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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재계 파워엘리트]동원그룹

곡산 2008. 11. 26. 19:24
[2008 재계 파워엘리트]동원그룹


글로벌 水産기업 개척 ‘장보고의 후예들’

선장 출신 김재철회장 키 잡고, 전문CEO들 노 저어… 참치사업 중심 11개 계열사 키워

《동원(東遠)이라는 회사 이름은 김재철 회장의 개인적인 경험과 관련이 깊다. 김 회장은 1958년 실습 항해사로 처음 참치잡이 원양어선을 탔다. ‘동쪽으로’ 23일을 항해한 뒤에야 남태평양의 사모아 섬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1969년 동원그룹의 모태(母胎)인 동원산업을 창립했다. 이후 39년. 동원그룹은 올해 10월 미국 최대 참치캔 브랜드인 스타키스트를 3억6300만 달러(약 4719억 원)에 인수했다.

내 식품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동쪽 먼바다’를 동경하며 출발한 동원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동원그룹의 성장에는 ‘현대판 장보고’라는 별명을 가진 김 회장의 집념이 숨어 있다.》



○ 수산업에서 식품, 물류, 건설까지

동원그룹은 1차산업(수산업)에서 출발해 2차산업(식품제조업), 3차산업(정보통신, 금융)까지 영역을 넓힌 독특한 기업이다. 동원그룹의 첫 주력사업은 참치를 잡아 가공업체에 납품하는 원양어업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의 의지는 어로사업에만 머물지 않았다. 꾸준한 사업 다각화로 동원그룹은 식품, 금융, 물류유통, 정보통신,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게 됐다.

2004년 금융계열(한국투자금융지주)을 그룹에서 분리한 뒤에도 동원그룹은 식품회사인 동원F&B, 교육기자재 및 포장재 전문회사인 동원시스템즈 등 11개 계열사를 갖고 있다. 그룹 매출은 연 2조 원 규모다.

원양어선 선장으로 사업을 시작한 김 회장은 지금도 곧잘 ‘바다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는 신념을 드러낸다. 그는 “세계지도의 남북을 바꿔서 보면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넓은 대양을 향해 있는 모습”이라며 “세계로,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로 후배들에게 진취적 개척정신을 강조한다. 김 회장은 2000년에는 ‘지도를 거꾸로 보면 미래가 보인다’는 제목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김 회장은 글을 잘 쓰는 경영자로 꼽힌다. 초중고교 교과서에 그의 글이 오른 적이 있으며 요즘도 자주 언론 기고를 통해 소신을 밝힌다. 소설가 고(故) 정비석 선생이 “김재철 회장은 지금 당장 문단에 데뷔해도 손색이 없겠다”며 그의 문장력을 평가하기도 했다.

대외활동도 활발하다. 1999년부터 7년간 무역협회 회장을 지냈다. 지난해에는 2012년 여수엑스포 유치위원장을 맡아 유치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

동원그룹의 ‘선장’이 김 회장이라면 ‘항해사’는 김재철 회장의 매제인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이다. 행정고시 21회로 공직생활을 하던 박 부회장은 1997년 동원정밀(현 동원시스템즈 정밀사업부문)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동원그룹에 합류했다.

그는 당시 어려움을 겪던 동원정밀을 알짜 기업으로 돌려놓아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2000년 동원F&B가 동원산업에서 분리되면서 동원F&B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겨 다시 이 회사를 단기간에 정상궤도에 올렸다. 최근엔 스타키스트 인수 작업도 진두지휘했다.

강병원 동원그룹 부회장은 그룹을 속속들이 아는 최고경영자(CEO)라는 평을 듣는다. 1988년 동원그룹에 합류한 뒤 동원정밀, 동원산업, 동원시스템즈 대표이사 등을 두루 거쳤다. 평소 “불황기에 투자하고 호황기에 감축하라”는 경영철학을 가진 그는 대인관계의 폭이 넓어 대외업무도 총괄하고 있다.

