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인터뷰

[인터뷰]‘R&B’ 개발주역 허철성 한국야쿠르트 연구소장

곡산 2011. 4. 26. 07:59

[인터뷰]‘R&B’ 개발주역 허철성 한국야쿠르트 연구소장
“대장암 발병 증가에 대비해 혼을 쏟아 만들었다”
5년간 50억 투자해 50여명 전문가가 개발한 역작
대장 질환에 효과적인 ‘RBB 유산균’ 특허 획득

발효유의 끝은 어디인가. 우유를 유산균으로 발효시켜 만드는 발효유(요구르트)는 장을 튼튼하게 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기본적인 특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장수국가 불가리아의 비밀이 곧 요구르트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발효유는 건강식품의 대명사로 일컬어져왔다.

우리나라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인체 내 장기 하나하나에 타깃을 맞춰 이러한 유산균의 효과를 극대화한 기능성 발효유 제품이 속속 출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심할 경우 위암까지 일으키는 헬리코박터균을 잡는 위 건강 발효유 ‘윌’을 선보여 국내 기능성 발효유 시장의 포문을 연 한국야쿠르트는 이후 간에 좋은 ‘쿠퍼스’에 이어 대장을 겨냥한 ‘R&B(알엔비)'로 변비나 대장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건강 개선에 힘쓰는 등 그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들 제품은 발효유의 일반적인 건강성에 플러스 알파의 기능을 갖도록 함으로써 특정한 장기에 문제를 갖고 있는 소비자들의 애로를 해결해준다는 점에서 여느 발효유 제품과는 비교가 안된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 현대인의 10∼15% 정도가 민감한 대장 증상을 보이고 있는 현실에서 ‘대장 건강’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한국야쿠르트가 이번에 선보인 ‘R&B’는 시장 트렌드에 잘 부합하는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R&B' 제품은 유산균전문가 50여명이 5년 동안 50억 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대장연구에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역작이란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한국야쿠르트가 명실상부한 발효유 개발의 메카임을 다시 한 번 대내외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변비에 리듬-과민성엔 밸런스 주어 속을 편하게
신개념 제품 맛도 좋아…연매출 1500억 원 목표


'42년간 유산균을 연구해온 한국야쿠르트가 탄생시킨 기술집약형 제품'이란 찬사를 들으며 시중에 나오자마자 선풍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R&B' 개발의 주역,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장 허철성 박사와 이정희 연구팀장을 경기도 용인에 있는 연구소장 집무실에서 만나 제품개발 배경과 포부를 들어봤다.

“육류 중심의 서구식 식사와 비만인구가 늘어나면서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대장암 발생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더욱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당초엔 대장암과 용종 예방에 초점을 맞춘 발효유제품 개발을 설계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장 형편에서는 대장암이란 질병이름을 제품 표기에 사용할 수 없는 관계로 ‘과민성 대장증상’으로 연구 방향을 틀어 탄생한 것이 바로 ‘R&B’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대장암 발병률이 급증하는 현실을 직시해 대장염과 용종, 나아가 대장암까지도 억제할 수 있는 발효유제품으로 회사의 모토인 '건강사회 건설'을 구현하자는 뜻에서 혼을 다해 개발한 작품이 ‘R&B'"라고 허 박사는 강조했다.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국내외 학회지에 8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그 중 국제 면역약학회지(International Immunopharmacology)에 투고한 논문은 최다 인용 논문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얻기도 했습니다.” 연구자로서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할 정도로 영광스런 일인데도, 비연구자들은 물론 심지어 회사에서조차 이것이 얼마나 값어치 있는 일인 줄을 모른다는데 살짝 실망감을 내비치기도 한 허 박사는 “하지만 산고와 같은 고통을 이기고 탄생시킨 작품이 우리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나아가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으로 위안을 삼는다”고 말했다.


-'R&B'란 브랜드명이 갖는 의미는.

▶ 'R&B'는 ‘리듬(Rhythm) and 밸런스(Balance)'의 약자로, 둔감한 대장에는 리듬을 줘 부드럽게, 민감한 대장에는 밸런스를 찾아 잡아준다는 의미가 함축됐다. 특히 ’R&B 밸런스‘는 일상생활에서 설사와 복통, 복부팽만, 가스가 차거나 더부룩한 느낌을 호소하는 민감한 대장을 겨냥한 발효유제품으로, 기존 발효유 제품들의 패러다임을 뛰어 넘는 신개념의 제품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이 제품만을 위해 특화된 유산균‘이라는 의미의 특허 받은 ‘RBB’ 유산균을 사용했다.

- 위-윌, 간-쿠퍼스에 이어 대장과 연결되는 알앤비의 개발 배경은.

