없음은 23%라고 응댭했다. 유전자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무슨 설명이 가능하겠는가?
작년에 GM반대 운동을 열심히 하다가 지지로 입장을 완전히 바꾼 영국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가 방한한 적이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 기후변화에 대한 환경운동을 펼치면서부터라고 대답했다. 환경운동을 하기 위해서 먼저 과학을 제대로 알아야 했다. 과학이 아니고서는 안데스 산맥에서 빙하가 사라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과학 논문을 읽고, 기본적 통계를 이해하고, 해양학에서 지질시대 기후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른 분야의 과학을 공부하고 연결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소중히 간직해온 GM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전체적 구조와 맥락을 이해한 후 생각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좋은 식품을 말하고, 친환경을 말하고, GMO를 말하는 사람 중에서 그것 전체를 아우르는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별로 없을 것 같다. 설혹 누가 알려준다 해도 어렵고 힘들다고 들으려 할 것 같지도 않다. 소비자 운동가들이 식품회사의 생산현장 방문을 꺼린다는 말을 들었다. 실제 현장을 보면 투쟁의식이 시들기 쉬워서 자신의 노선을 지키기 위해 실제 현장을 외면한다는 이야기다.
필자는 GMO 전문가가 아니고 그것을 공부하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다. 단지 그동안 식품의 온갖 이슈를 분석해 보면서 대부분의 답은 식품 자체에 있지 않고 주변의 자연 과학에 있음을 알았고, GMO에도 그 방법이 유효함을 말해주고자 할 뿐이다.
전체적 맥락, 생명 현상과 진화 현상의 큰 틀에서 GMO를 바라보면 오히려 개별적인 실험 결과나 논쟁을 따져 보는 것보다 안전과 위험의 경계가 훨씬 선명하게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보는 것이 오히려 쉽다. 내 아들이나 딸이 GMO에 대해서 묻는다면 이렇게 설명할 것이라는 내용만 정리할 생각이다.
※최낙언 이사는....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다. 1988년 12월 제과회사 연구소에 입사해 기초연구와 아이스크림 개발 업무를 맡았으며, 2000년부터 향료회사 연구소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연구를 진행했다. 2013년부터는 현재 (주)시아스에서 근무 중이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맛이란 무엇인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진짜 식품첨가물 이야기’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감칠맛과 MSG 이야기’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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