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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y 제 921호 (2013년 07월 22일)
[비즈니스 포커스] ‘와신상담’ 하이트진로, 재역전할까
승부수는 ‘ d 브랜드’ …점유율 ‘ 꿈틀꿈틀’
‘영원한 라이벌’로 불리는 하이트진로와 OB맥주의 경쟁은 업계를 넘어서도 잘 알려져 있다. 2011년 10월 이후 1위 자리를 빼앗기고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던 하이트진로는 과연 다시 1위를 탈환할 수 있을까. 처음 하이트진로가 OB맥주를 제치고 왕좌에 오르기까지 40년이 걸렸다. OB맥주가 다시 1등을 되찾기까지는 15년이 걸렸다. 맥주 강자 자리를 빼앗긴 하이트진로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와신상담 노력이 시장에서 통할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올 들어 몇 가지 긍정적인 시그널은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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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d(드라이피니쉬) 판매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것이다. d는 하이트진로가 2010년 3분기 출시한 브랜드다. 사실 d는 재밌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출시 이후 초반에 빛을 보지 못하고 오히려 ‘불효자’의 오명을 썼다. 아이러니하게도 d가 출시되기 시작한 이후 하이트진로의 맥주 점유율이 꾸준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서영화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 분석에 따르면 기존 하이트·맥스와 차별화되지 못했고 오히려 브랜드를 분산,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역효과를 발생시켰다. 반면 같은 기간 경쟁사 OB맥주는 카스 단일 브랜드 전략을 통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했고 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확대해 가며 15년 만에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었다.
소주·맥주 영업 조직 통합 시너지 기대
올 들어 다시 d는 ‘미는 제품’이 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고민은 대표 브랜드 하이트의 브랜드 노후화였다. 맥스는 생맥주 시장에 집중돼 있어 핵심 브랜드로 키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하이트진로는 d를 통한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처음부터 젊은층 타깃에 맞춘 브랜드로 출시됐을 뿐만 아니라 실제 홍대 클럽에서 잘 팔리고 있다는 자신감을 근거로 회사가 d를 택한 것이다. 또한 하이트진로 시장점유율 하락은 d의 문제라기보다 진로소주와의 인수·합병(M&A), 이미 시작된 하이트의 노후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었다는 점에서 d는 아직 제대로 꽃피워 보지도 못한 신규 브랜드에 가깝다. 회사는 싸이를 광고 모델로 선정하고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1리터짜리 피처와 640ml, 5리터 점보캔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모든 이벤트와 홍보의 중심에 대표 브랜드 ‘하이트’가 아닌 ‘d’를 앞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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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적인 것은 마케팅 강화 이후 실제 d의 판매량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월부터 주류산업협회와 회원사들이 점유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d는 분기별로 두 자릿수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LIG투자증권 분석 결과 2010년 월평균 22만 CS(1CS= 500ml×20병) 수준이었던 판매량은 2013년 4~5월 월평균 46만 CS까지 증가했고 6월에는 100만 CS까지 확대됐다.
물론 아직 전체 맥주 시장점유율로는 큰 변화가 없다. 올해 2분기 약 41.2%(동부증권)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다만 지난해 지속됐던 하락세가 멈췄다는 점에서 d를 통한 점유율 확대를 하반기 이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떨어지다가 올해 하락세가 멈춘 상황이다. 그중에서 가장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는 라인인 d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혜승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젊은 층을 겨냥한 드라이피니쉬로 기존 하이트 노후화 이미지를 메이크업하고 있다”며 “향후 2, 3분기까지는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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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개편’을 통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2월 28일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며 ‘1위 탈환’의 특명을 안겼다. 이후 희망퇴직 신청으로 구조조정에 나섰으며 올 들어 영업 조직 체계를 바꾸는 데 공들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05년 하이트맥주가 진로소주를 인수하면서 소주와 맥주 시장을 다 갖게 됐지만 오히려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표적인 이유로 영업 및 마케팅 집중도 약화가 지적됐다.
