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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사고 ‘중국산’ 핑계 잘못…원료부터 업체 책임져야”

곡산 2008. 11. 17. 09:34

“식품사고 ‘중국산’ 핑계 잘못…원료부터 업체 책임져야”
[한겨레가 만난 CEO]
김진수 씨제이제일제당 대표
한겨레 윤영미 기자 김경호 기자
» 김진수(사진)
“식품안전과 관련한 기준을 정부나 사회가 원하는 기준보다 1.5배 높게 세우고, 2013년까지 이에 맞춰 제품을 관리하겠습니다.” 김진수(사진) 씨제이제일제당 대표는 지난 11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식품안전이 우리 사회의 거대한 흐름이 된 만큼 식품업체의 선제적 대응이 더욱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식품업체들이 최소한의 기준만 넘기면 된다는 식의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식품안전을 기업의 경쟁요소로 삼아야 소비자 신뢰를 얻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소 기준’ 소극적 태도 안돼…정부는 예방에 신경써야
내수 위주 환율에 발목…2013년 매출의 절반 국외에서

김 대표는 가공식품 원료로 쓰이는 중국산 농산물의 안전과 관련해서도 식품업체의 책임을 강조했다. “식품안전 사고가 날 때마다 중국산이라서 그렇다고 핑계 대는 건 잘못입니다. 우리 브랜드를 단 제품이라면 원료 구입단계부터 우리가 점검하고 책임도 져야 합니다.”

멜라민 파동 이후 씨제이제일제당은 중국 현지의 생산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지엠피(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원료의 입고에서 출고에 이르기까지 품질관리 전반에 지켜야 할 기준) 감사를 했다. 김 대표는 “중국 내 반가공 제조업체에 대해 지엠피 감사를 한 뒤 좋은 생산환경을 갖추고 있는 업체에 일을 맡긴다”며, “일부 샘플링 검사를 통해 걸러내는 것보다 한단계 등급을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의 식품안전 사고와 관련한 정부 대책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사후약방문격으로 처벌 수위를 높이기보다, 예방책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식품안전에 대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치거나 안전 관리가 미흡한 중소기업에 대한 기금 지원 등을 통해 식품안전 사고가 일어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김 대표는 중국산 원재료에 대한 품질인증을 해주는 민간단위의 대행사업이나 대기업의 유휴 분석장비를 중소기업과 함께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식품안전에 대한 소신을 거침없이 밝히던 김 대표가 3분기 실적 악화에 대해선 무겁게 말문을 열었다. 씨제이제일제당은 제당, 제분 등 소재부문이 환율 상승으로 인한 사용원가 상승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돼 3분기 당기순이익에서 250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는 “환율 급등으로 인한 사용원가 상승을 내부적으로 흡수하기 위해 전사적인 경비 감축 운영에 나서고 있다”며, “실물경기 둔화에다 고환율이 계속되면 4분기도 매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가격인상으로 쉽게 해결하려 하지 말고 좀 더 노력해보자는 생각이지만 환율 상승이 인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경영자로서 주주가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해,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도 있음을 비쳤다.

김 대표는 “내수 위주로 사업을 하다 보니 환율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해외사업 비중이 커지면 환 헤지가 가능해진다는 점도 글로벌 경영을 강화해야 할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미 씨제이제일제당은 ‘인재, 기술, 스피드로 글로벌 식품·바이오 기업이 된다’는 비전과, 2013년 매출 10조원 중 50% 이상을 해외 시장에서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이행 중이다. 중국 시장에서 다시다를 비롯한 조미가공식품을 강화하고, 얼상그룹과의 합작을 통해 두부시장에 진출하는 등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2005년 인수한 내추럴푸드기업 ‘애니천’과 2006년 인수한 냉동식품업체 ‘옴니’를 통해 미국 시장 매출도 키워가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8월 쌀미강에서 쌀단백과 쌀식이섬유를 추출해내는 기술로 아시아 최대 곡물기업인 중국 베이다황 그룹과 합작사를 설립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로 한 것처럼, 그동안 개발한 부산물 가공기술로 소재사업 영역에서 글로벌 진출을 활발하게 펼쳐 높은 부가가치를 거두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