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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재계 뉴리더>M&Aㆍ제2롯데월드…글로벌 ‘톱브랜드’

곡산 2009. 2. 17. 16:49

<2009 재계 뉴리더>

M&Aㆍ제2롯데월드…글로벌 ‘톱브랜드’

<8> 롯데그룹
김상후ㆍ소진세 사장‘매출 미다스의 손’두각

재무통 박상훈 부사장 카드업무 총괄 조직안정 기대

박창규 사장 전격 영입 토목사업 실적 강화 주목

롯데그룹에게 위기는 곧 기회와 동의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성장을 일궈낸 롯데그룹은 지난해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잇따라 투자를 줄이는 가운데 롯데는 두산주류BG를 인수하고 제2롯데월드건립을 추진하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적극적인 투자는 신동빈 롯데 부회장의 지휘 아래 이뤄지고 있다. 석유화학, 금융, 유통 등에서의 활발한 인수ㆍ합병과 함께 글로벌 확장은 신 부회장이 꺼내놓은 또 다른 화두. 지난 10일 발표한 롯데그룹 인사엔 이같은 신 부회장의 경영 방향이 잘 드러난다. 견고한 실적을 바탕으로 경제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반영했다. 신 성장동력이 될 신규사업과 해외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신(新)구(舊) ‘롯데맨’들이 요직에서 롯데를 움직여 가고 있다.

▶30년 이상 한 길 오로지 롯데, ‘롯데맨’들이 간다=70년대 롯데에 입사해 오직 롯데만을 위해 30년 넘게 일해온 ‘롯데맨’들이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로 자리 잡으며 롯데의 얼굴이 됐다. 롯데의 역사를 알고 기업문화 익혀 신격호 회장, 신동빈 부회장과 호흡을 맞춰 롯데의 견실한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인원(63) 롯데 정책본부 부본부장은 10년이 넘는 대표이사 경력으로 재계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장수 CEO다. 이 사장이 입사한 것은 73년 롯데호텔이다. 87년 롯데쇼핑 이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백화점 업계와 인연을 맺었고 이후 상품매입본부 전무와 영업본부장을 거치며 관리, 영업, 매입 등 백화점 경영의 3대 요직을 두루 맡았다. 50세였던 지난 1997년 그룹의 주력인 롯데쇼핑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 사장은 롯데쇼핑 사장으로 재직하며 소공동 1번지 일대 연면적 11만평에 이르는 롯데타운 건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2007년부터는 정책본부 부본부장을 맡아 그룹의 전반적인 살림살이와 핵심사업을 관장하고 있다.

이창배(62) 롯데건설 사장은 건설의 해외 사업을 공격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호텔롯데에서 시작해 99년엔 롯데쇼핑 건설사업본부 전무이사를 역임했다. 롯데건설에서 관리본부장을 지내고 2004년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 사장은 취임 이후 건설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도 해외, 플랜트, 기획개발 분야에서 성장을 끌어냈다. 지난해 해외 사업 분야에서 요르단에서 4억 달러 규모의 발전소와 LPG저장 탱크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기존 진출 시장인 러시아, 일본, 베트남, 인도 등에서 도급공사와 주택개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중동국가로도 확대 진출해나갈 계획이다.

올해 롯데그룹 인사에서 지난해 실적을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한 김상후(59) 롯데제과 대표이사와 소진세(59) 롯데슈퍼사업본부총괄 사장 역시 각각 34년, 32년을 롯데에만 몸 담아온 인물. 김상후 롯데제과 사장은 75년 롯데제과에 입사해 국내 과자시장을 지켜온 산 증인이다. 롯데제과의 효자브랜드 상품인 자일리톨휘바(껌), 설레임(빙과), 드림카카오(초콜릿) 등이 김상후 사장의 손을 통해 탄생했다. 지난해엔 세계적인 명품 초콜릿 브랜드인 길리안을 인수하며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려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소진세 롯데슈퍼사업본부총괄 사장은 77년 롯데쇼핑으로 입사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장, 마케팅부문장, 상품본부장을 거쳤고 지난 2006년 롯데슈퍼 총괄 부사장에 임명됐다. 1999년 롯데백화점 본점장으로 근무할 때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단일점포 1조원 매출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마케팅부문장 시절엔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은 높여 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기도 했다. 롯데슈퍼로 적을 옮겨서도 부임 첫 해에 만성적자던 롯데슈퍼를 흑자로 전환하고 지난해에는 업계 최초로 100호점 돌파를 달성하며 롯데슈퍼를 업계 선두에 올려놓았다.

소 사장 뿐 아니라 롯데그룹의 주력인 유통부문 장들은 모두 한우물을 파온 경력의 ‘롯데맨’들이다. 이철우(66) 롯데백화점 사장 역시 롯데백화점 기획상무, 영업본부장, 롯데리아 대표이사, 롯데마트 대표이사를 거쳐 2007년부터 롯데쇼핑 백화점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업체와의 상생 전략을 중시하고 수시로 점포를 방문해 고객과 직원을 직접 만나는 현장경영을 강조한다. 업계 최초로 러시아에 백화점을 오픈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중국 베이징에 점포를 여는 등 글로벌화로 백화점 부문의 성장 가능성을 높여 나가고 있다.

