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없는 과자 포장지 개발..소비자만 '봉'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4.16 17:57
국내 유명제과사의 초콜릿과자에서 살아있는 애벌레가 발견됐다는 보도를 얼마전에 했었는데요.
업체측은 벌레가 포장지를 뚫고 들어갔다고 주장하면서 포장지를 연구.개발 중이라고 밝혔지만 포장지를 속히 만들지 못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런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고 있습니다. 김건태 피디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유명제과사 초콜릿과자에서 살아있는 애벌레가 나온 건 지난달 31일.
흔히 '쌀벌레'로 불리는 화랑곡나방 애벌레였습니다. 당시 업체 측은 제조 공정에는 전혀 문제가 없고 유통과정에서 들어갔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문영태 / 롯데제과 홍보팀장 (지난 4일 보도 당시)
"6개월 전에 생산한 거라서 6개월 후에는 이 정도가 나올 수 없거든요. 아니면 아예 부화를 하든지. 그래서 슈퍼 어디에서 구입하신지 모르겠는데 그쪽에서 대부분 이런 위생관념이라든지 안 돼 있을 때... (뚫고 들어갔다는 말인가요?) 예 뚫고... (그게 가능해요?) 예. 여기 실험도 한 게 있습니다."
과연 애벌레가 포장지를 뚫고 들어가는 게 가능한지 확인해 봤습니다.
고려대 개체군생태학실험실의 협조를 얻어 같은 종류의 애벌레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쌀과 인공사료가 포장 비닐에 담긴 샘플을,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갖춘 인큐베이터에 애벌레와 함께 넣고 24시간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길이 5~10mm 의 애벌레가 날카로운 이빨로 비닐을 뚫고 들어갔습니다. 포장 비닐 곳곳에 크고 작은 구멍이 났습니다.
인터뷰) 류문일 /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환경생태공학부 교수
"화랑곡나방 유충이 씹는 입을 가지고 있어서 입으로 갉아먹기 때문에 뭐 음식도 그렇고 음식을 포장하고 있는 포장지도 뚫을 수밖에 없죠. 많은 경우에 화랑곡나방이 들어가면 포장지가 뚫리는 게 정상이고 뚫고 들어가서 먹는 게 정상이에요."
애벌레가 포장지를 뚫고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제과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습니다. 포장지를 튼튼하게 만들면 된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제품 가격 중 포장지가 차지하는 비용은 2.5 ~ 7% 정도. 업체 측은 경제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롯데중앙연구소 관계자
"우리가 진짜 두꺼운 호일을 사용해서 제품을 만든다고 했을 때 우리도 생산성이라는 게 있고, 그러다 보면 그 비싼 포장기 Rpm(회전수)이 천개씩 나오는 것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로 그런 포장제 썼을 때 뭐 백개밖에 안 나온다고 그러면은 이거는 제품력이라는 게 아예 없는 거 아닙니까."
한편 업체측은 벌레가 기피하는 물질을 포장지에 코팅하는 방법도 연구,개발 중이라면서 3년이면 개발을 완료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인터뷰) 롯데중앙연구소 관계자
"3년 계획을 하고 있거든요 이게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더라구요. 전부터 우리가 하려고는 했었는데 그렇게 만만하게 되는 게 아니라서요. 우리가 벌레가 그 기피하는 물질을 찾았어요. 그래서 이제 케이스 이런 데에 코팅을 해버리려구요. 캡슐을 아주 작게 만드는 것까지만 지금 하고 있거든요. 우리가 최대로 딱 기한을 잡고 이 안에는 하겠다고 한 게 3년이니까요..."
그런데 전문가들은 애벌레가 뚫지 못하게 코팅된 포장지를 3년 안에 개발하는 것은, 비용과 기술력 등의 문제로 현재로는 무리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영호 / 한국포장기술인협회 회장, 국내 포장기술사 1호
"3년 안에 안 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본이 하는 것을 볼 때 40년을 해도 지금까지 완벽한 답을 못 얻고 있습니다."
제조사와 유통업체가 제품을 철저히 관리하면 벌레의 침투를 막을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새 포장지 개발 만큼이나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인터뷰) 김영호 / 한국포장기술인협회 회장, 국내 포장기술사 1호
"다만 현재 제조공정의 조건을 엄밀히 하고, 유통조건을 엄밀히 하는 것만이 현재까지의 방법은 그것밖에 없습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작년 8월부터 6개월간 접수된 가공식품 관련 피해 1980건을 분석한 결과 이물질 발견 사례중 벌레가 338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언제 개발될지 모르는 새 포장지를 기다리는 동안 비슷한 애벌레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떠안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기범 /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본부 상품2팀 팀장
"사업자들이 뭔가 이런 정도의 보상이면 충분하다라든지 또는 제조공정에서는 절대 이런 문제가 발생 될 수 없다고 해서 소비자를 의심한다는 생각을 함으로써 소비자들이 무시당한다고 생각을 할 때 분노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연합뉴스 김건태입니다.
kgt10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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