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국 내수시장 공략, 허상일 수 있다

곡산 2008. 11. 1. 19:24

중국 내수시장 공략, 허상일 수 있다
표면적인 수치보다는 전체적인 추이를 읽는 노력 필요
 
송윤창 기자
 



우리 기업들의 중국 짝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1위 교역대상국이고 거대한 내수시장은 우리경제의 미래라고 모두들 믿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주식시장에서 일어나는 패닉에 가까운 상황과는 반대로 거시경제 지표만을 보면 아직은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10%, 내년 9.5%로 지난해 12.1%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아직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 1~7월 외국인 직접투자도 44.5% 증가한 607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니 대기업, 중소기업 너나없이 중국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내수시장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주장도 있다.

KOTRA 중국팀 박한진 차장은 “중국의 내수소비가 커졌다고 볼 근거가 빈약하다”면서 “소득보다 물가가 더 많이 올랐고 사람들은 재화의 소비보다는 부동산 등 재테크에 소득의 더 많은 부분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가 중국시장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은 대부분 허상일 가능성이 크고 표면적으로 보이는 경기지표만으로는 시장상황에 대해 오판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 주장과 근거들을 코트라 박한진 차장과 나눈 대화들을 토대로 정리해 본다.

◇불황기 히트상품은 없나?=중국시장은 이미 상품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시장이 아니다. 시장이 워낙에 크기 때문에 히트상품을 한정해서 고르는 것 자체가 어렵다. 어떤 상품이나 히트상품일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히트상품 자체에 왜곡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 현재 중국시장은 어떤 상품이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구조다. 너무나 거대해진 중국시장을 몇 개의 상품에 한정해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미 ‘무엇을 팔 것인가’하는 질문은 통하지 않는다. ‘어떻게 팔 것인가’가 키워드다. 그러기 위해 중요한 것은 중국정부의 정책과 제도의 변화다.

◇정책과 제도의 중요성=어떤 시장으로 진출하든지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적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문제는 현재 한국의 수출기업들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15년 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 중국은 이제 변했다. 법과 제도 그리고 시장규모와 질 모두 15년이라는 시간만큼 변해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중국의 법과 제도, 환경에 맞게 우리기업들의 체질을 업데이트 하는 일이다. 과거와 같은 단순수출 만으로는 이미 한계상황에 다다른 시장이다. 현지생산을 통한 내수시장 공략 등 전략적 변화가 필요하다. 또 중국정부의 변화되는 정책과 제도를 꾸준히 모니터링 하고 그에 맞게 전략을 세우고 체질을 바꿔나가야 한다.

◇중국내수시장 규모는?=잘 살펴봐야 한다. 과연 중국의 내수소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성장해 있는 것인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내수소비가 커질 여건이 됐느냐를 살펴봐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렇게 볼 근거가 없어 보인다. 지난해 중국경제 성장률에서 내수시장의 기여도가 51%를 넘었다는 자료가 있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지난해부터 선진국 경기는 침체상태였다. 수출이 그만큼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수출이 줄었으니 당연히 내수의 비중이 커졌다는 얘기다. 보여지는 수치 자체가 허수일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또 위앤화가치 상승으로 달러표시 금액기준이 증가했음을 감안하면 최근 내수비중이 커졌다고 느끼는 부분은 단순한 착시현상일 수 있다.

◇중산층은 존재하나?=내수시장의 규모를 판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구매력을 가진 중산층의 존재다. 현재 양극화가 심해 우리가 수치상으로 만들어낸 중산층 규모와 실제와는 차이가 있다. 일단 중국은 소득에 비해 물가가 지나치게 높다. 실제로 중국의 소득대비 부동산가격, 교육비, 의료비 등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또 근로자들의 소득 중 일반 소비제품에 대한 소비 비중보다는 주식, 부동산 등에 대한 재테크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또 주택구입시 모기지와 자녀 교육비 등을 감안한다면 현재 임금수준으로는 정상적인 소비시장이 형성되기 어렵다. 지금까지 10년 동안 이러한 상태가 지속돼 온 것이다.

◇중국의 비즈니스 환경=중국의 상황을 너무 낙관하는 것은 금물이다. 우선 중국의 공급과잉이 십수 년 동안 이어져 왔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중국 상무부가 600대 상품 수급상황을 조사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수요에 비해 공급이 70%나 높았다. 거꾸로 보면 기업들끼리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말이다. 거기에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고 인건비도 함께 상승했다. 제조업에 대한 혜택들도 대부분 사라졌다. 하지만 과잉공급으로 상품가격은 비용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고 거의 제자리 수준이다. 채산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크게 보면 과도기이고 달리 보면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시장이라는 말이다. 이미 비용맞춤 구조는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환경변화에 잘 적응하는 기업에게는 시장이 조금씩 열릴 것이다. 처음부터 큰 시장이란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다.

◇한국기업의 전략 포인트=중국 내수시장은 넓지도 않고 좁지도 않다. 기업들에게 원래 큰 시장이란 없다. 하나씩 조금씩 넓혀가야 한다. 그리고 중국의 특성상 현재 독자적으로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어렵다. 큰 기업들도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는 곳이다. 중국은 실제로 WTO가입 이후 대외적으로는 개방을 했지만 대내적으로는 오히려 폐쇄적이 된 측면이 있다. 독자적인 유통망 구축을 위해서도 엄청난 자본이 필요하다. 우리와 중국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또 생산코스트는 싸지만 꾸준히 상승했다. 중국시장을 바라볼 때 단순 수치보다는 전체적인 추이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송윤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