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시장동향

소비자 우롱하는 대형마트···'묶음판매의 진실'

곡산 2008. 6. 15. 15:58
소비자 우롱하는 대형마트···'묶음판매의 진실'
민동훈 기자 / 2008-06-14 14:29
대형할인마트에서 판매되는 대용량 제품과 묶음제품의 가격이 소포장과 낱개 포장에 비해 비싸게 팔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것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3일 방송된 KBS '이영돈의 소비자고발'은 서울시내 3개 대형할인마트를 조사한 결과 소용량제품보단 대용량제품이, 낱개제품보단 묶음제품이 오히려 더 비싸게 팔리고 있다고 고발했다.

해당 대형할인마트들은 소비자고발팀의 취재에도 진실을 감추기에만 급급해 하며 거짓해명으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소용량 2개보다 비싼 대용량 제품

방송에 따르면, 서울에 위치한 A대형할인마트는 '촉촉한 초코칩' 소용량(120g) 980원, 대용량(240g) 238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결국 소용량 2개를 사면 1960원밖에 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대용량의 가격은 무려 420이나 더 비싸게 팔고 있었던 것.

B마트는 크라운 '산도'를 소용량 제품(8봉지) 1580원, 대용량(16봉지) 3180원에 팔았다. 이 제품역시 소용량 2개를 사는게 20원 더 쌌다.

이에 대해 A마트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소용량제품을 더 많이 찾는다"면서 "따로 매대를 마련해 소용량 제품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대용량 제품에 비해 저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A마트의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A대형할인마트의 할인매대에서는 '립파이', '초코칩 쿠키' 등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해당매장 직원들도 이들 제품이 행사매대에 진열된 적 없었다고 증언했다.

B마트 관계자는 "(소비자고발팀이) 크라운 '산도'를 구입했던 특정지점만 다른 업체와의 경쟁때문에 가격차이가 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거짓해명이었다. 소비자팀이 B업체의 서울지역 10개 매장을 조사한 결과, 모든 지점에서 대용량의 가격이 소용량 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20원 더 비싸게 팔고 있었다.
묶음이 낱개보다 비싸

대형마트들은 묶음제품의 가격도 낱개제품의 가격보다 더 비싸게 팔고 있었다.

농심 양파링 70g짜리는 720원, 25g 4개 묶음제품(100g)은 12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즉 낱개 제품의 용량 70g을 100g으로 환산하면 약 1030원이 돼 묶음제품이 170원 더 비싼 셈이다.

농심 새우깡도 마찬가지. 새우깡 90g의 가격은 640원, 4개 묶음 제품은 1360원. 이 제품도 낱개제품을 기준으로 하면 묶음제품이 570원이 더 비싸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한 농심의 묶음제품의 경우 낱개제품보다 애초 희망소비자가가 더 비싸게 책정돼 있었다.

농심 관계자는 "묶음제품의 경우 2중으로 포장을 해야 됨에 따라 추가적인 포장비와 인건비 등 발생하기 때문에 가격이 더 비싼 것"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포장비와 인건비에 따르는 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상한 행사', +1 제품이 더 비싸

C대형할인마트에선 판매되고 있는 오뚜기의 '맛있는 오뚜기밥' 210g 1개의 가격은 980원이었다. 똑같은 210g 3개에 증정 1개가 포함된 3+1제품의 가격은 3650원, 6개들이 실속상품은 6500원.

이를 210g짜리 1개를 기준으로 가격을 비교해보면 3+1제품은 710원, 6묶음은 620원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C마트측은 "낱개제품이 할인행사에 참여했기 때문에 정상가에 판매된 3+1제품보다 싸게 판매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또한 거짓이었다. C마트측이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제품은 3개묶음제품이었고 낱개제품의 행사여부는 파악이 불가능했다. 이 업체는 이에 대한 해명조차 거부했다.

대형마트업체, "소비자들은 알고 산다" 궤변

대형할인마트 관계자들은 소비자 고발팀의 문제제기에 하나같이 "소비자들이 이에 대해 다 인지를 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소비자고발팀은 직접 시민을에게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제품구성과 포장에 따른 가격차이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소비자인지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총 295명의 시민들중 '대용량 대묶음이 더 싸다'고 응답한 시민은 무려 217명이나 됐다.

시민들 대부분은 대용량 대묶음이 싸다고 생각했지만 실질 판매가격을 알게되자 모두들 당혹스러워했다.

한 소비자는 "물론 구매하기 전에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은 소비자의 의무"라면서도 "소비자 행태를 이용해서 이런식으로 속인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배신감을 토로했다.

이영돈 PD는 "조그만 것을 우습게 아는 기업은 큰 잘못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며 "소비자를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조그만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대형마트들이 생각없이 가격표를 붙였다고 생각하지만, 만일 조직적으로 그랬다면 정말 큰일"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출처=KBS '이영돈PD의 소비자고발' 방송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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