▶ 서구화된 식습관과 스트레스, 체내 유해물질(활성산소), 술, 약물 등은 대장의 건강을 해치는 요인들로, 대장암은 최근 우리나라 암 발생률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장암 환자가 매년 15.8%씩 증가해 현재는 2001년보다 무려 2.7배나 급증했다. 아직까지는 위암이 가장 많지만, 앞으로는 대장암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될 만큼 대장질환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삶 속에서 앞서 말한 대장건강을 해치는 요인들을 완벽히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장에 좋은 발효유를 개발해 이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 실제 제품이 체내에서 갖는 기능성의 핵심소재는 무엇이고, 그 소재들은 어디에서 선발했나.

▶ 우리는 대장질환에 효과적인 소재를 얻기 위해 유산균 1000여종과 천연물 1500여종을 후보 물질로 선발했다. 이들 후보 물질의 효능을 검증하기 위해 5년여 동안 수차례에 걸쳐 경희대 약대, 서울대 약대 및 의대, 중앙대 산업대의 권위 있는 교수들과 동물실험과 임상실험을 실시한 결과 최종적으로 대장질환에 효과적인 3종의 유산균과 건복분자와 삼백초, 현초 등 3종의 천연물을 선정했다. 이들 물질을 이용해 개발한 ‘RBB 유산균’은 특허 획득을 통해 그 독자성을 인정받았다.

- R&B의 가장 큰 장점과 장에 미치는 건강효과는?

▶ R&B는 두 가지 종류로 구성돼 있다. 먼저 ‘리듬’은 변비에 효과적인 식이섬유와 유산균이 많이 들어 있는 제품입니다. 동물실험에서 소화관내 이동속도와 분변의 양을 증가시켜 변비로 고생하는 둔감한 장을 가진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밸런스’는 서울대 소화기내과 김주성 교수팀이 8주 동안 과민성 대장 증상을 호소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서 배변시 느끼는 불편감 등의 개선 비율이 57%나 달했다. 과민성 대장 증상은 장이 지나치게 민감해 아랫배가 아프고 설사를 자주 하는 경우를 말한다. 물론 변비와 설사가 교대로 반복되기도 하는데, ‘밸런스’는 민감한 장에 균형을 잡아 주어 장을 편하게 해준다.

특히 알엔비 밸런스는 동물실험에서 대장염이나 용종 발생도 억제해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결과 앞으로 식약청에 유산균 소재 RBB에 대한 건강기능식품의 개별인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동물실험 결과 대장염·용종 발생 억제 효과 확인
식약청에 건강기능식품 소재 개별인정 신청 계획


- 약품도 아닌 식품 개발에 지나칠 정도로 많은 비용과 시간, 정열을 들였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을 것 같다.

▶ 사실 지금까지 R&B처럼 혼을 들여 개발한 제품은 없다. 마케팅부서에서는 미쳤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야쿠르트가 존재하는 이유는 기업을 키워준 국민에게 과학성과 정직으로 보답하기 위함이다. 즉, 과학으로 입증된 소재를 완벽한 식품의 형태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다. 또한 우리는 '소비자에게 행복을 파는 연구'로 식품의 안전성을 제공하고자 한다.

-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과 기억에 남는 점은?

▶ 장에 좋은 유산균을 찾기 위해 유아의 기저귀에 묻어있는 분변과 전국의 장수촌에 거주하는 장수노인의 분변을 수거해 분리했다. 이러한 실험은 역겨운 냄새를 맡아야 하기 때문에 여간 고역스런 작업이 아닐 수 없으며, 그만큼 기억에 많이 남는다.

또한 동물실험 과정에서도 대장염 모델이 잘 만들어지지 않아 몇 번이나 실패하기를 거듭한 끝에 성공했다. 이처럼 유산균 1000여종과 천연물 1500여종을 테스트해 대장질환에 효과적인 소재를 찾는 과정도 힘들었지만, 선발한 천연 추출물과 유산균을 첨가해 발효유를 개발하는 과정도 적잖이 어려웠다.

'R&B'에 기능성 원료를 효능을 나타낼 만큼 많이 사용하다 보니 약맛과 비슷한 맛이 많이 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러한 불쾌한 맛을 제거하고 20~30대 여성들도 좋아할 만한 맛으로 바꿔 가는 과정은 참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여정이었다.

- ‘R&B’ 올 매출 목표는?

▶ 알엔비 ‘리듬’과 ‘밸런스’를 모두 합해 하루 50만개의 판매목표를 설정했다. 연간 15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윌의 연 매출이 약 2200억원 정도이고, 쿠퍼스가 1300억 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철성 소장 프로필]
- (주)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 소장
- 세부전공 : 낙농미생물학, 낙농기술, 발효공학
- 1981년 서울대학교 동물자원학과 학사 졸업
- 1983년 서울대학교 동물자원학과 낙농미생물 전공 석사 졸업
- 1994년 서울대학교 동물자원학과 낙농미생물 전공 박사 졸업
김현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