2010년까지 유통망 공유와 영업 직원 통폐합 등 영업 전략에 제한을 받아 같은 거래처에서 소주 따로, 맥주 따로 영업해야 했지만 올해부터 전략적으로 두 영업 조직을 하나로 합치고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 맥주와 소주의 양대 축을 가지고 합동 영업에 나서는 것은 음식료 업계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1차 거래처(도매상)보다 2차 거래처(식당·업소 등) 판촉 강화에 나서고 있는데, 이는 과거 OB맥주가 1위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썼던 전략이기도 하다. 견조한 소주 시장(시장점유율 48.7%) 흐름에 맥주 부문이 탑승할 수 있을지가 하반기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일본 프리미엄 맥주’ 각축전은 눈여겨볼만한 포인트다. 일본 프리미엄 맥주가 수입 맥주의 인기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 업계에 따르면 일본 맥주는 2010년 국내 수입 맥주 수입액 순위에서 처음으로 수위를 차지한 후 지난 5월 말 현재까지 꾸준히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수입 맥주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2010년부터 일본 기린이치방 맥주를 수입, 판매하고 있다. 판매량이 2010년 1만4521CS에서 2011년 4만3554CS로 늘어났고 2012년 20만9424CS로 증가해 연평균 119.3% 성장했다. 올 들어서도 6월 누적 기준 판매량은 금액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3% 성장했다. 기린맥주는 d와 함께 현재 하이트진로 맥주에서 분기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는 효자 종목이다.
‘젊은 이미지’ 쇄신이 관건
최근 7월 초 신사동 팝업스토어에서는 한 시간씩 줄을 서서 맥주를 사먹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하이트진로가 기린맥주 중 살얼음 거품이 녹아들어간 일명 ‘아이스크림 맥주’를 국내에 처음 선보여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기존에 기린맥주를 병과 캔 형태로만 판매했지만 이번 팝업스토어의 뜨거운 반응으로 생맥주 사업이 신사업으로 추가될 예정이다. 하이트진로는 서울에 이어 부산 해운대에서도 팝업스토어를 진행하는 한편 가맹 사업도 검토하는 등 사업 전개에 활기를 띠고 있다. 이와 함께 3분기 수입 맥주를 5종 이상 출시할 예정이다. LIG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확정된 제품은 칼스버그그룹의 크로넨버그와 독일 맥주 3종인 쇼퍼호퍼·쇼퍼호퍼자몽·퀘닉필스너 등 호가든과 유사한 밀맥주다.
미미하지만 해외시장 모멘텀도 있다. 하이트진로의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3% 수준이다. 하지만 성장 폭은 국내보다 낫다. 중국 법인은 2008년 이후 연평균 17.2%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미국 법인 또한 5.6% 성장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새로운 블루오션이 해외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사실상 10년간 국내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며 “2008년 이후 해외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데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실적은 2008년 2679만 달러에서 2012년 7323만 달러로 늘었다.
주로 공략하고 있는 시장은 일본이다. 일본 현지 대형 유통사와의 제휴를 통한 전략을 주로 구사하고 있으며 해외 법인 중 가장 큰 법인을 세우고 프라임드래프트라는 자체 브랜드도 만들었다.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는 드라이피니쉬 d도 일본 아사히맥주 드라이 타입 발효 방식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주요 과제는 역시 젊은 이미지로의 쇄신이 꼽힌다. 이와 함께 증권가에서 주목하는 흐름은 단연 시장점유율이다. 맥주 점유율은 지난해 말 저점을 찍고 올해 1분기에는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서영화 애널리스트는 “실적이 뒤로 갈수록 좋아질 전망이고 지속되는 경영 효율화 작업과 맥주 시장점유율 회복에 따른 판매량 확대가 하반기 하이트진로의 실적 개선의 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d와 기린맥주는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각각 10% 미만에 불과하다는 점은 긴 호흡을 필요로 한다. 전문가들은 “과거 OB맥주가 자사 브랜드 ‘OB’ 대신 흡수합병한 ‘카스’를 내세워 시장 1위를 탈환할 수 있었다”며 “하이트가 새로운 인기 제품을 내놓기 위해서는 타성을 버리고 지속적인 혁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