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가 있는 직장인 김정윤(26)씨는 화장품을 구매할 때 유기농 제품인지 따져보는 습관이 있다. 그러나 최근 브랜드마다 ‘자연주의’, ‘친환경’ 및 ‘유기농 인증’ 등의 문구로 광고한 화장품이 넘쳐나는 것을 보고 궁금해졌다. 화학 성분보다는 식물성 천연 성분을 강조하는 것은 알겠지만 정확히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진 것.
김씨의 예처럼 ‘자연주의’, ‘유기농 인증을 받은’, ‘친환경’ 및 ‘천연’ 등 다양한 수식어는 소비자의 혼란을 심화시키고 있다. 나아가 이런 용어들이 업체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법규상 자연주의와 유기농 화장품에 대한 정확한 정의나 가이드 라인이 없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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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에코서트 인증을 받아 화제가 된 이니스프리의 에코레시피 라인© 데일리코스메틱(TheDailyCosmetic) |
식약청 의약품관리과 관계자는 “자연주의와 유기농 제품에 대한 법규상 정의는 없고 표시 기재 상 규제만 있다”며 “자연주의나 내추럴은 브랜드나 제품의 컨셉이므로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유기농이라는 단어는 광고나 제품명에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천연이라는 단어는 제품에 따라 성분을 따져보고 객관적 근거가 없는 과대 광고일 경우 규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정확한 정의가 없어 일부 화장품 업체들은 식물과 같은 천연 원료가 조금이라도 함유 된 제품을 자연주의나 천연 제품이라고 광고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유기농 인증 단체나 화장품 업체 스스로 정한 규칙에 의해 생산, 제조, 취급 되는 제품을 유기농 제품이라고 부르는 데 이마저도 국내에는 인증 단체나 국가 규정이 없어 에코서트나 코스메비오 등 해외 인증 단체에 의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자연주의와 유기농 제품에 대한 정확한 규정은 없다”며 “이니스프리의 자연주의 제품은 식물 성분을 이용한 것이고 유기농 제품은 에코서트의 기준에 따라 인증을 받은 것을 말한다”고 전했다.
더페이스샵 관계자는 “자연주의 화장품은 식물, 과일, 꽃, 천연수 등 자연에서 얻은 성분을 이용해 제품화 한 것”이며 “유기농 화장품은 넓은 의미에서 자연주의 화장품의 범주에 속하며 에코서트 등 인증 단체가 정한 방식으로 엄격하게 관리, 재배 되는 성분이 사용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식약청은 유기농 화장품에 대한 표시기재를 완화하고 연말까지 ‘유기농 화장품 가이드 라인(가칭)’을 설정한다는 계획을 8월 초 밝힌 바 있다. 이는 국내 브랜드가 유기농 과정에 맞춰 제조한 제품을 ‘유기농’이라고 광고할 수 없어 경쟁력이 수입 제품 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향후 국내에 가이드라인이 생기면 업체와 소비자 모두가 유기농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미국은 국가 차원에서 유기농 인증 마크인 ‘USDA ORGANIC’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유기농산물이 함유 된 가공품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엄격하게 관리해주는 제도가 있어 기준에 따라야만 ‘유기농’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농무부(USDA)는 가공품에 95% 이상의 유기농 성분이 들어있어야 하며 생명공학 기술이나 방사선 기술을 일체 사용하지 않은 제품에만 ‘유기농’ 라벨을 붙일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런 규정에 따라 미국의 자연 친화적 화장품 브랜드 오리진스는 2007년 본격적으로 유기농 라인을 선보였다. 오리진스의 자연주의 제품은 각종 식물과 같은 천연 원료를 사용해 완제품에서도 천연 성분이 그대로 유지되는 제품을 말하며 방부제와 같은 화학 성분이 일정량 함유되어 있다.
이에 반해 유기농 제품은 만들어져서 버려질 때까지의 모든 과정이 생태적인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성분을 재배할 때는 농약을 사용하는 등 토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어떤 행동을 해서도 안된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을 유발할 수 있는 관행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에는 제품을 폐기하는 단계까지 포함하고 있어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한 후 버릴 때 생태계에 해가 가지 않도록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를 사용하고 과포장을 자제하는 등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오리진스의 유기농 제품은 미 농무부의 유기농 마크 외에도 유럽의 민간 인증 단체인 에코서트와 영국의 사설 인증 단체인 소일 어소시에이션의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한편, 국내 소비자들 역시 화장품 협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화장품 성분 사전 웹사이트를 통해 성분 확인이 가능하다. 또한 10월 18일부터 시행 될 화장품 전성분표시제에 따라 제품 뒷면 라벨에 화장품에 쓰인 화학성분과 천연성분의 이름과 함량이 기재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