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MBA] 얼마면 되니? 4차원으로 계산하라
가격은 전략이다
경기 불황이나 위기에 직면하면 기업은 대개 비상 경영이다, 긴축이다 해서 비용 절감에 박차를 가한다. 하지만 비용 절감보다 훨씬 더 큰 수익성 개선 효과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기업이 선뜻 시도하지 못하는 게 '전략적 가격결정(Strategic Pricing)'이다. 가격 전략을 주저하는 이유는 가격은 시장에서 주어지는 것이란 생각과 경쟁사의 저가(低價) 공세로 인해 시장을 뺏길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 내부적으로 직원 등을 쥐어짜서 실행하기보다는 고객 등 외부 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부담 등을 꼽을 수 있다.
성공적인 가격 전략은 고객 및 경쟁사로부터의 가격 압박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장기간에 걸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여러 차원의 노력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차원들을 근본적인 것부터 차곡차곡 구성하면 '가격결정 피라미드'가 된다.
◇차원 1: 창출된 고객 가치 이해
가격결정의 출발점은 자사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서로 다른 고객군에 어떤 가치를 어떻게 주고 있는가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같은 상품이라 하더라도 고객에 따라 느끼는 효용가치는 다르기 마련이다.
고객이 인지하는 효용가치는 곧 가격지불 의향과 연결된다. 어떤 고객이 제품의 가치를 구성하는 각 요소로부터 얼마의 가치를 느끼는지를 알 수 있다면 그 고객에게 얼마의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를 가늠할 수 있다.
-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예를 들어 인텔은 펜티엄 프로세서를 개발했을 때 기본 성능은 원하지만 인텔의 브랜드 이미지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을 필요로 하지 않는 고객을 위해서 거의 동일한 칩을 셀러론이란 이름으로 낮은 가격에 제공했다.
인텔은 이를 통해 두 가지 시장과 수익성을 모두 잡을 수 있었다. 이런 성공은 고객 가치의 구성요소를 기능과 안정감으로 나누어 생각함으로써 가능한 일이었다.
◇차원 2: 가격 구조
가격 구조는 고객의 지불의향과 가격을 최대한 연동시킬 수 있는 과금(課金)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기업이 범하는 가장 흔한 실수는 상품이나 서비스 단위로 가격을 매기는 것이다. 이 경우엔 가장 낮은 지불의향을 가진 소비자가 상품의 가격을 결정하게 된다. 즉, 기업이 100개의 상품을 팔려고 한다면 100번째로 효용이 낮은 고객의 지불 가격이 시장 가격이 되고 그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고객조차 싼 가격에 상품을 사게 되는 것이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고객군별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인데, 고객의 저항을 없애면서 다른 금액을 부과하는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 과금 체계를 바꾸는 것이다. 동일한 항공기 좌석을 예약 시점에 따라 다른 가격에 판매한다든지, 기업에 파는 소프트웨어의 가격을 고객 회사의 종업원 수에 연동시키는 것 등이 고객 단위 과금 체계의 좋은 예이다.
◇차원 3: 가격 및 가치 커뮤니케이션
상품 가치 대비 가격을 어떻게 설득시키는가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애플의 아이팟은 매우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사례이다. 아이팟의 출시가격 299달러는 당시 가장 비싼 경쟁 제품인 mp3 대비 무려 2~3배에 해당하는 가격이었다.
그러나 애플은 경쟁 제품을 가격 비교 대상으로 삼는 대신, 음악 CD를 10달러에 사는 것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만을 골라서 아이튠스에서 음원당 1달러에 다운로드받을 수 있고 수백 곡씩 모아 자신만의 앨범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출시 3년 만에 1000만대 이상을 판매할 수 있었다.
◇차원 4: 가격정책
가격정책은 제품 가격에 대한 고객의 기대와 행태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세계적인 면도기 회사인 질레트는 2000년대 초 분기별 영업 목표를 맞추기 위해 분기 말(末)에 한시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분기 말 가격 인하가 두어 번 반복되자 고객들은 분기 초에는 주문을 하지 않고 분기 말을 기다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질레트는 상품 수요의 집중과 수익성 악화라는 고질적인 어려움에 시달리는 큰 수업료를 치러야 했고, 결국 이런 가격정책을 수정했다.
'마케팅,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즈니스 포커스] ‘와신상담’ 하이트진로, 재역전할까 (0) | 2013.12.02 |
---|---|
[비즈니스 포커스] 식품 업계 숨은 강자 오뚜기의 ‘이기는 습관’ (0) | 2013.12.02 |
[실전 MBA] 힘들게 만들었는데… '비전'이 안 보인다니 (0) | 2013.10.28 |
[실전 MBA] 잘 파는게 잘 버는걸까 (0) | 2013.10.28 |
[실전 MBA] 우리회사 A급 인재, 그는 왜 짐을 싸는가 (0) | 2013.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