○ ‘웰빙 기업의 길잡이’ 전문 CEO들

동원그룹 계열사 경영은 철저히 전문가 집단이 맡고 있다.

박부인 동원산업 수산유통부문 사장은 15년간 선장 경험을 쌓은 수산 전문가다. 동원F&B 영업본부장 등을 지내는 등 현장 경험도 풍부하다. 취임 첫해인 2006년 전년 대비 매출액 성장률 31%, 당기순이익 성장률 93%를 이끌어 주목받았다.

김상국 동원산업 물류부문 사장은 동원산업 마케팅실장 출신이다. 동원F&B 부사장을 거쳐 2005년부터 동원산업 물류부문 대표를 맡고 있다. 식품담당 임원 시절 사무빌딩 로비에서 참치회 판촉활동을 벌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해관 동원F&B 사장은 삼성그룹 공채 출신으로 2006년 동원F&B 사장에 취임했다. 내실 있는 사업 개편과 가치 경영을 통해 종합식품회사로서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편의식품 성격이 짙었던 참치캔에 ‘건강’이라는 콘셉트를 넣어 참살이(웰빙)를 추구하는 소비자의 반향을 이끌어냈다.

박건동 동원시스템즈 건설부문 사장은 30여 년간 건설부문 한 우물을 판 건설전문 경영인이다. 두산건설에 근무하다 2006년 동원그룹에 영입됐다. 호방하고 선이 굵은 전형적인 건설경영인 스타일. 처음 동원시스템즈 건설부문을 맡을 당시 시공능력평가 120위권이었던 이 회사를 60위권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동원그룹에 발을 들인 이관용 동원시스템즈 정밀·통신부문 사장은 LG그룹의 통신사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통신전문가다. 현장뿐 아니라 전략, 인사, 생산 등 통신사업 전 부문에 걸쳐 경험이 많다. 기업혁신과 조직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기업을 운영한다는 평가다.

미국인인 도널드 J 비노토 스타키스트 사장은 동원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영입한 현지인 CEO다. 동원그룹의 최초 외국인 CEO이기도 하다. 하인즈와 델몬트를 거치며 수산가공 식품사업을 경험했다. 재무, 마케팅뿐만 아니라 물류, 구매, 영업 등 경영 전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동원은 참치?… “유가공 - 와인도 있어요”


동원그룹은 참치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지금도 ‘동원=참치’로 인식하고 있는 소비자가 많다. 여전히 참치를 비롯한 식품 관련 사업이 전체 매출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동원그룹은 ‘참치’에서 더 나아가 식품 전 분야에서 참살이(웰빙)를 주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전문가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치뿐 아니라 유가공식품과 와인, 급식사업까지 영역을 넓히는 선봉장이다.

동원데어리푸드는 동원그룹이 각각 2005년과 지난해 인수한 디엠푸드와 해태유업을 합병한 유(乳)가공 기업이다. 이 회사를 이끄는 김명길 사장은 남양유업을 거쳐 한국유가공협회 부회장을 지낸 유가공 전문가. 제품의 신선도가 중요한 유제품의 특성을 고려해 품질보증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바꿔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고 수익구조도 개선했다.

급식업체인 동원홈푸드는 아워홈 대표이사를 지낸 김재선 사장이 2006년부터 맡고 있다. 김 사장은 ‘인생과 경영은 마라톤과 같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일단 선두그룹 안에만 들면 언제든 1위로 치고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지론이다.

신영수 삼조쎌텍 사장은 동원F&B 영업본부장 출신으로 동원그룹이 지난해 삼조쎌텍을 인수하면서 초대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삼조쎌텍은 소스류 제조회사다. 추진력이 강하고 조직을 이끄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김상용 동원와인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은 두산그룹의 식품사업부와 와인 전문업체인 나라푸드 등을 거친 와인 전문가. 동원그룹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 해외 영업을 통해 다진 유창한 영어실력을 바탕으로 잠시 서울아카데미국제학교 영어교사를 지낸 특이한 경력도 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