2007년 네덜란드계 중국 대형마트 체인‘마크로(Makro)’를 인수하며 국내 유통업체로서는 처음으로 해외시장에서의 M&A를 성공시킨 노병용(58) 롯데마트 부사장 역시 현장 경영을 기반으로 한다. 79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한 이후, 기획이사, 잠실점장, 판매본부장을 거쳐 2004년에 롯데마트 매입과 판매를 총괄하는 영업본부장을 맡았고 2007년 롯데쇼핑 마트부문 대표에 취임했다. 단기처방보다는 중장기 성장전략을 갖고 오산 물류센터를 오픈하며 국내엔 100개 점포 시대 기반을 구축했고 적극적인 해외 사업도 개척하며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3개국에서 28개 해외 점포를 운영 중이다.

신헌(55) 롯데홈쇼핑 부사장과 정황 롯데칠성음료 정황(60) 부사장 역시 정통 ‘롯데맨’이다. 롯데백화점 광주점장, 마케팅본부장, 상품본부장 등을 거친 신헌 부사장은 마케팅 분야의 경험을 살려 롯데홈쇼핑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인터넷 쇼핑몰과 상품 카탈로그로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07년 6월에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를 맡은 정황 부사장은 25년 동안 롯데칠성음료에서 상품 개발과 마케팅 업무, 영업까지 두루 거쳤다. 대표이사를 맡은 후엔 차 음료 1위 확보를 위해 ‘내 몸에 흐를 류’와 녹차 신제품 ‘봄 녹차 비 오기 전에’를 출시했고 해양심층수로도 눈길을 끌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차와 커피, 그리고 생수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정기석(60) 롯데월드 부사장은 30년 넘게 인사업무를 맡아온 인사통. 그룹 인사 담당 임원과 롯데백화점의 경영지원부문장으로 근무하며 꼼꼼한 일처리로 정평이 나있다. 2007년 롯데월드 대표이사로 부임해 6백5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6개월간의 리노베이션을 차질 없이 추진했다. 정기석 부사장이 인사통이었다면 박상훈(55) 롯데카드 부사장은 그룹 기획조정실에서 잔뼈가 굵은 기획, 재무 분야 전문가다. 2002년 롯데카드의 설립과 함께 경영지원본부장을 맡아 기획, 경영관리, 재무, 인사, 홍보 등의 지원 부문 업무를 총괄했다. 롯데백화점카드와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조직 안정화를 이루며 올해 인사에서 롯데카드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능력있는 인재 유입에도 적극=롯데에 입사해 신입사원 시절부터 일을 배우고 익혀온 ‘롯데맨’들뿐 아니라 인수ㆍ합병으로 롯데로 유입, 외부로부터 영입된 인재들도 ‘롯데맨’으로 거듭나고 있다.

정범식(61) 호남석유화학 사장은 1976년 호남석유화학 창립멤버로, 국내 석유화학 현장에서 젊음을 보낸 우리나라 석유화학업계의 ‘산 증인’이다. 화학공장설계기술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이기도 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전문가로 꼽힌다. 올해 초 호남석유화학과 롯데대산유화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뤄냈고 중장기 성장을 위해 중동지역 진출을 결정하고 준비하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의 재료인 석유가 생산되는 곳에 공장을 지어 안정적인 원료 공급과 함께 원재료비의 절감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허수영(58) 케이피케미칼 부사장 역시 1976년에 설립된 호남석유화학의 창립멤버다. 33년 동안 석유화학 산업 한 길만을 걸어오며 생산 현장에서 시작해 신규사업팀장, 연구소장 등을 두루 거쳤다. 호남석유화학 시절부터 신규 프로젝트를 주관했고, 롯데대산유화와 케이피케미칼 인수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롯데그룹 유화부문의 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좌상봉(56) 호텔롯데 부사장은 출신이 남다르다. 삼성그룹 비서실에 적을 두고 있다 2000년 롯데그룹에 이사로 영입됐기 때문. 롯데정책본부에서 신규사업을 추진하고 계열사의 경영관리를 총괄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정책본부에서 운영실장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정기인사에서 호텔롯데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좌 부사장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을 오픈했고 올해 롯데호텔의 첫 해외 체인호텔인 롯데호텔 모스크바의 오픈을 앞두고 있다.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올 상반기 마포를 기점으로 비즈니스호텔 사업도 전개 중이다.

이밖에 보험업에서 20년 간’ 근무해온 김창재(54) 롯데손해보험 부사장은 대한화재를 인수한 롯데가 롯데손해보험을 출범시키면서 지난해 롯데의 구성원이 됐다. 이번 인사에선 대우건설 공채 1기 출신인 박창규(60) 전 대우건설 사장이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입했다. 박 사장은 해외 사업 분야에서는 지난해 요르단에서 4억 달러 규모의 발전소와 LPG저장 탱크 건설 사업을 수주한 이창배(62) 대표이사와 공동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하고 해외와 토목 사업 부문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윤정현 기자/hit@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